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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연극 '스테디 레인', 그들의 비극에 관객들은 매혹적인 압박감을 느낀다.
연극 '스테디 레인'은 정의와 공점함에는 별 관심이 없는 대니와 조이가 사방이 범죄의 늪지대인 시카고에서 아슬아슬하게 버텨나가다 필연적인 몰락을 맞닥뜨리며 펼쳐지는 작품. 2인극임에도 불구 상반된 두 캐릭터를 통해 느와르의 진수를 선보인다.
'스테디레인'은 노네임씨어터컴퍼니가 연극 '필로우맨'과 시리즈로 엮어 선보이는 내러티브 시리즈 작품 중 하나. 이야기 그 자체를 파고드는 '필로우맨'과 달리 '스테디레인'은 말과 이야기의 파워를 증명한다.
어두운 무대 위 단 두 명의 남자만이 존재한다. 이들은 어두움에 어두움을 덧입힌 듯 자신들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평범한 일상을 이야기 하는 것 같던 이들의 이야기는 점점 더 어두움 속으로 관객들을 몰아가고 이내 계속해서 깊은 곳으로 파고드는 듯한 그들의 말에 압박감마저 느껴진다.
이야기가 진행되고 이들의 비극이 점점 수면 위에 드러나는 순간 두 남자의 이야기는 더이상 일상적이지 않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말이 있듯 이들 역시 가랑비처럼 서서히 관객들에 스며든다. 이들의 말은 더이상 말 그 자체가 아니다. 이들의 말은 곧 이야기가 되고 이 이야기는 곧 이들의 비극이 된다.
절친한 친구였던 대니와 조이가 평범했던 저녁, 돌이킬 수 없는 사건에 맞딱뜨리게 되는 순간, 이들의 인생은 완전히 변한다. 아슬아슬했던 이들은 점차 벗어날 수 없는 사건 속으로 빠지게 되고 결국 마지막, 비극을 맞이한다.
이 때 '스테디 레인'의 매혹적인 압박감이 드러난다. 오로지 말로서 그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 뿐인데도 사건 자체가 주는 충격과 현 상황에 대한 처절함은 사실적으로 재연하는 것 그 이상이다. 두 사람이 몸을 쓰긴 하지만 이들의 말에 더욱 집중된 것이 사실, 무대 위에서 말의 힘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준다.
관객들이 이들의 말에 더 집중할 수 있는 것은 단연 배우들의 연기력 때문이다. 모든 것을 자기 방식대로 풀어야 하는 남자 대니 역 이석준, 문종원과 아무 것도 지킬 것이 없는 남자 이명행, 지현준 네 명의 배우는 강렬하고 깊은 연기로 관객들을 흡수한다.
한편 연극 '스테디 레인'은 오는 29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된다.
[연극 '스테디 레인' 공연 이미지컷. 사진 = 뮤지컬해븐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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