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김진성 기자] 우규민에겐 뜻 깊은 선발승이었다.
LG 우규민이 25일 잠실 KIA전서 시즌 8승(3패)째를 챙겼다. 올 시즌 LG를 대표하는 특급 사이드암 선발투수로 거듭난 우규민에게 7승에서 1승을 더한 게 뭐 그리 대단한 것이냐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날 상대 선발투수가 KIA 윤석민이었다. 윤석민은 올 시즌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출전 이후 투구 밸런스 실종과 컨디션 난조로 부진한 행보를 했다. 그래도 윤석민은 윤석민이었다. 여전히 이름값이 있는 투수다. 또한, 윤석민이 최근 예전의 위력을 조금씩 되찾고 있었기 때문에 우규민으로선 이날 승부가 결코 쉽지 않았다.
우규민은 전반기 7승 3패 1홀드 평균자책점 3.67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 경찰청에서 군 복무를 마친 뒤 지난해 LG에서 성장통을 겪었다. 선발수업을 받았으나 완전하지 못했다. 하지만, 올 시즌 알 껍질을 벗고 나왔다. 최고구속은 140km대 초반에서 형성되지만, 싱커, 체인지업, 커브 등 다양한 구종으로 긴 이닝을 버텨낼 수 있는 경기운영능력이 생겼다. 사실상 첫 풀타임 선발인데, 더위 속에서도 지치지 않고 컨디션 관리를 잘 하고 있다. 이날도 마찬가지로 안정적인 경기운영능력이 돋보였다.
우규민은 전날 16안타로 기세를 드높인 KIA 타선을 완벽하게 잠재웠다. 1회 선두타자 이용규와 2번 최희섭을 잘 처리한 뒤 3번 신종길의 옆구리를 맞췄다. 변화구가 손에서 빠진 탓이었다. 그러나 2회부턴 승승장구했다. 2회 나지완을 삼진으로 처리한 걸 시작으로 이범호, 김선빈을 연이어 범타로 처리하며 첫 삼자범퇴를 기록했다. 3회에도 차일목을 삼진으로 잡는 등 삼자범퇴.
4회엔 선두타자 이용규에게 좌중간 안타를 맞았다. 그러나 신종길과 나지완을 연이어 삼진 처리하는 위기관리능력을 과시했다. 5회에도 이범호, 김선빈, 안치홍을 연이어 처리하며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쳤다. 6회가 최대 위기였다. 2사 후 이용규에게 몸에 맞는 볼을 내준 뒤 최희섭에게 좌중간 2루타를 맞아 역전 위기를 맞이한 것. 우규민은 확실히 흔들렸다. 신종길마저 몸에 맞는 볼로 내보내 2사 만루 위기를 맞았다. 후속 나지완과의 승부는 백미. 3B1S까지 몰렸으나 정교한 컨트롤로 풀카운트를 만들었고 끝내 좌익수 플라이로 처리했다. 주먹을 불끈 쥔 우규민이 한 단계 성장했다는 게 증명된 장면. 더 이상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우규민은 7회 이범호, 김선빈, 안치홍을 차례로 돌려세우며 안정감을 되찾았다. 8회 시작과 함께 이동현으로 교체됐다. 이날 기록은 7이닝 2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 결국 시즌 8승을 낚았다. 이날 우규민은 기본적으로 정말 좋은 승부를 했다. 또 하나. 상대 선발투수 윤석민의 호투 속에서도 위축되지 않고 더 대단한 볼을 뿌렸다. 일전에 양상문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투수는 타자와 상대한다. 하지만, 상대 선발투수가 어떻게 던지느냐에 따라 경기 흐름이 바뀌기 때문에 상대 선발투수를 의식하지 않는다는 건 거짓말이다”라고 한 적이 있다. 적어도 이 말이 사실이라면, 우규민은 구위와 멘탈 모두 정상급 선발투수로 거듭나고 있다는 게 입증됐다.
LG는 올 시즌 포스트시즌을 진지하게 노린다. 당연히 선발투수의 존재감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우규민, 신정락, 류제국 등 향후 꾸준히 활용 가능한 토종 선발투수를 찾았다는 건 너무나도 큰 수확이다. 후반기 첫 등판서 좋은 스타트를 한 우규민이 이젠 2004년 데뷔 후 첫 10승 고지에 도전한다.
[우규민. 사진 = 잠실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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