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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지영 기자] 우리가 알던 배우 김윤경이 맞을까.
긴 생머리에 가냘픈 몸매, 청순하고 수수한 역할이 떠오르는 김윤경은 아니었다. 그는 KBS 2TV 주말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의 은미란 역을 통해 데뷔 15년 만에 처음으로 변신을 시도했다.
화려한 의상과 반짝이는 액세서리, 짙은 화장과 세련된 단발머리 등 그간 김윤경이 고수해오던 스타일과는 정반대로 변신한 그는 아내가 있는 남자와 불륜을 저지르는 여자를 연기한다.
연기 생활 15년 만에 '첫 변화'에 도전한 여배우 김윤경을 만나 그의 속마음을 들어봤다.
"난 늘 똑같았는데 사람들은 그렇게 보네요. 전 정말 달라진 게 없는데. 역할이 청순하고 수수한 역할만 하다 보니 옷을 평범하게 입고, 머리도 늘 긴 생머리만 고수했을 뿐인데 이번 변화에 사람들의 반응이 생각보다 크긴 하네요. 예전엔 식당에 가면 밑반찬 한 개도 더 챙겨주시던 분들이 이제는 저를 보는 눈빛이 싸늘하세요."
그간 그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그의 변화는 사뭇 '파격'적이기까지 하다. 이 같은 변화를 감행하기까지 김윤경을 이끌어준 사람이 '왕가네 식구들'의 진형욱 PD. KBS 1TV '당신 뿐이야'를 통해 김윤경을 만난 진 PD가 그의 숨겨진 면을 발견했다. 김윤경 역시 "내가 은미란 같은 역할을 만날 것이라는 생각조자 못했다"고 할 정도니 현재의 그에게 진 PD는 은인과도 같은 존재다.
"처음에 제안을 받고 '내가?'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어요. '내가 어떻게 이런 역을 하지?'라고 생각했는데 감독님이 그러셨어요. '네 안에 다른 모습이 있을 테니까 걱정 말고 하자'라고. 감독님이 용기와 기회를 모두 주신 거죠. 제가 그런 말을 살면서 언제 해보겠어요."
"은미란은 본래 15회만 출연하는 거였어요. 실제로 따지면 진작에 미국으로 갔어야 했는데 생각보다 극에 중요한 역할을 하다 보니 아직 까지 있네요. 작가님과 감독님의 공이 크죠. 해본 적 없는 역할을 하려니 연기가 막히고,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 자꾸 고민하게 되고. 요즘 진짜 연기 공부가 하고 싶어서 연극 영화과에 다시 들어가 볼까 생각하고 있어요."
김윤경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은미란과 전혀 다른 그의 참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매일 새벽 6시에 저절로 눈이 떠지고, 한 순간도 쉬지 않고 몸을 움직이고 집안일을 하는 덕분에 따로 다이어트를 하지 않는다는 김윤경. 부지런한 엄마 김윤경, 아내 김윤경이 보면 볼수록 미운 은미란을 연기할 수 있게 된 데에는 그의 남편의 공이 무척 크다.
"남편과 아들이 제 엔돌핀이자 원동력이에요. 제 모든 일에 적극적으로 응원하는 편이에요. 이번에도 제가 머뭇거리고 있을 때 '뭐가 그렇게 겁나? 두려울 게 대체 뭐야. 내가 이렇게 응원하는데'라고 해줬어요. 술을 못 마시는 저에게 '쓴 소주를 알아야 인생을 안다'라고 가르쳐 준 사람이에요."
'결혼 참 잘했다'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행복해 보이는 그는 "남들과 똑같이 살아요. 이렇게 말해도 사람 사는 건 다 똑같잖아요"라며 쑥스러워했다. 8년 연애 끝애 결혼을 한 그는 성형외과 의사인 남편과 결혼 전 '내 손으로 네 몸에 칼 대는 일은 안 한다'는 약속을 나눴다. 이런 그에게 '성형 의혹'까지 제기되자 남편과 김윤경은 무척이나 즐거워했다.
"결혼 전에 남편이 제 점을 빼줬는데 그때 엄청 고생을 했어요. 그 이후론 성형에 관련한 어떤 것도 하지 않아요. 아마 남편과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아직도 제가 남편 아내인지도 모를 거예요. 이번에 드라마 하면서 '성형했냐'는 말을 듣는데 정말 기분 좋았어요. 그런 말을 듣는 게 이번 목표였거든요. 확실히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는 말이잖아요."
'왕가네 식구들' 이후로 들어오는 역할마저 달라졌다는 김윤경의 연기 목표는 생각보다 간단했지만 또 어려웠다.
"쉽게 말하면 길게 가는 연기자라고 할까요. 반효정 선생님 같은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선생님이 저에게 '너희 집 안방을 아침프로그램에서 보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라고 하셨는데 지금 보면 그 말이 제일 와 닿아요. 가족들 피해 안 주고 연기만 하는 것이 진짜 배우라는 선생님 말. 그 말처럼 연기하고 싶어요."
[배우 김윤경.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이지영 기자 jyou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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