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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인천공항 김진성 기자] “리세광? 신경 안 써요.”
모든 스포츠선수의 적. 부상이다. 2012년 런던올림픽 남자체조 도마 우승으로 한국체조 역사상 최초로 올림픽 금메달을 딴 양학선(21, 한국체대). 그는 그동안 확실히 과부하가 걸렸다. 각종 대회 참가에 밀려드는 자잘한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몸을 돌볼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일까. 24일 인천공항에서 만난 양학선의 표정도 썩 밝진 않았다.
양학선은 오는 30일부터 내달 6일까지 벨기에 엔트워프에서 열리는 제44회 세계기계체조선수권대회에 참가한다. 목표는 당연히 도마 금메달이다. 양학선은 2011년 도쿄 대회서 16.566점으로 도마 금메달을 따내면서 도마 세계 1인자가 됐다. 당시 양학선은 '양학선1'(도마를 정면으로 짚은 뒤 세바퀴 회전)을 처음으로 선보였는데, 세계 경쟁자들은 그때부터 사실상 도마 1인자로 양학선을 인정했다. 결국 양학선은 2012년 런던올림픽서 한국에 금메달을 안겼다.
그런데 2년 전 세계선수권 당시엔 호적수 리세광(북한)이 빠졌었다. 리세광은 2010년 가을 국제체조연맹(FIG)로부터 자격정지를 받았고 지난해 가을 해제됐다. 이번 엔트워프 세계선수권 대회엔 정상적으로 참가한다. 리세광은 난도 6.4짜리의 '양1'을 무난하게 소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세광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양학선의 대회 2연패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됐다.
양학선은 느긋했다. “리세광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문제는 나 자신이다”라고 했다. 이유가 있다. 양학선은 난도 6.0짜리의 스카하라 트리플(도마를 옆으로 짚은 뒤 세바퀴 회전)에서 진화한 기술을 연마해왔다. 세계선수권 2연패와 내년 인천아시안게임, 나아가 2016년 리우올림픽을 위한 포석. 스카하라 트리플에서 반 바퀴를 더 도는 기술이다. ‘양학선2’다.
양학선은 이번 벨기에 세계대회서 '양2'를 처음으로 선보인다. 주영삼 감독은 “학선이가 착지자세, 점프 등 거의 모든 부분에서 리세광보다 낫다”라고 했다. 한국 대표팀은 양학선이 '양2'를 성공할 경우 난도 6.4를 인정받는다고 확신한다. 그럴 경우 리세광을 제치고 대회 2연패가 충분히 가능할 전망이다.
결국 관건은 양학선의 몸 상태다. 양학선은 허리 통증을 시작으로 발목, 어깨 등이 좋지 않다고 했다. 딱히 갑작스럽게 다친 게 아니라 계속 운동을 하면서 과부하가 걸린 것이다. 양학선 스스로도 “컨디션이 안 좋아서 걱정이다”라고 토로했을 정도. 리세광보단 자신의 몸이 관건인 셈이다. 그러나 양학선은 개의치 않았다. “중요한 건 나 자신이다. 현지에서 잘 준비하면 대회 2연패가 가능할 것이다”라고 확신했다.
양학선은 컨디션도 좋지 않은데다 호적수의 등장으로 세계선수권대회 2연패를 낙관할 상황이 아니다. 하지만, “난 연습보다 실전에서 더 강해진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표팀 주영삼 감독 역시 “학선이가 부담감도 있지만, 승부욕이 대단하다. 리세광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고 힘을 실었다. 양학선과 리세광의 도마 맞대결. 은근히 관심을 모은다. 양학선이 강인한 멘탈을 드러냈으니 대회 2연패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양학선.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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