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마운드 왕국의 명성이 흔들린다.
삼성이 21일 대구 SK전을 잡으면서 하루만에 1위를 되찾았다. 같은 날 LG가 넥센에 패배하면서 삼성은 승차없이 승률에서 LG를 앞섰다. 현 시점에서 1위 탈환이 그리 중요하진 않다. 어차피 두 팀의 선두싸움이 하루아침에 결판나는 게 아니다. 문제는 경기내용이다. 8월 7승9패를 거두는 과정에서 내용이 영 안 좋다. 불안하다.
21일 경기. 8-0으로 앞서던 경기가 9-7로 끝났다. 권혁, 신용운이 아웃카운트 1개를 잡는 동안 3실점했다. 결국 8-6이 됐다. 안지만, 오승환이 부랴부랴 몸을 풀고 차례대로 등판했다. 이날은 오승환도 오승환답지 않았다. 1이닝동안 무려 39개의 볼을 뿌려 2피안타 2볼넷 1실점했다. 아슬아슬하게 이겨도, 크게 이겨도 1승은 1승이다. 그러나 과정을 생각하면 개운치 않은 승리였다.
▲ 삐걱거리는 마운드 왕국, 피홈런 75개 리그 최다1위
삼성은 21일 경기를 끝으로 유쾌하지 못한 기록 하나를 떠안았다. 팀 평균자책점이 4점대로 올라갔다. 4.01로 리그 3위. 선두 LG의 3.72와는 제법 격차가 생겼다. 지난 2년간 평균자책점 3.35, 3.39로 통합 2연패의 원동력이었던 마운드. 이젠 마운드 왕국이란 수식어가 어색해졌다. 3년 연속 팀 평균자책점 1위는 쉽지 않아졌다. 12년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던 2009년의 4.98에 이어 4년만에 팀 평균자책점 4점대 전락 위기에 놓였다.
삼성 투수들의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는 1.35로 리그에서 가장 낮다. 그러나 평균자책점이 4점대라는 건 적게 내보낸 주자를 옳게 틀어막지 못했다는 의미다. 삼성은 피홈런이 75개로 최다 1위다. 홈런은 내보낸 주자를 한꺼번에 홈으로 보내준다는 의미. 원인은 타자들이 삼성 투수들의 공을 제대로 잘 공략했을 수 있다. 그게 아니라면 삼성 투수들의 실투가 늘어났을 수 있다. 전자의 경우 그만큼 투수의 연구가 부족했다는 의미다. 후자의 경우 더 큰 문제다. 제구력, 커맨드 등 투구 전반적인 면을 살펴봐야 한다. 21일 경기만 해도 경기 막판 SK의 스리런포 한방으로 승부가 어지러워졌다.
▲ 진앙지는 불펜, 뒷문이 흔들린다
불펜이 흔들린다. 2005년 선동열 전 감독 부임 후 줄곧 지켜왔던 불펜 왕국 타이틀을 LG에 넘겨줬다. LG는 올 시즌 삼성보다 불펜진이 더 강력하다. 봉중근-이동현-정현욱-류택현에 유원상과 김선규까지. LG는 비록 21일 김선규가 김민성에게 역전 스리런포를 맞았으나 전반적으로 보면 삼성보다 강하다. 삼성은 오승환과 안지만 아니면 믿을만한 중간계투가 없다. 설상가상으로 오승환과 안지만마저 지난주와 이번주 실점이 잦다.
오승환과 안지만을 뒷받침해줄 또 다른 투수가 없다. 어깨 통증에서 돌아온 심창민은 한여름 이후 팀 공헌도가 떨어졌다. 부상에서 재기에 성공한 신용운도 아직 구위가 들쭉날쭉하다. 권혁은 시즌 내내 제구력 난조가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권오준과 정현욱이 이탈하면서 필승조의 덩치가 작아진 상황. 김희걸, 박근홍 등도 류 감독에게 믿음을 심어주지 못했다. 필승조가 약해진데다 뒷받침하는 추격조도 불안하면서 전체적인 마운드 과부하가 초래됐다. 오승환과 안지만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다.
▲ 예고된 부진? 마운드 약화는 시즌 전부터 시작됐다
결국 정현욱과 권오준의 공백을 막지 못하고 있다. 심창민과 신용운을 활용 중이지만, 임팩트가 약하다. 새롭게 퓨처스에 전략적으로 육성 중인 젊은 투수들의 성장도 두드러지지 않는다. 빠져나간 전력의 간극을 메워줄 투수가 반드시 필요한데 그렇지 못한 실정. 한 야구인은 “그동안 삼성 불펜이 쌓아올린 명성이 대단했다. 다른 투수들이 그 아우라를 극복하지 못하는 것도 분명히 있다”라고 했다.
선발진은 그나마 사정이 좀 나은데, 8승 합작에 그친 외국인투수의 덕을 거의 보지 못했다. 대체 외국인투수 에스마일린 카리대의 복귀는 기약할 수 없다. 그나마 릭 벤덴헐크가 살아났다. 배영수도 관록투를 과시한다. 그러나 장원삼이 최근 2경기 연속 부진했다. 윤성환과 배영수도 언히터블 수준은 아니다. 삼성 선발진의 가장 큰 약점은 에이스 부재다. 그러나 하루 아침에 에이스를 만들 순 없고 기존 투수들이 똘똘 뭉치는 수밖에 없다. 이제까진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외국인투수들이 뒷받침하지 못하자 약점이 극대화됐다.
선발과 불펜에서 조금씩 위력이 꺾였다. 작은 균열이 모여서 4점대 평균자책점까지 올라갔다. 요즘 삼성 마운드를 상대하는 타자들은 자신있게 타석에 들어선다. 더 이상 난공불락의 철옹성이 아니란 걸 알기 때문이다. 반대로 삼성 투수들은 심리적으로 더 부담을 안는다. 점점 더 승수 쌓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투수 육성 및 관리 시스템을 종합적으로 점검해봐야 할 것 같다. 선두를 되찾은 삼성. 기뻐할 여유는 없다. 마운드 왕국 명성에 금이 간 상태다. 삼성이 올 시즌 이후엔 더 많은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삼성 투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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