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병호가 낫죠.”
넥센 박병호는 이번 준플레이오프서 정규시즌과는 또 한 단계 성장하고 있다. 데뷔 후 처음으로 참가한 포스트시즌. 1차전서 2타수 1안타 1타점 2득점 2볼넷, 2차전서 3타수 무안타 1볼넷 1득점을 기록했다. 도합 5타수 1안타. 포스트시즌 데뷔 첫 타석에서 솔로포를 가동한 뒤엔 썩 눈에 띄는 모습을 보여준 건 아니다.
그러나 박병호에 대한 두산 마운드의 공포심은 너무나도 크다. 박병호 뒤에 배치되는 강정호와 김민성이 이번 준플레이오프서 부진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두산 투수들은 기본적으로 박병호에게 ‘어렵게 승부하다 걸러도 좋다’라는 식으로 승부한다. 여기에 박병호가 좀처럼 말려들지 않으면서 자신의 스윙 매커니즘을 지킨다. 두산에 박병호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공포의 존재’다.
▲ 집중견제 견뎌내는 박병호, 1홈런보다 무서운 존재감
포스트시즌서 투수들은 힘의 안배를 하지 않는다. 매 이닝, 모든 공을 전력으로 던진다. 박병호로선 정규시즌보다 안타 혹은 홈런을 때리기가 쉽지 않다. 어떻게 보면 박병호로선 무너지기 쉬운 환경이다. 사실 넥센 타선은 1~2차전서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 4번타자로서 부담감과 책임감에 마음에 조급해질 수 있다. 강정호와 김민성도 터지지 않으니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박병호는 볼을 철저히 골라낸다. 거르면 착실하게 걸어나간다. 지난 2년연속 정상급 성적을 올리면서 스윙 매커니즘이 완성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 물론 타석에서 집중견제를 받아 볼만 고르게 되는 상황이 오래 지속되는 건 타격감 유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은 컨디션이 파도를 그리는 정규시즌이 아니라 단기전이다. 강한 집중력만 있다면 타격감이 갑자기 뚝 떨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넥센 염경엽 감독도 “타격감이 떨어질 순 있지만, 그럴 것 같진 않다”라고 했다.
한 해설위원은 “포스트시즌같이 압박감이 큰 경기서 자신의 타격리듬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박병호가 한 단계 성장했다는 증거”라고 했다. 포스트시즌을 처음으로 경험하면서 진화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1안타이지만, 박병호가 준플레이오프에 미치는 아우라는 어마어마하다. 향후 박병호가 결정적인 한 방을 날린다면, 흐름은 급격히 넥센쪽에 쏠릴 가능성이 크다.
▲ 박병호 극찬한 염경엽, 심정수-브룸바보다 낫다
염 감독은 “병호가 정수나 브룸바보다 낫다”라고 했다. 염 감독은 현대시절 코치와 프런트 신분으로 심정수와 클리프 브룸바를 지켜봤다. 둘 다 시대를 풍미한 거포. 염 감독은 “심정수는 배트스피드가 좋았다. 상대적으로 느린 변화구엔 약했다”라고 했다. 브룸바를 두고서도 “브룸바는 홈런과 타점으로 팀에 기여했지만, 정확도도 떨어졌고 수비도 좋지 않았다”라고 했다. 한 마디로 심정수와 브룸바는 확실한 강점과 약점을 동시에 지닌 타자였다는 설명이다.
지금의 박병호는 그렇지 않다. 염 감독은 시즌 중에도 박병호가 3할(0.318)을 때렸다는 걸 강조했었다. 박병호가 예전보다 칠 수 있는 코스가 많아졌다는 증거다. 한 방이 아니라 정교한 안타로 팀에 기여할 수 있고, 유인구에 속지 않고 볼넷을 고르면서 타율이 올랐다고 봤다. 염 감독은 “박병호는 스윙 궤도 자체가 약간 타이밍이 늦어도 큰 타구를 만들 수 있다. 스윙이 부드럽다”라고 했다. 베트 컨트롤만으로도 타구를 멀리 보낼 수 있다는 의미다. 염 감독은 박병호가 심정수와 브룸바보다 더 좋은 타자라고 확신했다.
▲ 전성기 이승엽-심정수도 더 이상 넘사벽 아니다
국내야구 사상 최강의 토종 거포를 꼽으라면 단연 전성기의 이승엽과 심정수가 떠오른다. 이승엽은 통산 358개의 홈런을 때렸다. 1997년부터 2003년까지 무려 7년 연속 30홈런 이상을 날렸다. 통산 타율 0.301의 이승엽은 3할을 7차례 때렸는데, 그 중 5시즌이나 30홈런 이상을 날렸다. 심정수는 통산 328개의 홈런을 때렸다. 4시즌간 30홈런 이상을 날렸다. 통산 타율 0.287의 심정수는 3할을 4차례 때렸는데 그 중 3시즌이나 30홈런 이상을 때렸다. 한 마디로 전성기의 이승엽과 심정수는 정교함과 한 방 능력을 동시에 갖춘 완벽한 타자였다.
염 감독은 이미 박병호의 타격기술이 심정수보다 낫다고 했다. 이승엽에 대한 코멘트는 하지 않았지만, 이승엽의 전성기 당시 투수들의 수준과 지금 투수들의 향상된 수준을 감안하면 박병호가 전성기 이승엽에 비해 매우 뒤쳐진다고 보긴 어렵다. 이승엽과 심정수는 과거 포스트시즌서도 잠잠하다 결정적인 한 방을 날리곤 했는데, 지금의 박병호도 그 정도의 위압감과 아우라가 보인다. 더 이상 박병호에게 전성기 이승엽과 심정수도 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박병호가 앞으로 일본에서 뛰는 이대호와 한국인 최고타자를 놓고 선의의 경쟁을 할 것으로 본다. 무엇보다 박병호가 지난해 리그 정상급 타자로 도약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성장하고 있다는 게 놀랍다. 박병호가 앞으로 전성기 이승엽, 심정수를 넘어 역대 한국 최고타자로 공인 받으려면 지난해와 올해 거둔 성적을 앞으로도 꾸준히 찍어주면 된다.
[박병호.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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