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역시 최대변수는 목동구장이다.
넥센과 두산의 준플레이오프가 잠실에서 다시 목동으로 넘어왔다. 물러설 곳 없는 최후의 격돌이다. 5차전 변수는 역시 목동구장이다. 1~4차전서 드러난 경기 흐름과 양팀의 대응을 살펴보면 확실히 구장 환경에 크게 좌우됐다. 하지만, 단기전은 정규시즌과는 다르다. 모든 게 데이터대로 풀린 건 아니었다. 5차전에 임하는 두 팀이 유념해야 할 부분이다.
▲ 정규시즌 데이터와 단기전의 차이
목동구장은 좌우 펜스 98m, 가운데 펜스 118m다. 펜스 높이는 2m28cm. 반면 잠실구장은 좌우 펜스 100m, 가운데 펜스 125m다. 펜스 높이는 2m60cm. 잠실이 목동보다 좌, 우중간이 드넓고 펜스도 높다. 당연히 잠실에선 홈런이 나올 가능성이 적고 3루타가 많이 나온다. 목동에선 홈런은 많이 나오고 3루타는 덜 나온다. 실제로 정규시즌서 잠실 홈런은 110개였다. 경기당 0.86개. 반면 정규시즌 목동 홈런은 111개였다. 경기당 1.73개.
하지만, 데이터는 데이터였다. 준플레이오프는 달랐다. 목동에선 1차전 박병호의 솔로포가 홈런의 전부였다. 그러나 잠실에선 3차전 홍성흔과 최준석의 백투백 솔로포, 4차전 최재훈의 역전 결승 투런포가 터졌다. 목동보다 잠실에서 홈런이 더 많이 터진 것이다. 잠실 3~4차전을 앞두고 투수들은 “목동보다 잠실이 심리적으로 편하다”라고 입을 모았지만, 결과적으론 꼭 그렇지도 않았다.
▲ 심리적인 차이는 있지만…
두산 김진욱 감독은 “단기전서 목동과 잠실의 차이는 분명히 있다. 컨트롤이 좋지 않은 투수들은 확실히 목동이 부담스럽다”라고 했다. 올해 넥센과 두산의 마운드는 그리 강하지 않았다. 넥센이 팀 평균자책점 4.12로 5위, 두산이 팀 평균자책점 4.57로 7위였다. 선발진 후미, 중간불펜의 문제는 올 시즌 두 팀의 공통적인 화두였다.
실제로 두 팀의 불펜진은 목동보다 잠실에서 좀 더 자신있는 투구를 했고, 결과도 좋았다. 선발투수의 구원 등판 없이 14회까지 진행됐던 3차전이 좋은 예시다. 양팀 불펜진은 15⅓이닝 1실점을 합작했다. 특히 두산 윤명준, 변진수, 오현택, 넥센 한현희, 송신영, 이정훈 등이 나란히 호투했다. 이들은 잠실에서의 좋은 기억을 갖고 5차전 목동 불펜에 대기한다.
하지만, 김 감독은 꼭 목동에서 투수가 불리하진 않다고 했다. “컨트롤이 좋은 투수는 몸쪽 승부를 과감하게 할 수 있다. 그러면 잘 맞지 않는다”라고 했다. 직구 최고구속 130km대의 유희관이 2차전서 호투했던 것도 면도날 제구력 덕분이었다. 목동에서 분명 한 방을 맞을 수 있다는 부담감은 있지만, 자신의 좋은 제구력을 믿고 던지면 된다는 의미다.
5차전 선발투수는 브랜든 나이트와 유희관이다. 이들은 목동에서 열렸던 1~2차전서 나란히 선발등판해 호투했다. 이들이 좋은 컨디션만 유지한다면 목동이라고 해서 무너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 오히려 상대 타선을 압도할 가능성이 크다. 양팀 타선은 목동이든, 잠실이든 활발하게 터지지 않았다. 더구나 5차전서 두 팀은 최고의 컨디션을 지닌 투수만을 등판시킬 가능성이 크다. 목동구장이라서 당장 타격전으로 흐를 가능성이 낮은 이유다. 마지막 승부를 앞두고 심리적으로 오히려 타자가 위축될 수도 있다.
▲ 고정관념을 깨라!
결국 5차전 향방은 양팀 방망이에 달렸다. 목동에서 장타력이 대단했던 넥센 타선은 준플레이오프 내내 잠잠했다. 박병호와 강정호의 침묵이 걱정스러울 정도다. 오히려 두산이 홍성흔과 최재훈 등을 중심으로 장타력이 살아난 흐름이다. 경기가 타격전으로 흐른다고 해서 반드시 넥센이 유리한 법은 없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4차전 이후 “타격이 살아날 방법을 찾겠다”라고 했는데, 실제 찾았을지 궁금하다.
확실히 목동구장에 대한 고정관념을 깰 필요가 있다. 좋은 투수들이 타선을 계속 압도한다면 승부는 큰 것 한방보다 작전수행능력과 맞대응 능력서 갈릴 가능성도 있다. 목동 1~2차전 희비를 가른 건 수비시프트와 실책이었다. 홈런이 아니었다. 반면 평소 홈런이 적게 터지는 잠실 3~4차전서는 오히려 소총보단 홈런으로 승부가 갈렸다.
자연스럽게 염경엽 감독과 김진욱 감독의 벤치 수 싸움에 관심이 간다. 철저한 희생번트와 히트앤드 런에 이어 스퀴즈번트와 그에 대응하는 75~100% 압박수비, 위장 스퀴즈에 이은 더블스틸 등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벤치에서 경기 흐름을 장악하고 그때그때 대응을 잘 하는 게 목동구장 고정관념을 깨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목동구장서 진행됐던 준플레이오프 1~2차전 장면.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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