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역시 포스트시즌은 벤치워크가 중요하다.
한국시리즈 3차전 키워드는 두산 유희관의 ‘강제교체’였다. 선발 유희관은 4회 2사에서 의도치 않게 강판했다. 두산 코칭스태프가 순간적으로 냉정함을 잃었기 때문이다. 김진욱 감독도 경기 후 “다신 일어나선 안 될 일”이라고 했다. 이후 흐름은 삼성에 넘어갔다. 벤치의 실수 하나가 경기 결과를 좌우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유희관의 교체는 길게는 한국시리즈 4~5차전 이후의 흐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냉정함 잃은 두산 벤치
야구규칙 8.06(b)에는 ‘감독이나 코치가 한 회에 동일 투수에게 두번째로 가면 그 투수는 자동적으로 경기서 물러나야 한다’라고 돼 있다. 한 이닝 마운드 방문 2회 금지 조항인데, 스피드업을 위한 규칙이다. 두산 벤치는 순간적으로 이 규칙을 인지하지 못했다. 판정에 흥분해 심판에 항의를 하다 무의식적으로 벌어진 사태였다.
두산 유희관은 직전 포스트시즌 3경기에 비해 확실히 구위가 좋지 않았다. 4회초 박석민에게 좌중간 2루타를 맞자 정명원 투수코치가 마운드를 방문해 유희관을 다독였다. 1회 방문. 코칭스태프가 4회에 한번 더 마운드에 방문하면 유희관을 교체해야 한다. 유희관은 계속된 1사 만루 위기서 손시헌의 실책으로 선취점을 내줬다. 이때 두산 벤치가 격렬하게 항의했다. 2루로 향한 1루주자가 포스 아웃이라는 것. 느린 그림상 아웃이었다. 여기서 두산 벤치의 평정심은 흔들렸다.
유희관은 계속된 1사 만루 위기서 이지영에게 좌익수 희생플라이를 내줬다. 두산 좌익수 김현수는 포수 최재훈에게 힘차게 송구했다. 최형우는 벤트레그 슬라이딩에 성공했다. 세이프. 이때 김 감독이 또 다시 그라운드로 뛰쳐나왔다. 아웃이 아니냐는 것. 어필은 예상 외로 오래갔다. 사단은 여기서 났다. 강성우 배터리코치가 포수 최재훈에게 다가가 얘기를 한 뒤 마운드를 방문한 것이다. 강 코치의 모습을 본 기록실에서 이를 지적해 유희관의 교체가 결정됐다. 결국 어필 상황에서 강 코치가 순간적으로 마운드 방문 횟수를 착각한 것이다.
▲ 삼성이 KS 흐름을 잡았다
김 감독은 유희관의 투구내용이 불안해도 4회에 내릴 마음은 없었다. 크게 흔들리는 상황이 아니었다. 다음 투수가 준비조차 돼 있지 않았다. 또한, 불펜소모가 심한 상황에서 가장 믿을만한 선발투수가 4회에 내려간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벤치미스로 유희관이 내려가면서 두산은 의도치 않게 불펜을 풀가동하고 말았다. 유희관이 빨리 내려가면서 불펜투수들이 충분한 휴식을 취할 기회를 놓쳤다. 더구나 28일과 29일엔 한국시리즈 4~5차전이 연이어 진행되기 때문에 이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었다.
삼성이 두산의 어수선함을 틈타 흐름을 장악했다. 장원삼이 7회 실점할 때까지 두산 타선을 꽁꽁 묶었고, 삼성 타선은 두산 불펜투수들에 연이어 위협을 가했다. 두산이 7회 홍성흔의 솔로포 등 2점을 만회했으나 삼성이 가져간 흐름을 돌려놓지 못했다. 두산으로선 벤치의 미스로 1경기 자체가 날아간 셈이었다. 불펜 소모가 심했다는 점에서 4~5차전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만약 삼성이 4~5차전서도 승리한다면 유희관의 조기 강제교체는 두산으로선 뼈 아픈 순간으로 남을 전망이다. 흐름을 주고 받는 게 중요한 포스트시즌서는 벤치워크가 너무나도 중요하다.
▲ 두산도 전화위복이 가능하다
전체적인 흐름은 분명 삼성이 잡았다. 하지만, 여전히 시리즈 스코어는 2-1이다. 두산에 유리하다. 두산은 28일 4차전만 잡으면 한국시리즈 흐름을 다시 갖고 오게 된다. 두산은 유희관의 강제교체로 얻을 이점도 있다. 유희관이 3⅔이닝동안 단 52구만 소화했기 때문에 언제든지 구원등판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유희관은 두산의 선발로테이션상 한국시리즈 7차전 등판이 유력했다. 그러나 7차전 성립 가능성은 아무도 모른다. 두산은 유희관을 28일 4차전서 쉬게 한 뒤 상황에 따라 29일 5차전. 31일 6차전서는 충분히 구원으로 투입할 수 있다. 유희관은 구원등판 경험이 많다. 게다가 두산엔 왼손 구원투수가 없다. 27일 벤치미스가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유희관이 구원 등판할 경우 삼성에 확 쏠린 불펜 무게감을 두산이 어느 정도 돌려놓을 수 있다. 이 역시 김 감독의 결단이 필요하다. 한국시리즈 중, 후반을 뒤흔들어 놓을 수 있는 또 다른 변수다.
[유희관(위), 두산 코칭스태프 항의(가운데), 두산 선수들(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