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일본 오키나와 강산 기자] "알고 보면 그렇게 불같은, 다혈질적인 성격은 아니다."
한화 이글스 외국인선수 펠릭스 피에를 처음 보면 먼저 다가가기 쉽지 않다. 험상궂은 인상 때문에 한화 코칭스태프도 "처음에 악수할 때는 무섭더라"고 했을 정도. 게다가 지난 2010년 도미니카 윈터리그 당시 심판 폭행 직전까지 갔던 영상 때문에 '악동'이라는 꼬리표도 따라다녔다. 우려섞인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많았다.
피에는 2007년 메이저리그에 첫발을 내디딘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좌투좌타 외야수. 시카고 컵스의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지만 꽃을 피우지 못했다. 빅리그 통산 성적은 425경기 타율 2할 4푼 6리 17홈런 99타점 21도루 출루율 2할 9푼 5리. 지난해에는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27경기에 출전, 타율 1할 3푼 8리 홈런 없이 2타점을 기록했다.
마이너리그에서는 통산 847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 9푼 3리 76홈런 412타점 176도루 출루율 3할 5푼 2리를 기록했다. 2003년부터 2005년까지 3년 연속 퓨처스게임에 출전하는 등 가능성을 인정받았고, 지난해에는 트리플A에서 105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 5푼 1리 8홈런 40타점 38도루를 기록했다. 그리고 올 시즌 한화와 계약하면서 한국 무대에 첫발을 내딛게 됐다.
피에는 지난 2010년 도미니카 윈터리그 아길라스에서 활약 당시 포수 견제에 걸려 1루에서 횡사했고, 아웃 판정을 내린 심판에게 거칠게 항의했다. 자칫하면 큰 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 다행히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의 만류로 상황이 일단락됐지만 일촉즉발의 순간이었다. 문제는 이 영상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돌아다니는 바람에 피에의 '악동' 이미지가 더욱 굳어지는 듯했다.
그런 시선 때문일까. 피에는 팀에 녹아들기 위해 한발 더 움직이고 있다. 일례로 한화 선수단은 매일 아침 7시 산책과 체조로 하루를 시작하는데, 피에는 첫날부터 한 시간 전인 6시에 일어나 운동을 준비했다고. "나는 개인이 아닌 팀을 위해 뛰는 선수다"는 자신의 말이 허언이 아님을 증명해 보이고 있다.
한화 관계자는 "그렇게 승부욕 넘치는 선수도 한 명쯤 있어야 한다"며 믿음을 드러냈다. 피에는 스스로 "야구를 하다 보면 있을 수 있는 일인데, 그날은 플레이오프 진출 팀이 결정되는 무척 중요한 경기여서 더 그랬다. 알고 보면 나는 그렇게 불같은, 다혈질적인 성격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선수단 휴식일인 22일(이하 한국시각) 피에는 시차 적응 문제로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개인 사정으로 당초 합류 예정일인 15일이 아닌 20일 오키나와에 입국한 피에로선 무려 13시간의 시차를 극복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리 없었다. 하지만 그는 피곤함 속에서도 최대한 밝은 표정을 유지하려 노력했다. 그의 프로다움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적응력도 무척 뛰어나다. 한화 관계자들과 코칭스태프 모두 "데니 바티스타처럼 팀에 빨리 적응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2011년 중반부터 지난해까지 활약한 '파이어볼러' 바티스타는 한국 선수들과 스스럼없이 장난을 치는 등 친밀함을 유지했다. 피에는 23일 고친다구장에서 다양한 훈련을 소화했는데, 외야수 이양기와 웃으며 대화를 나누는 등 동료들과 무척 가까워진 모습. 피에는 "다들 열정이 넘친다. 좋은 선수들이 많다"며 활짝 웃었다.
한 코치는 댄 로마이어(전 한화)를 예로 들며 피에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고 했다. "외국인선수들이 너무 착하면 못 하더라"며 "한국에서 잘한 외국인선수들은 개성이 강했다. 호세와 로마이어가 그랬는데, 특히 로마이어는 1999년 당시 이희수 감독에게 '초반 30경기는 무조건 뛰게 해달라. 못 하면 퇴출해도 좋다'고 했다'고 말했을 정도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해 로마이어는 132경기에서 타율 2할 9푼 2리 45홈런 109타점 맹활약으로 한화의 창단 첫 우승에 공헌했다.
피에는 훈련 첫날 이종범 주루코치에게 "도루 50개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또한 개인적인 목표는 아니다. "내가 50도루를 해서 팀에 도움이 된다면 그것은 팀의 목표가 된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한화의 일원으로 거듭나기 위한 피에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지금까지만 놓고 보면 '성실맨'으로 불리기에 충분하다. 피에의 올 시즌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한화 이글스 펠릭스 피에(왼쪽)가 훈련 전 김성한 수석코치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첫 번째 사진), 피에가 진지한 자세로 송구 훈련에 임하고 있다. 사진 = 한화 이글스 구단 제공]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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