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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보자마자 펑펑 운 연극,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연극 '나쁜자석'은 9살에 만나고, 19살에 사랑하고, 29살에 내 인생이 된 네 사람. 고든, 프레이저, 폴, 앨런의 이야기를 그리며 팽팽한 긴장감을 전하는 것과 동시에 슬픈 감성을 자극하는 작품이다. 순수했던 9살, 갈등이 최고조로 달한 19살, 다시 만난 29살의 이야기를 그리며 섬세하고 세련된 감정을 전한다.
매 시즌 대학로의 핫한 남자 배우의 출연으로 인기를 모은 연극인 만큼 이번 공연 역시 새로운 배우들에 관심이 쏠렸다. 이번 시즌에서는 송용진, 김재범, 정문성, 이동하, 김종구, 김대현, 박정표, 이규형이 출연하는 가운데 박정표는 앨런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다.
박정표는 최근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나쁜자석'이라는 이 어렵고도 매력적인 작품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그는 "'나쁜자석'에 대해 잘 몰랐는데 친구들이 많이 출연하니까 보려고 했다. 근데 자리가 없더라. 모니터를 하러 갔는데 자리가 없으면 어떡하나. 만석인 상태에서 앞자리 맨 끝에 겨우 불편하게 앉아 볼 수 있었다. 근데 그 날 펑펑 울었다"고 입을 열었다.
'나쁜자석'은 말 그대로 박정표의 취향이었다. 남을 웃기는데는 소질이 있지만 정작 자신은 잘 웃지 못하고 어둡고 싶은 구석이 있는 박정표인 만큼 '나쁜자석'의 감성은 그 어떤 작품보다도 깊게 들어왔다. 故김광석의 '서른즈음에'의 가사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를 떠올리게 하는 '나쁜자석'을 보며 '번역극인데 이럴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사가 시적임에도 불구 속된 말로 그 맛을 곧바로 알 수 있었다.
"곧바로 '할래요' 했다. 심지어 친한 친구들이 모두 출연하는 극이다. 누가 우릴 다시 모아주니까 정말 좋았다. 나이를 같이 먹은 친구들과 조금은 철이 들어서 함께 작품을 하게 됐다. 철이 안 들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좀 서글프긴 한데 어떻게 살아온지 아는 친구들과 함께 하니 눈만 바라봐도 개인적으로 훅 오더라."
실제로 '나쁜자석' 출연 배우들은 남다른 결속력을 자랑한다. 대학로에서 내로라 하는 핫한 배우들, 그것도 서로의 개인적인 면까지도 이해하는 배우들이 모였으니 그 합의 결과는 이루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서로를 너무 속속들이 알아도 문제는 있는 법. 이와 관련, 박정표는 "안 좋은건 친구라서 너무 잘 아니까 서로 조금 봐주게 되는 부분이 있다"고 고백했다.
그는 "모르는 사람이 서있으면 긴장을 하고 내가 이정도 하면 얘가 뭘 하겠구나 하겠는데 단점은 '알잖아~' 하면서 이해를 바라게 되더라. 기대 가려는게 안 좋은 점다. 그래도 표가 날 정도는 아닌데 스스로 느끼는 부분이 있어 그러지 않으려고 한다"고 밝혔다.
"사실 처음 연습하러 모여서는 연습을 안 하고 족구만 했다. '나쁜자석'은 출연 배우 대부분이 30대다. 그래도 조금은 경험이 쌓인 배우들이다보니 분석은 계속 얘기하면서 다 되게 돼있다. 대신 팀워크가 안 나오면 산으로 간다. 연출님이 술은 부담스러웠는지 족구를 택했다. 하루에 상당 부분 족구를 하는데 배가 고파질 정도로 한다. 땀 빼니까 피부는 좋아진다."(웃음)
첫 시작은 족구였지만 베테랑이 모인 만큼 연습은 계속됐다. 공연이 시작된 뒤에도 배우들의 연습은 계속됐다. 박정표는 "되게 열심히 하는 척 한다고 할 수도 있다. 좀 천방지축이라 그렇지 다 열심히 하는 애들이다. 지나가다가 대사를 치면 자연스럽게 한다. 친하면 그렇게 된다. 맨날 연습을 하니까 대충 하는게 없다"고 말했다.
"'나쁜자석'을 보며 '서른즈음에'가 생각난건 실제로도 매일 이별하며 살기 때문이다. 우리들은 매일 사람을 만난다. 혼자 집에 하루종일 있는 날도 있지만 사실 그런 날도 내 스스로 사람들과 이별을 한거다. 만난 날은 만났다고 생각하지만 못 만난거일 수도 있고. 부정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지만 '나한테 남은게 뭘까'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 하고도 매일 이별하고 태어난 날부터 오늘과 죽을 때까지 이별을 한다. '나쁜자석'을 보면서도 이 감정을 느꼈다."
하지만 매일 이별하는 것이 마냥 부정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이 박정표의 의견이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어두운 감성에서 이 극이 쓰여졌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나쁜자석'에는 희망이 있다는 생각도 지울 수 없다. '나쁜자석'에 나오는 '그 씨앗은 싹이 났을까요'라는 대사. 이는 곧 '내일은 만날 수 있을까요'라는 열린 결말, 어둡지만 희망이라는 것이다.
한편 박정표가 출연하는 연극 '나쁜자석'은 오는 3월 2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공연된다.
[연극 '나쁜자석' 앨런 역 배우 박정표. 사진 = 악어컴퍼니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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