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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불쌍한 친구 고든.. 그런데 이런 역할이 좋다"
연극 '나쁜자석'에서는 고든, 프레이저, 폴, 앨런 모두 다소 가슴 아픈 인생을 산다. 그 중에서도 극의 중심이 되는 고든은 어린 시절부터 상처 받고 이후에도 그 상처가 치유되지 않은 채 깊어져만 가는 인물이다. 때문에 고든 역의 배우들은 다른 배우들보다도 더 어둡고 그래서 더 아련하다.
때문에 이번 공연에서 합류한 김재범의 고든은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김재범 특유의 아련한 감성이 고든을 만나 극대화 될 것이라는 기대가 이어졌다.
김재범은 최근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고든을 처음 만났을 때는 참 답답했다. 이런 친구가 다 있나 불쌍하기도 했다. 지금 공연을 하면서도 불쌍하고 그렇다. 내성적인 부분들이 나와 약간 비슷하다. 이런 역할들을 개인적으로 참 좋아한다"고 입을 열었다.
김재범은 지난 2009년 '나쁜자석'을 본 적이 있다. 이에 다시 만난 '나쁜자석'은 김재범에게 익숙하기도, 새롭기도 했다. 그는 "예전의 '나쁜자석'은 약간 정적인 느낌이 강했다면 지금은 젊은 느낌이라고 해야 되나. 동적인 느낌이 강하다. 고든이 감정을 폭발시키지는 않지만 더 감정적이라 더 좋다"고 밝혔다.
사실 김재범에게 고든은 참 어려운 역할이었다. 수많은 역할을 해봤지만 9살, 19살 연기는 걱정이 많이 됐다. "관객들이 참고 봐주시는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지만 9살, 19살의 고든이 되기 위해 그는 치밀한 준비를 했다.
"일단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가 나오는 다큐를 찾아봤다. 공황장애, 발작 등이 나오는 다큐도 봤다. 또 9살의 아이를 분석하기 위해 영화 '아홉살인생'도 봤다. 사실 우리가 9살일 때 9살이 너무 어리다는 생각은 안한다. 그게 전부다. 장난감 하나 부서지는게 자기 인생에서 가장 슬픈 일이다. 9살의 마음을 알기 위해 '아빠 어디가'도 봤다. 그렇게 조금씩 접근했다."
하지만 철저한 공부에도 어려운 점은 있었다. 특히 9살의 감성을 느끼기란 참 힘들었다. 게다가 고든은 보통 9살과는 좀 다른 아이다. 때문에 김재범은 아직까지도 고든을 찾아가는게 많이 힘들었다. 공연 전에는 '얜 왜 이러지'라며 이해하지 못하기도 했다.
김재범은 "고든이 동화를 쓰는데 '무슨 생각으로 이런 글을 썼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그런데도 이해가 힘들었다. 근데 그건 논리적으로 생각을 하려다 보니까 이해하기 힘들었던 것이었다. '애들은 그럴 수 있어'라는 말을 이해 못했는데 '나쁜자석'을 하다보니 점차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9살의 고든을 점차 이해했다고 해서 끝이 아니었다. '나쁜자석'은 프레이저, 폴, 앨런의 9살, 19살, 29살을 보여주는 가운데 고든은 9살, 19살의 모습을 드러낸다. 때문에 김재범은 9살을 힘들게 받아들인 뒤 19살 고든의 상처 역시 더 자세히 봐야 했다.
"19살의 고든은 9살의 고든보다 1000배는 더 상처를 많이 받은 상태인 것 같다. 옛날에 철저하게 혼자였다면 지금은 친구들이 생겼는데 그 안에서 또 혼자인 느낌. 그게 오히려 더 괴롭다고 생각한다. 혼자면 '난 어차피 혼자니까'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내가 전부라고 생각하는 내 친구들 안에서 떨어져 나가고 싶지는 않고 '난 이제 혼자'라는 생각이 드니까 괴로운 것이다. 그래서 지쳐있고 상처투성이인 상태인 것 같다."
9살, 19살의 고든을 이해하고 난 뒤, 김재범은 그의 감성을 그대로 관객들에게 전해야 했다. 김재범도 관객들과 똑같이 고든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나가는 과정이 있었기에 자신이 느낀 바를 그대로 전달하고 싶었다. 그 과정에서 고든의 감성 자체를 공감시키는 것도 필요했다.
김재범은 "고든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특히 동화가 어려웠다. 말이 안 되고 앞뒤가 안 맞는다. 하지만 9살 아이가 썼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쓰고 싶은대로 썼다고 이해할 수 있다"며 "나를 구원해줄 누군가가 필요했던 고든은 그 누군가가 궁금하면서도 내가 구원 받으면 과연 잘 살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하며 결국 적응하지 못한다. 그런 것들은 논리적으로 접근하려 하지 않고 감정으로 이해했다"고 털어놨다.
"'나쁜자석'을 보면 슬프다. 희망이 있지만 불안함이 있고 절망적이기도 하다. 동화는 곧 고든의 상태를 말하기도 하고 친구들과 나는 도대체 뭘까, 사람은 뭘까라는 고민을 하게 한다. 솔직히 계속 생각하고 분석하고 논리를 넣어도 말이 안된다. 그냥 고든의 감성을 전하고 싶다. 사실 고든을 연기하며 감성적으로 많이 힘들다. 경험해보지 못한, 쉽지 않은 인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우로서, 감정적으로는 또 그런 역할이 좋기도 하다."
한편 김재범이 출연하는 연극 '나쁜자석'은 오는 2014년 3월 2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공연된다.
[연극 '나쁜자석' 고든 역 배우 김재범. 사진 = 악어컴퍼니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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