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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뮤지컬 배우 김보경은 약 11년간 뮤지컬 무대에 서오며 다소 어둡고 여린 이미지를 얻게 됐다. 개인적으로는 밝은 성격을 지니고 있는 김보경이지만 작고 마른 몸매, 여린 목소리 등을 가진 만큼 슬픈 인물을 주로 연기해 왔다.
그런 김보경이 변화를 시도했다. 뮤지컬 '위키드' 속 글린다 역을 통해 통통 튀는 인물로 변한 것. 극중 글린다는 자신이 느낀 그대로를 표현하는 솔직하고 귀여운 캐릭터다. 사실 관객들은 김보경의 글린다 역 발탁 소식에 다소 놀란 면이 없지 않다. 그간의 이미지와는 확실히 달랐기 때문. 하지만 현재 관객들은 잔망 그 자체인 김보경 연기에 소위 '글린다 앓이' 중이다.
김보경은 최근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위키드'라는 큰 작품을 하는 것도 부담스러웠지만 개인적으로 그간 박혀 있는 이미지 때문에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부담이 많았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내 성격은 참 밝고 명랑한 이미지인데 그간 박혀 있는 이미지가 슬픈 역할이다 보니까 '이거를 내가 잘 할 수 있을까'라는 그런 부담감이 조금 있었다"며 "분명히 할 수는 있는데 그런걸 벗기까지, 남들이 볼 때 '김보경에게 저런 면이 있구나'라고 인정 해주기까지가 걱정됐다. 나부터 시작하지만 주변 사람들, 스태프들, 배우들, 또 관객들에게까지. 나 자신이 큰 용기가 없으면 좀 힘들었을 것 같다"고 고백했다.
"'미스사이공' 킴 역을 오랫동안 했을 때 우울함 속에서 벗어나는게 힘들었다. 역할에서 탈피하는게 힘들었는데 그런 점이 부담스럽고 힘들었다. 하지만 '위키드'를 하면서 김보경 안에 있는 또 다른 모습이 신기하다. '파퓰러(Popular)'를 부를 때도 정말 신나고 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것 같다."
이어 김보경은 오디션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어쩌다 생각해낸게 마술봉이었다. 마술봉을 만들어간 정성을 높이 평가하신 것 같다"며 "뭔가 '위키드' 하면 마술, 마녀, 요 술봉이 생각났다. 글린다 스럽게 의상도 예쁜 드레스를 준비해 가고 평범하지 않은 이미지를 공략했다"고 말했다.
"마술봉은 막대걸레로 만들었다. 새벽에 짐을 챙기다가 아무래도 오디션이 걱정 됐다. 긴장도 되고 잠도 안 오고 해서 생각을 많이 하던 중 구석에 막대 걸레가 보이더라. 순간 저거다 싶어서 걸레를 떼어내고 막 꾸몄다. 또 워낙 오디션장에선 긴장을 잘 안한다. 그런게 매번 장점이 되지 않았나 싶다. 긴장하고 가면 준비해간 것도 못하게 되는데 차분하게 할 것만 딱 한 것이 자신감으로 어필 됐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게 글린다 역을 맡게 된 김보경은 매일이 즐겁다. '파퓰러'를 부를 때는 가슴 아파하지 않아도 되고, 평소 친구와 놀 때와 똑같이 행동하고 노래할 수 있어 신이 난다. 길고 워낙 빠른 템포의 곡이라 처음엔 부담스러워 틀리면 '멘붕'일거라는 생각에 걱정도 됐지만 익숙해지니 이제 즐길 수 있게 됐다.
춤을 추는 장면에서는 오히려 유연한 몸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원래 발레를 잘하는 탓에 '원래 못하는데 잘 하는 줄 아는' 글린다의 몸짓을 연기하기란 쉽지 않았다. 웃겨야 하는 부분에서 정석으로 나올까봐 고민했고 스트레스도 받았다. 하지만 계속된 연습 끝에 서투르면서도 귀여운 김보경 특유의 몸짓을 만들 수 있게 됐다.
"슬프고 무거운 역할을 맡을 때는 좀 힘들다. 감정이 가라앉다 보니까 평상시 생활도 조금 가라 앉은 느낌이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밝아지고 싶은데 왠지 모르게 그렇게 되더라. 글린다를 하고 나서는 그런 스트레스가 없다. 오히려 더 밝아진 것 같다. 조금이라도 웃게 되고 웃게 되면 기분이 좋아진다. 원래 성격도 우울함보다는 밝은 느낌이다. 글린다는 살짝 제 성격이다. 딱 내 역할이라고까지는 감히 못하겠지만 정말 매력 있다. 꼭 하고싶었던 작품에서 국한돼 있던 이미지를 다양하게 만드는 계기가 돼서 행복하다."
한편 뮤지컬 '위키드'는 브로드웨이에서 10년째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대형 히트작이다. 고전 '오즈의 마법사'의 이전 이야기를 기발한 상상력으로 유쾌하게 뒤집은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베스트샐러 '위키드'를 기반으로 했다.
뮤지컬 '위키드'는 오는 1월 26일까지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된다.
[뮤지컬 '위키드' 김보경. 사진 = 설앤컴퍼니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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