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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연예인의 가족이 출연하는 집단토크쇼, 그리고 가족 예능이 유행하는 가운데 방송에서 연예인과 그 가족이 속마음을 고백하는 게 진정한 '소통'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MBC '세바퀴', SBS '자기야', '붕어빵', KBS 2TV '해피선데이-맘마미아'에 종합편성채널이나 케이블채널까지 스타의 가족들이 등장하는 프로그램은 스타 혼자 등장하는 프로그램만큼이나 다양해졌다.
다만 이렇게 방송을 찾는 스타 가족이 늘수록 그들에게 요구되는 사생활 폭로 또한 깊이를 더해간다. 예능프로그램이 전문 방송인 아닌 스타의 가족들에게서 이끌어내고자 하는 건 스타의 카메라 밖 모습, 즉 사생활이기 때문이다.
사생활 토크의 부작용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표현은, 몇 년 전부터 네티즌 사이에서 거론된 이른바 '자기야의 저주'.
'자기야'가 현재는 사위와 장인, 장모 간의 이야기를 다루는 '백년손님'으로 포맷을 변경했지만, 오랜 시간 스타와 배우자가 함께 출연하는 포맷을 유지했고, 방송에선 출연자들이 서로에 대한 폭로를 반복했다. 첫 만남이나 결혼 등 행복한 추억을 털어놓기도 했지만, 부부싸움, 고부갈등, 때로는 배우자의 과거 외도까지 폭로했던 것.
물론 방송은 고백 후 MC의 정리 멘트와 출연자의 반성 등으로 훈훈하게 마무리 되긴 했으나, 프로그램 출연 후 양원경, 박현정 부부, 이세창, 김지연 부부, 김혜영, 김성태 부부, 김지훈 부부, 그리고 배동성 부부까지 다섯 쌍이 이혼에 이르렀다는 점은 분명 시사하는 바가 있다.
지난 2011년 2월 '자기야' 출연 당시 배동성의 아내는 "젊은 시절 (배동성이) 날 방치했다. 하숙집 아줌마가 된 것 같았다. 이제는 스킨십을 원하지 않는다"며 두 사람 사이의 관계가 순탄치 않음을 고백했다. 공교롭게도 '자기야' 출연 후 이혼에 다다른 다섯 쌍의 커플은 방송을 통해 배동성 부부처럼 상대 배우자의 흠을 폭로하는 과정을 거쳤다는 공통점이 있다.
사람 간의 관계가 끊어지는 순간을 단정할 수는 없지만, 부부만의 비밀스런 이야기였던 갈등이 대중에 노출된 것이 이들 부부에 악영향을 끼쳤으리라는 추측이 가능한 이유는 이 때문이다.
일상에서 받는다면 얼굴을 붉힐 법한 질문에도 카메라 앞 연예인과 가족들은 침실 속 은밀한 이야기까지 거침없이 폭로한다. 이야기와 방송이 끝난 후 시청자는 채널을 돌리면 그만이지만, 고백의 당사자인 가족들에겐 상처가 고스란히 남는다. 제작진을 만족시킬 수 있는 자극적인 토크일수록, 당사자에게 그 이야기는 완충장치 없는 돌직구가 돼 날아온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단어 '가족'과 속마음을 털어놓는 '대화'가 만났기에 우리는 가족이 함께 하는 예능프로그램에 '힐링'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곤 한다.
하지만 진정 서슬 퍼런 독설과 폭로를 힐링이라는 단어로 포장할 수 있는건지에 대해선 의문이 남는다. 가족이 서로를 향해 정제되지 않은 언어를 쏟아내는 상황의 위험성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진정 아끼는 이를 위한 힐링에는 더 섬세한 기술과 배려가 필요하다.
[이혼 소식이 알려진 개그맨 배동성 부부, 양원경과 박현정, 김지연과 이세창. 사진 = SBS 방송화면 캡처]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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