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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지영 기자] 배우 이동욱에게 KBS 2TV 드라마 '천명; 조선판 도망자 이야기'는 "아픈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
10여 년이 넘는 연기생활 동안 이동욱과 사극은 좀처럼 좁히지 않는 평행선처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 그런 그가 2013년 '부성애(父性愛)'를 기본으로 한 사극 '천명'을 만났다.
'조선판 도망자 이야기'라는 부제처럼 화려한 액션과 추격, 거기에 딸을 향한 아버지의 애틋한 사랑까지 배우 이동욱에게 '천명'은 그간 그가 했던 연기의 종합 편을 보여줘야 하는 작품이었다. 부담감이 큰 만큼 자신감이 있었던 그는 아쉬운 시청률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그에게 '천명'은 어떤 의미였을까.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지 않나. 나에게는 그 아픈 열 손가락 중 하나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다른 손가락보다 좀 더 아픈 드라마다."
극의 이야기를 이끌어가야 하는 주인공 최원, 이동욱은 이 역할을 연기하면서 끝없이 흔들렸다고 했다.
"사실 드라마 하면서 꺾일 뻔도 했다. 그만큼 심적으로 매우 괴로웠다. 드라마 하는 내내 '배우로서 내가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없는 건가'라고 고민한 적이 많았다. 많은 괴로움이 있는 작품으로 기억 될 것 같다."
시청률 면에서 '천명'은 기대했던 것보다 아쉬운 성적을 얻은 것은 사실이다. 오를 듯, 오를 듯 아슬아슬한 시청률은 결국 10% 시청률의 벽에서 더 이상 오르지 못한 채 종영했다.
"운, 분위기 등 모든 것이 잘 맞아떨어지는 순간이 있다. 그에 비해 '천명'은 모든 것이 조금씩 어긋나지 않았나 싶다. 한 회 내용은 90분이었는데 1회는 68분이다. 분량과 대본을 방송시간에 맞춰 떨어지게 만드는 게 쉽지 않았다. '천명' 장르가 추리다 보니 다음 회가 궁금하게 끝나야 했는데 20분을 덜어내 버리니 앞뒤가 안 맞았다. 그러다 보니 놓치는 부분이나 늘어지는 부분이 있었다. 이건 누구 탓도 아니다. 합이 좀 안 맞았던 부분이다."
이동욱의 말처럼 '천명'은 그에게 남다른 작품이다. 전작이 다름 아닌 SBS 예능프로그램 '강심장'이었기 때문이다. 앞서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서 그는 숨겨져 있던 예능감을 드러냈고 이를 본 예능 PD들은 앞다퉈 그를 섭외했다. 결국 그는 이승기, 강호동에 이어 '강심장'의 새로운 MC자리를 꿰찼다. 기대에 저버리지 않는 센스있는 진행은 그를 차세대 예능 주자로 만들었다. 승승장구, 그러던 그가 선택했던 것이 바로 '천명'이었다. 그는 왜 '천명'을 선택했을까.
"시놉이랑 대본이 정말 재밌었다. 극과 극의 모습을 표현하고 싶기도 했고. '강심장'으로 예능감있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배우로서 또 다른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 나는 오래 배우를 하고 싶었기 때문에 예능에 대한 꼬리표를 벗고 싶었다. 그래서 예능에서 보여줬던 모습과 캐릭터를 단박에 깨버릴 수 있는 역할을 택했다."
"한 번에 예능 이미지를 털어내겠다는 욕심은 없다. 대중들도 예능에서 보여준 이동욱과 배우 이동욱을 분리해서 생각하진 않지 않나. 하지만 '천명' 속 이동욱은 분명 배우였고,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 것 같다. 그 점에 만족하고 있다."
'예능 이미지'와 '배우 이미지'를 구별하는 이동욱, 하지만 그는 여전히 예능 프로그램을 선호하고 다시 제의가 들어온다면 마다치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천명' 지방촬영 갔는데 예전에는 '거, 어디 나왔던 배우'라고 기억하셨다. 하지만 요즘은 어머니, 아버지 세대보다 더 나이 많으신 분들도 정확하게 '이동욱'이라는 이름을 불러주신다. 확실히 예능의 힘이 큰 것 같긴 하다. 예능을 할 때는 늘 즐겁다. 즐거운 일을 마다할 생각은 없다. 예능프로그램이 들어온다면 할 생각이다."
이동욱이 차세대 예능 주자로 전성기를 누렸던 당시와 지금의 예능의 세계는 많이 달라져 있는 상태다. '강심장'처럼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전해주고 이끌어내던 토크쇼는 사라지고 카메라만 설치한 채 연예인들이 직접 행동하고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관찰 예능'이 대세다. 토크쇼가 아닌 '관찰 예능'에 대한 생각을 묻자 이동욱은 잠시 머뭇거렸다.
"관찰 예능은 나에게 마지노선인 것 같다. 내가 하는 이 일이 좋고, 오래하고 싶다. '강심장' 제의가 들어왔을 때도 리얼버라이어티가 2~3개 같이 들어왔었다. 내가 그 중 '강심장'을 선택한 것은 내 얘기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역할이었기 때문이다. 리얼 버라이어티나 관찰예능은 내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30대 초반의 남자배우로써 내 바닥이 드러날 것 같았다. 50대가 된다면 그땐 관찰 예능을 할지도 모르겠다."
아픈 손가락이 있고, 좀 더 아픈 손가락이 있지만 배우 이동욱이 걸어가야 할 길은 아직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늘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동욱, 그가 꿈꾸는 작품은 어떤 것일까.
"법정물을 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파트너'를 정말 좋아했다. 16부작 드라마였는데 2부, 3부작으로 새로운 에피소드로 구성된 드라마였다. 이런 대본을 쓸 수 있는 작가가 많지 않은데 결국 '공주의 남자'로 빅히트를 치더라. '파트너' 같은 드라마들이 연속성을 가지고 시즌제로 나왔으면 좋겠다. 몸으로 부딪히는 작품도 훌륭하고 멋있지만 지적인 대결을 펼치는 것은 또 다른 매력이 있다. 만약 '파트너' 시즌제를 한다고 하면 망설이지 않고, 돌아보지 않고, 무조건 할 것이다."
[배우 이동욱. 사진=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이지영 기자 jyou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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