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김진성 기자] LG 야구가 미쳤다.
3일 잠실구장. 전날 장맛비로 하루 숨을 고른 LG가 최하위 한화를 만났다. 최근 10연속 위닝시리즈 상승세. 선두 삼성에 3경기 차로 추격한 상황. LG는 이번주중 한화를 상대로 더욱 피치를 올리고 싶어했다. 기왕 상승세를 탔으니 올라갈 때까지 가보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김기태 감독은 차분했지만, “팀이 고비를 넘기는 힘이 생겼다”라며 내심 자신감도 드러냈다.
왜 김 감독이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지가 입증됐다. 이날 2-7로 뒤지던 경기를 9-8로 뒤집었다. 안타 수는 9-18이었다. 그러나 한화가 경기 후반 세 차례나 병살타를 치는 동안 LG는 야금야금 추격하더니 결국 7회 승부를 뒤집었다. 한화의 전력이 약한 것도 분명하지만 근본적으로 LG가 강하지 않으면 절대 나올 수 없는 결과였다.
LG는 경기 초반만 하더라도 패색이 짙었다. 1회 2점을 먼저 뽑았으나 2회 선발투수 신정락이 거짓말처럼 무너지며 2-7로 역전을 당했다. 한화 타선은 2회에만 무려 9안타 7득점을 집중시켰다. 경기는 그대로 끝나는 듯했다. 아니었다. LG는 4회 곧바로 1점을 추격하더니 5회 한화 선발투수 대나 이브랜드를 강판시키는 동시에 조지훈에게 이병규가 1사 만루 찬스에서 우중간 3타점 2루타를 쳐내며 7-8. 턱 밑까지 추격했다.
LG는 곧장 불펜을 가동했다. 그리고 적시에 대타를 기용했다. 조윤준 대신 현재윤, 이병규 대신 이대형, 손주인 대신 이진영이 연이어 투입됐다. 이들은 모두 제 역할을 해냈다. 7회 한화 마무리 송창식을 상대로 연이어 볼넷을 고르더니 대타 이진영이 역전 결승타를 뿜어냈다. 그 사이 임정우, 이상열, 이동현, 봉중근으로 이어지는 LG 필승계투조는 경기 초반 달아오른 한화 타선을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LG가 5점 열세를 뒤집는 사이 한화는 7회 1사 만루, 8회 1사 1,3루 찬스를 놓쳤다. LG 마운드가 올 시즌 이만큼 강해졌고, LG 타선의 응집력이 그만큼 살아있다는 게 입증됐다.
이날 LG 덕아웃 분위기는 전혀 질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았다. 올 시즌 믿음직한 선발투수로 거듭난 신정락이 2회에 무너졌지만, 임찬규가 3⅔이닝을 버텨내는 사이 타선이 야금야금 추격하면서 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LG 타자들은 벌어진 점수 차 속에서도 끈끈한 응집력을 발휘했다. 한화 타선이 18안타 5볼넷에도 8득점에 그치는 사이 LG는 9안타 7볼넷으로도 충분히 9점을 뽑을 수 있었다. 이게 두 팀의 차이다.
LG는 결국 5점 뒤집기에 성공했다. 9회 마무리 봉중근이 1사 2루 위기를 맞이했으나 흔들리지 않았다. 덕아웃에서도, LG 홈팬 관중석에서도 전혀 동요되지 않았다.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결국 봉중근이 후속 타자들을 제압하면서 짜릿한 승부를 마무리 지었다. 어느 한 사람의 힘으로 이뤄진 게 아니다. 모든 선수의 힘이 십시일반으로 더해진 결과였다.
2회 7점을 내주고도 뒤집는 야구. 이게 달라진 LG 야구다. 이날 롯데에 패배한 선두 삼성에 단 2경기 차로 접근했다. 이젠 당당히 선두 공략을 노린다. 2013년 여름밤 LG 야구. 완전히 미쳤다. 이건 크레이지 모드다.
[LG 선수들. 사진 = 잠실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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