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부산 김진성 기자] “난 복이 많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김응용 감독도, 김재박 감독도, 김성근 감독도, 선동열 감독도 해내지 못했던 정규시즌 3연패를 일궈낸 감독이 됐다. 국내야구 사상 최초다. 류 감독은 스스로 “난 복장이다”라고 했다. 자신이 잘 한 게 아니라 좋은 기량을 갖고 있는 선수들이 잘했기 때문에 3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을 했다고 봤다.
사실 삼성의 올 시즌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전반기에 이렇다 할 위기 없이 쾌속질주 한 게 오히려 다행스러웠다. FA로 정현욱이 빠져나갔고 권오준은 시즌 아웃됐다. 안지만도 수술을 받은 터라 훈련량이 부족했다. 확실히 장기레이스의 근간인 마운드가 지난 2년에 비해 약화됐다. 결국 우승을 차지했지만, 예년과 달랐던 LG, 넥센의 초상승세와 삼성 자체적인 전력 약화는 삼성이 정규시즌 우승으로 가는 길을 험난하게 만들었다. 류 감독 역시 “너무 힘들었다”라고 토로했다.
▲ 우승 못하겠다? 그런 생각 안 하는 감독이 있나?
류 감독은 “우승 못하겠다는 생각을 안 하는 감독이 있나?”라고 했다. 류 감독은 올해 스프링캠프를 치르고 돌아온 팀을 보니 예년보다 전력이 떨어져서 걱정이 됐다고 한다. 더구나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 감독으로 차출돼 팀을 직접 돌보지도 못했다. 시범경기서는 또 다시 최하위를 차지했다. 감독 입장에선 최악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에 걱정이 된 것이다.
류 감독은 “올해는 더욱 힘든 시즌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신생팀 NC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몰랐기 때문에 최대한 승수를 쌓아야 했다”라고 했다. 류 감독은 NC가 시즌 중반 이후 선전하며 4할을 넘겼지만, 한화와 KIA가 예상보다 승률이 낮아 상위권 팀들의 승률 인플레이션 현상이 빚어졌다고 분석했다. 그래도 삼성은 시즌 중반까지 이렇다 할 위기가 없었다. 지난해엔 5월까지 극심한 부진을 겪었으나 올 시즌엔 후반기 초반까지 승승장구했다.
류 감독은 “8월 중순부터가 고비였다. 채태인과 조동찬이 부상으로 이탈했고 배영섭이 사구 충격을 입었다”라고 했다. 여기에 5~6월엔 넥센, 7~8월엔 LG의 상승세가 대단했다. 여기에 8월 말부터 9월 초까지 극심한 투타 엇박자로 급기야 LG에 최대 2.5경기까지 뒤처졌다. 류 감독은 “큰일났다 싶었다. 그런데 주장 최형우와 베테랑 진갑용을 중심으로 선수들이 똘똘 뭉치더라”고 했다. 삼성은 결국 이후 8연승에 성공하며 우승 가능성을 끌어올렸다. 마침 LG의 부진과 넥센의 상승세가 맞물려 삼성을 제어할 팀이 없었다.
▲ 시즌 전 미팅, 평범하지만 묵직한 한 마디
류 감독은 직접 선수들에게 이것저것 지시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철저히 파트별 코치의 의견을 따르고 신뢰를 준다. 그러나 단 한번. 시범경기가 끝나고 정규시즌에 들어가기 직전 선수단 미팅을 소집했다. 류 감독은 당시 선수들에게 “우리는 2년 연속 우승한 팀이다. 경기서 이기든, 지든 팬들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자. 매 경기 최선을 다해야 강팀이다”라고 했다. 이어 “우승 2번 했다고 자만하면 안 된다. 자신감을 갖는 건 좋지만,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게 자만심이다”라고 했다.
팬들을 위해 자신감을 갖고 진심으로 최선을 다하는 자세. 삼성은 올 시즌 내내 이렇게 살아왔다. 공수교대 때 전력 질주하는 것도, 10분 일찍 문화가 정착된 것도 모두 류 감독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류 감독은 시즌 전 미팅에서 평범한 사실을 각인시킨 뒤 무한 신뢰를 보냈다. 류 감독은 “어차피 경기는 선수들이 하는 것이니까”라며 정규시즌 3연패를 이끈 선수들을 치켜세웠다.
▲ 초심을 잊지 말자
류 감독은 스스로에게도 다짐한 게 있다고 했다. “초심을 잊지 말자.” 류 감독은 “첫해(2011년)는 불안감 속에서 우승했다. 2년째(2012년)엔 첫해의 기반을 토대로 우승했다. 올해는 초심을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했다. 류 감독은 “욕심인가 싶었다”라고 했다. 지난 2년에 비해 훨씬 어려운 시즌을 보냈는데 우승을 위해 달리는 자신이 너무 욕심만 부리는 게 아닌가 싶었던 것. 류 감독은 초심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밝히진 않았다. 류 감독의 스타일상 항상 최선을 다하고 원칙을 지키는 자세 정도로 해석하면 될 것 같다.
류 감독은 팀이 어려운 시기를 보낼 때마다 다른 감독들을 생각하며 반성을 했다고 한다. 류 감독은 “난 선수와 코치시절 정동진 감독님, 김성근 감독님, 백인천 감독님, 선동열 감독님, 김응용 감독님을 두루두루 모셔봤다. 그분들의 장점과 단점을 잘 알고 있다. 장점만 취하려고 노력했다”라고 털어놨다. 류 감독은 초심을 잃을 때마다 다른 감독들의 장점을 본받으려고 노력했다. 결국 삼성을 정규시즌 3연패로 이끌었다.
류 감독의 등번호는 75번이다. 그런데 올해 삼성그룹이 태동 75주년이라고 한다. 류 감독은 그래서 더욱 우승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했다. 결국 삼성은 2일 부산 롯데전서 75승째를 채우며 정규시즌 3연패에 성공했다. 단순히 “복이 많다”라고 하기엔, 류 감독에겐 너무나도 의미있는 2013년 정규시즌이었다.
[류중일 감독. 사진 = 부산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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