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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조인식 기자] 추신수가 텍사스 레인저스로 옮기면서 맞이한 가장 큰 변화는 수비 포지션 이동이다. 우익수로 주로 뛰다 지난해 신시내티 레즈에서 1년간 중견수를 봤던 추신수는 새 팀의 사령탑 론 워싱턴 감독의 뜻에 따라 올해부터 텍사스의 좌익수 자리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
아메리칸리그로 온 것 역시 변화이지만, 익숙하기에 괜찮다. 추신수는 신시내티에서 생활한 1년을 제외하면 메이저리그에서 줄곧 아메리칸리그에서만 뛰었다. 30대 중반을 향하고 있는 추신수에게는 가끔 지명타자로도 출전할 수 있는 아메리칸리그가 더 매력적일 수 있다.
좌익수 이동으로 인해 아쉬운 점을 하나 꼽자면, 추신수의 빨랫줄 같은 송구를 보기 힘들게 된 것을 들 수 있다. 우익수 포지션에서 추신수의 강한 어깨는 가장 빛났다. 1루 주자들은 후속타자의 우전안타가 나와도 추신수가 타구를 잡으면 3루를 쉽게 노리지 못했다.
하지만 좌익수로 뛸 전망인 추신수의 우익수 복귀는 무산됐고, 추신수가 강한 어깨로 주자들과 승부하는 모습을 볼 기회도 줄어들 것이다. 일반적으로 좌익수는 홈에 송구하는 경우가 아니면 주자와 승부하는 일이 적은 편이다.
그러면서 추신수의 골드글러브 수상도 더 어려워졌다. 기본적으로 수비보다 송구에 강점이 있는 추신수에게는 골드글러브 역시 어깨를 과시해야 도전할 수 있는 과제였다. 하지만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골드글러브와는 이전보다 더 멀어지게 됐다.
하지만 방망이로만 받을 수 있는 실버슬러거는 예전에 비해 가까워졌다. 지난 시즌 수비 부담이 많은 중견수로 경기에 나서면서도 .423이라는 높은 출루율로 OPS .885를 찍은 추신수는 수비 부담을 덜면 공격에서의 생산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
빅리그에서 좌익수로 통산 61경기에 나선 것이 전부지만, 줄어든 수비 부담은 추신수의 방망이를 가볍게 했다. 추신수의 통산 OPS 기록은 우익수일 때 .846, 중견수일 때 .858로 비슷했지만 좌익수로 나왔을 때는 .936으로 껑충 뛰었다. 다가올 시즌이 기대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내셔널리그에서는 매 경기 중견수 자리를 지키며 타격해야 했지만, 아메리칸리그에서는 때로 지명타자로 나서면서 컨디션 조절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지명타자를 고정으로 두기를 좋아하지 않는 워싱턴 감독은 지명타자 후보인 미치 모어랜드 외에도 프린스 필더, 아드리안 벨트레, 추신수 등 주요 선수들을 번갈아 지명타자 슬롯에 투입할 방안을 갖고 있다. 따라서 추신수는 지칠 때 체력을 관리하면서 타격에만 전념할 수 있다.
팀 입장에서도 7년간 1억 3000만 달러라는 거액을 주고 추신수를 영입한 이유는 수비보다 공격에 있다. 추신수의 빠르고 정확한 송구를 자주 볼 수 없는 것은 아쉽지만, 좌익수로의 이동은 추신수의 공격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선택이다. 골드글러브는 전보다 어려워졌지만, 실버슬러거는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왔다.
장기적으로 선수 생활의 후반기를 생각해도 좌익수 이동은 반갑다. 언젠가는 추신수도 플래툰이 되거나 백업 외야수가 되는데, 그때 외야 세 포지션을 전부 풀타임으로 소화한 경험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큰 차이다. 지금의 변화로 잃는 것보다는 얻는 것이 많다.
[신시내티 레즈 시절의 추신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조인식 기자 조인식 기자 ni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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