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아직은 시간이 필요하다.
올 시즌 프로농구 관전포인트 중 하나가 토종빅맨들의 진검승부다. 서장훈이 은퇴했지만, 신인드래프트에서 최대어 김종규가 1순위로 LG에 입단했다. 발목 내측 인대 수술과 재활을 마친 오세근(KGC인삼공사)은 1년 반만에 복귀했다. 베테랑 김주성과 이승준(이상 동부), 이동준(삼성)도 건재하다. 알짜배기 빅맨 함지훈(모비스)과 젊은 빅맨 대표주자 최부경(SK)과 장재석(KT) 등도 버티고 있다.
기본적으로 프로농구 골밑은 외국인선수들이 책임진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토종 빅맨들의 희소성이 높다. 외국인선수와 국내선수의 골밑 맞대결, 나아가 국내 빅맨들의 골밑 맞대결은 매우 흥미로운 요소다. 하지만, 현 시점에선 국내 빅맨들의 재대로 된 맞대결을 보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여러 이유가 있다.
▲ 오세근, 김종규는 시간이 걸린다
올 시즌 가장 관심을 모으는 오세근과 김종규는 정상적인 경기력을 찾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오세근은 지난 2011-2012시즌 챔피언결정전 이후 수술과 재활만 했다. 족저근막염과 내측 인대 수술로 인한 오른발의 피로도는 매우 높았다. 오세근은 12일 동부와의 개막전서 15분 28초간 10점 4리바운드를 기록했는데, 아직 예전의 압도적인 운동능력이 아니었다. 컴백 그 차제에 의의가 있는 게임이었다.
오세근이 정상적인 컨디션을 찾으려면 3~4라운드는 돼야 한다는 게 이상범 감독의 전망이다. KGC는 오세근 외에도 양희종, 김일두, 김태술 등 부상자가 많다. 시즌 막판엔 박찬희도 돌아오기 때문에 시즌 초반보단 중반 이후 승부를 걸 작정이다. 오세근도 그때에 맞춰 몸을 만들면 된다. 12일 김주성과의 맞대결은 사실상 큰 의미가 없었다.
김종규도 마찬가지다. 동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차출된 김종규는 경희대 소속으로 전국체전을 치른 뒤 10월 25일 이후 LG에 합류한다. LG 역시 김시래, 문태종의 영입으로 조직력이 시즌 초반엔 맞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 김종규 없는 LG는 12일 개막전서 SK에 패배했다. 김종규의 몸 상태가 정상으로 회복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 당분간 김종규 특유의 운동능력과 스피드를 프로에서 확인할 방법이 당분간 없다고 보면 된다.
▲ 오세근과 김종규가 만날 토종 빅맨들
오세근이 정상적인 몸 상태를 갖출 경우 단연 김주성과의 매치업이 기대된다. 두 사람은 2011-2012시즌 챔피언결정전 당시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 오세근이 김주성을 따돌리고 데뷔 첫 시즌에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거머쥐었다. 폭발적인 탄력과 부드러운 피벗, 속공 가담과 골밑 마무리 능력 모두 막상막하다. 오세근이 100% 기량을 발휘해 김주성과 진검승부가 될 것인지 궁금하다.
김종규는 SK 최부경, KT 장재석, 오리온스 김승원 등 대학 시절 주로 붙었던 상대들과 함께 김주성, 이승준 등 국내 배테링 빅맨들과 연이어 맞붙으며 프로 적응에 들어간다. 자신보다 키가 작지만 노련미를 갖춘 함지훈과도 프로에서 처음으로 만난다. 김종규는 아시아선수권서 김민구의 스포트라이트에 가렸으나 여전히 안정적인 골밑 움직임과 스피드 등은 으뜸이다.
▲ 함지훈-최부경, 우리도 있다
함지훈과 최부경은 지난 2012-2013시즌 소속팀을 챔피언결정전 우승과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빅맨치고 키가 크지 않은 두 사람은 정상급 기동력을 장착하고 기술을 업그레이드 해왔다. 이들의 전망은 올 시즌에도 밝은 편이다. 둘 다 익숙한 기존 외국인선수들과 2년 연속 호흡을 맞추게 됐다. 외국인 빅맨들은 이타적인 한국정서와 함께 한국 특유의 복잡한 공수패턴을 익히지 못할 경우 자신의 기량을 100% 발휘하지 못하는데, 기존 선수들과 2년 연속 함께한다는 함지훈과 최부경으로선 행운이다.
올 시즌 성장을 노리는 장재석은 현재 목 부상으로 정상 컨디션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역시 다른 빅맨들에 비해 100% 경기력을 찾는 데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이밖에 베테랑 이동준과 이현호(전자랜드), 김승원(오리온스) 등도 지켜봐야 할 자원들이다. 김종규를 제외하고 가장 빨리 뽑힌 신인 이대혁(KGC) 역시 지켜볼만 하다. 이들이 기존 토종 빅맨들을 상대로 어느 정도 버텨줄지 궁금하다.
프로농구는 지난 3월 서장훈이 은퇴를 선언했다. 서장훈이 빠진 국내농구 골밑을 지키는 토종 지킴이는 반드시 필요하다. 김주성과 오세근이 ‘왕의 귀환’을 선언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토종 빅맨들의 폭풍성장이 돋보이는 시즌이 될 지 궁금하다. 기왕이면 많은 선수가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한국농구의 경쟁력도 높아진다.
[김주성-오세근 맞대결(위), 최부경(가운데), 김종규(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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