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루틴야구가 위협받는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정규시즌 중 “삼성의 루틴야구가 부럽다. 특정 상황에서 예측 가능한 투수가 올라와서 딱딱 막아준다. 타선 역시 해줘야 할 때 알아서 경기를 풀어간다. 우리도 그렇게 돼야 한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삼성의 안정적인 승리공식이 상대 입장에선 위협적이라는 의미다. 삼성은 늘 그렇게 경기를 풀어왔다. 선발이 5~6이닝을 버텨내고 타선이 적절히 지원하면 경기 후반 불펜 투수들이 공식처럼 기용돼 승리를 만들어낸다.
삼성의 이런 루틴야구는 나머지 8개구단에도 모두 노출됐다. 그저 알고도 당했다고 하면 맞는 표현일 것 같다. 워낙 그 파괴력이 대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 시즌 삼성 불펜의 힘은 예전에 비해 약화됐다. 선발진은 10승 투수를 4명 배출했으나 국내야구를 대표하는 특급 에이스라고 하기엔 저마다 약간의 약점이 있었다. 타선? 원래 종잡을 수 없는 게 공격력이다. 루틴야구가 늘 승리를 담보하는 건 아니다.
▲ 1차전 패배, 삼성 승리 루틴이 깨졌다
삼성의 24일 한국시리즈 1차전 패배는 삼성의 루틴야구가 깨졌다는 의미다. 일단 경기 초반부터 타선의 지원이 전혀 이뤄지지 못했다. 두산이 1차전서 선발투수 노경은을 낼 것이란 예상은 했지만, 막상 실전에서 타자들이 노경은 공략에 실패했다. 그렇다면 선발 윤성환이 경기 중, 후반까지 투수전을 만들어줬어야 했다. 삼성 타선은 뒷심이 있어 올 시즌 경기 후반 역전승도 제법 많이 일궈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성환은 너무 많은 점수를 줬다. 류중일 감독의 교체 타이밍이 늦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타선은 경기 후반 기지개를 켰으나 시동이 너무 늦게 걸렸다. 결과적으로 삼성야구가 좋지 않을 때의 모습이 그대로 나온 1차전이었다. 삼성으로선 에이스 윤성환을 내고도 패배한 게임이라 더욱 뼈 아팠다.
한편으로는 삼성이 삼성만의 승리 루틴이 깨질 경우 패배할 확률이 높다는 게 드러났다. 어느 팀이든 자신의 강점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경기를 풀어가지 못하면 패배 확률은 높아진다. 그러나 삼성은 루틴야구를 할 때와 하지 못할 때의 경기력 차이가 심했다. 물론 지난해와 올해 타선의 뒷심이 좋아지며 화끈한 역전승이 자주 나왔으나 기존 루틴야구를 위협할 정도의 안정적인 승리공식은 아니었다. 두산은 삼성 루틴야구를 깨는 방법을 보여줬다.
▲ 두산은 예상 외로 강하다
삼성이 단기전서 갑자기 기존 루틴야구를 뛰어넘는 또 다른 승리공식을 만들어내긴 어렵다. 결국 특유의 루틴야구를 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내야 한다. 다행히 1차전 막판 타선이 조금씩 살아났다. 류중일 감독도 “9회 1점은 분명 2차전서 삼성에 좋게 작용할 것이다”라고 했다. 1차전서 슬라이딩을 하다 다친 박한이가 2차전서 결장하더라도 슈퍼백업 정형식이 있다. 또한, 2차전 선발투수 릭 밴덴헐크의 컨디션이 매우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배영수와 장원삼을 제치고 2선발로 낙점된 건 이유가 있다. 밴덴헐크가 더스틴 니퍼트와 대등한 승부를 벌이고 타선이 집중력을 발휘하면 삼성의 루틴야구는 2차전서 곧바로 가동될 수 있다.
문제는 두산이 삼성의 루틴야구를 언제든 파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거쳤으나 워낙 야수층이 두꺼워 공수 집중력이 떨어지지 않았다. 약점인 불펜도 위태롭지만, 완벽하게 무너질 정도는 아니다. 무엇보다도 삼성입장에선 그동안 포스트시즌서 부진했던 김현수와 홍성흔이 완벽하게 살아났고, 손시헌도 좋은 출발을 했다는 게 걸리는 대목이다.
삼성은 그동안 숱한 어려움을 뚫고 정규시즌 3연패에 성공했고 사상 첫 정규시즌, 한국시리즈 통합 3연패에 도전 중이다. 그러나 삼성 특유의 루틴야구가 한국시리즈 1차전부터 위협을 받았다는 건 찝찝하다. 그럼에도 삼성은 루틴야구가 살아나길 기다리는 것 외엔 별다른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삼성과 두산의 한국시리즈 운명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은 이유다.
[삼성 선수들(위, 가운데), 두산 선수들(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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