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뒷맛은 개운치 않다.
지난 20일 SK-오리온스전서 나온 오심. 오리온스는 재경기를 요구했다. 그러나 판정에 대한 제소로는 재경기가 이뤄지지 않는 KBL 규정상 심판들의 징계로 사건이 마무리 됐다. 주심 최한철 심판과 제1부심 홍기환 심판에게 2주 출전정지, 제2부심 김백규 심판에게 1주 출전정지 처분이 내려졌다. 이들은 징계기간 보수의 20%가 깎인다. 하지만, 여전히 뒷맛은 개운치 않다. 매 시즌 결정적인 오심은 반복된다. KBL은 그때마다 사건을 뒷수습하는 데만 급급하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 익명을 요구한 농구인들에게 해법을 들어봤다.
▲ 판정 기준을 명확히 하라
당시 오심은 크게 두 장면이었다. 우선 오리온스 전태풍이 김동욱에게 넘겨주는 패스를 SK 주희정이 가로채는 상황에서 김동욱이 파울을 범했다. 파울이 나온 뒤 주희정이 공을 앞으로 던졌다. 심판들은 일반적인 파울을 지적했다가 속공파울로 정정했다. 또 하나는 오리온스 이현민의 돌파 때 정상적인 몸싸움이 일어났음에도 SK 변기훈이 크게 쓰러졌다. 헐리우드 액션이었다. 감정이 폭발한 오리온스 추일승 감독은 테크니컬 파울을 연이어 2개 받고 올 시즌 1호 감독 퇴장을 당했다. 이후 흐름이 SK에 넘어가면서 경기는 사실상 끝났다.
KBL 규칙 제12장 90조 속공파울 4항에는 ‘루즈 볼 상황에서 명확하게 속공 나가는 선수가 볼을 소유할 수 있다고 심판이 판단할 때, 수비선수가 의도적으로 파울을 할 때(볼 스틸 상황)’ 속공 파울이 불린다고 했다. 하지만, 김동욱의 파울 당시 SK가 속공을 할 것이란 확실한 움직임은 없었다. 농구인 A씨는 “심판들마다 속공파울의 콜 기준이 조금씩 다른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실제 이는 선수들을 매우 헷갈리게 한다.
제79조엔 ‘시뮬레이션 액션’이란 규정이 명시돼 있다. ‘경기 중 상대선수의 파울을 유도하기 위해 과장된 행동을 하여 심판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것이 경기종료 후 비디오 분석을 통하여 확인되는 경우 해당선수에게 시뮬레이션 액션에 대한 20만원의 벌과금이 부과된다’라고 했다. 농구인 B씨는 “변기훈의 시뮬레이션 액션이 있었던 것 같다”라면서도 “심판들이 시뮬레이션 액션을 자주하는 선수들의 특성을 파악해둬야 한다”라고 했다.
좀 더 세밀하고 명확한 콜이 필요하다. 소위 말하는 헐리우드 액션의 경우 워낙 순간적으로 이뤄진다. 선수 입장에선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심판이 정상적인 반칙도 놓치고 지나가는 경우가 있다고 하소연한다. 이 역시 심판들이 좀 더 세밀하게 판정을 내리면 선수들이 액션 걱정을 할 이유가 없다. 농구인 A씨 역시 “예전보다 많이 줄었지만, 일부 선수들은 여전히 꾀를 부린다”라고 안타까워했다.
▲ 깔끔하지 못한 뒷수습
통상적으로 감독이나 선수가 테크니컬 파울 2회로 퇴장을 당하면 재정위원회에 회부된다. 그러나 확인결과 지난 21일 열렸던 KBL 재정위원회에선 추 감독의 퇴장 안건이 회부되지 않았다. 농구인 A씨는 “KBL이 오심을 인정했다는 또 다른 증거”라고 했다. 물론 테크니컬 파울 2회로 퇴장한 사람에 대한 추가징계 여부는 KBL 규칙엔 나와있지 않다. 어쨌든 KBL은 농구 팬들의 성난 민심을 잠재우기 위해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억울한 추 감독만 테크니컬 파울에 의한 벌금을 내게 됐다.
이보선 KBL 심판위원장은 22일 전화통화서 “매 경기를 녹화해 심판들과 모니터하면서 교육도 하고, 논의도 한다”라면서도 “해당 심판에 대해서 제재를 가할 것이다.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게 중요하다”라고 했다. 이 심판위원장도 당혹스러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농구인 A씨는 “KBL이 팬들과 오리온스에 공식 사과를 해야 한다”라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오심을 한 심판들은 징계 기간이 끝나면 정상적으로 다시 경기에 투입된다. 물론 징계기간에 보수는 삭감되지만, 그들이 또 다시 결정적인 오심을 하지 않는다는 법은 없다. 이 심판위원장은 “시즌 후 심판들에 대해서 종합적인 평가를 한다. 연봉이 인상되지 않을 수도 있고, 재계약을 포기할 수도 있다”라고 했다. KBL 심판들의 연봉계약은 1년 단위로 이뤄진다. 이번 오심을 범한 심판들은 일단 내년 재계약을 할 때 불리하게 됐다.
▲ KBL, 심판에 대한 투자 강화해야 한다
KBL 심판들의 자질 자체가 떨어지는 건 아니다. NBA와 비교할 때도 단순 오심 횟수로는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횟수가 아니라 오심의 질이다. 누가 봐도 명확한 상황에서 오심을 한다면 오리온스 같은 피해자가 나오게 된다. 농구인 B씨는 “경기의 흐름을 바꾸는 오심을 하는 건 곤란하다. 특히 접전상황에서의 오심과 보상판정은 지양돼야 한다”라고 했다.
농구인 A씨는 “근본적으로 KBL이 심판교육을 위해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라고 했다. 이 심판위원장은 “비 시즌에 심판들을 NBA로 보내서 현지 심판들과 미팅도 하고, 교육도 받는다”라고 했다. 하지만, 예산 등 현실적인 문제로 모든 심판이 선진화된 교육을 받진 못하는 실정이다. 프로농구 초창기 시절엔 경력 많은 외국인 심판을 초빙하기도 했지만, 현재 그마저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밖에 KBL과 대한농구협회가 손을 잡고 국제심판학교를 만들거나 타 리그와의 교환 업무 등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시뮬레이션 액션, 보상판정, 한 박자 늦은 판정, 비디오판독 오심 등 매번 지적되는 근본적인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는다. KBL 스스로 이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농구인기 부활은 불가능하다.
[항의하는 추일승 감독(위, 아래), 항의하는 오리온스 선수들(가운데).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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