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일본 오키나와 강산 기자] "나는 개인이 아닌 팀을 위해 뛰는 선수다."
한화 이글스 새 외국인타자 펠릭스 피에의 각오가 대단하다. 한화 코칭스태프와 관계자들도 "적응이 무척 빠르다"며 만족해하고 있다. 피에는 개인 사정으로 스프링캠프 첫날인 15일(이하 한국시각)이 아닌 20일부터 일본 오키나와에 합류했다. 지각 합류다.
새로운 환경에서 도전을 시작한 지 이제 겨우 나흘 지났다. 하지만 피에는 적응력에서 이미 합격점을 받았다. 기존 선수들도 피에에게 먼저 다가가 언어의 장벽을 깨트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피에 역시 팀에 녹아들고자 하는 모습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훈련에도 무척 진지하게 임하고, 공을 줍는 일도 마다치 않는다. 코칭스태프는 "처음에 악수할 때는 무섭기도 했다"면서도 그의 승부욕과 적극성을 칭찬했다.
피에는 2007년 메이저리그에 첫발을 내디딘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좌투좌타 외야수. 시카고 컵스의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지만 꽃을 피우지 못했다. 빅리그 통산 성적은 425경기 타율 2할 4푼 6리 17홈런 99타점 21도루 출루율 2할 9푼 5리. 지난해에는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27경기에 출전, 타율 1할 3푼 8리 홈런 없이 2타점을 기록했다.
마이너리그에서는 통산 847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 9푼 3리 76홈런 412타점 176도루 출루율 3할 5푼 2리를 기록했다. 2003년부터 2005년까지 3년 연속 퓨처스게임에 출전하는 등 충분한 가능성을 인정받았고, 지난해에는 트리플A 105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 5푼 1리 8홈런 40타점 38도루를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기록은 아니지만 40도루에 근접했다는 것은 '뛰는 야구'에 목마른 한화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화 관계자는 "피에는 좌·우측 방향으로 타구를 보낼 수 있는 타격 기술은 물론 강한 어깨와 폭넓은 외야 수비범위를 보유하고 있어 영입하게 됐다"며 "빠른 발과 강한 어깨를 보유한 피에가 FA로 영입한 이용규, 정근우와 함께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댄 로마이어, 제이 데이비스, 카림 가르시아 등 무시무시한 외국인타자를 보유했던 한화로서는 피에의 활약으로 다이너마이트 타선이 부활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마이데일리는 22일 일본 오키나와 현지에서 피에와 만나 올 시즌 각오를 들어봤다. 그는 험상궂은 인상과 어울리지 않는 차분한 목소리로 한국에서의 첫 시즌에 임하는 각오를 전했다. 시차 적응 문제로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그는 질문 하나하나에 성심성의껏 답했다. 다음은 피에와의 일문일답.
한국 무대에 첫발을 내디딘 소감은.
"모든 게 마음에 든다(Everything is good)."
오키나와 합류 직후 김응용 감독과 어떤 얘기를 나눴나.
"먼저 배트를 잘 잡으라고 하셨고, 웨이트 트레이닝에도 충실하라고 하셨다. 그리고 다 같이 열심히 해서 꼭 우승하자는 말씀을 잊지 않으셨다."
미국에서 굉장한 유망주로 꼽혔다. 메이저리그에 대한 미련 때문에 한국행을 결심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한국에서 뛰는 게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친한 친구에게 한국 리그가 좋다는 얘기를 듣고 곧바로 새로운 도전을 결심했다. 아직 (한국에 대해) 많은 것을 알지는 못하지만 무조건 최선을 다하겠다."
한화의 상위타순에서 활약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에 따른 부담감은 없나.
"부담은 전혀 없다. 최선을 다해 팀이 승리하도록 돕는 게 중요하다. 당연히 내가 해야 하는 일이고, 지금까지 그렇게 해 왔다."
구단에서는 계약 당시 '모든 방향으로 타구를 보낼 수 있고, 강한 어깨를 바탕으로 한 수비와 주루 모두 갖춘 선수'라고 평가했다. 본인의 장점을 꼽는다면.
"공격과 수비, 주루 모두 자신 있다. 선수라면 당연히 자신감을 갖고 뛰어야 한다."
한국에서 첫 훈련을 경험했는데, 미국 스프링캠프와 가장 다른 점이 있다면(20일 합류한 피에는 21일 하루만 훈련을 소화한 뒤 인터뷰에 임했다. 이번 스프링캠프는 6일 훈련-1일 휴식 일정으로 진행되는데, 22일은 휴식일이었다).
"첫 경험인데 모든 게 달랐다. 특히 배팅과 러닝을 상당히 많이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더 많이 치고 달리더라."
앞으로 함께할 한화 선수들에 대한 느낌은.
"한화에는 멋진 선수들이 많다. 다들 열정이 넘치는 것 같다. 나도 그라운드에서 열정을 다해 야구하겠다."
도미니카리그에서 심판에게 강력하게 항의하는 영상 때문에 다혈질적인 성격을 걱정하는 시선도 있다.(피에는 도미니카 윈터리그 아길라스 사바에나에서 뛰던 지난 2010년 경기 도중 1루에서 상대 포수의 견제에 걸려 횡사했다. 그러자 피에는 분을 삭이지 못하고 1루심과 충돌 직전까지 갔다. 코치와 동료들의 만류로 큰 충돌은 피했지만 자칫 폭행까지도 일어날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벌써 3년 전이다. 야구를 하다 보면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플레이오프 진출권이 걸린 정말 중요한 경기라 더 그랬던 것 같다. 알고 보면 그렇게 불같은, 다혈질적인 성격이 아니다(웃음)."
한국 무대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개인적인 목표는 없다. 나는 개인을 위해 뛰지 않는다. 팀을 위해 뛰는 선수다. 야구는 팀 스포츠다. 팀이 이길 수 있게 해야 한다. (통역이 "첫 훈련에서 이종범 주루코치에게 '도루 50개 하겠다'고 말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하자) 개인적인 목표는 아니다. 내가 50도루를 해서 팀에 도움이 된다면 그것은 개인이 아닌 팀의 목표라고 생각한다."
타율 3할과 30홈런, 50도루 중 하나만 선택할 수 있다면 무엇을 택하겠나.
"어려운 질문이다(웃음). 굳이 택하자면 50도루다. 도루를 위해서는 안타를 치고 나가야만 한다. 일단 살아 나가야 도루가 가능하다.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출루하겠다는 자세로 임하겠다."
[한화 이글스 펠릭스 피에가 인터뷰 도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 강산 기자, 한화 이글스 구단 제공]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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