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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낯선 이를 향해 "아빠", "엄마" 혹은 "아들", "딸"이라는 호칭을 사용한 4박 5일. 조금은 부끄러웠지만 그 속에 진심이 담겨있었기에 헤어짐의 순간은 더욱 무겁게 다가왔다.
24일 밤 방송된 MBC '사남일녀'에선 강원 인제군 솟탱이골에 사는 박광욱, 김복임 부부와 개그맨 김구라, 배우 김민종, 전 농구선수 서장훈, 배우 김재원, 그리고 이하늬가 함께하는 마지막 이야기가 전파를 탔다. 이들은 4박 5일간 하나의 가상 가족을 이뤄 함께 생활했다.
네 번째 아침, 속마음은 따뜻하지만 표현방식이 조금은 서툴렀던 서장훈 삼촌은 이날 조카 산하를 초등학교까지 바래다주기 위해 등굣길에 함께 했다. 말 그대로 산을 넘고, 물을 건너는 긴 등굣길. 학교로 가는 동안 서장훈은 "너는 왜 만날 겉옷을 한 벌만 입고 다니냐?"고 묻는 등 산하와 대화를 나누며 학교로 향했다.
시간이 흘러 산하의 하교 시간. 서장훈은 여전히 초등학교 운동장에 앉아있었다. 그리고 서장훈은 조용히 품에서 따뜻한 겨울 점퍼 한 벌을 꺼냈다. 내일이면 헤어질 산하를 위한 삼촌의 깜짝 선물이었다.
그 시간 집에서는 김장이 한창이었다. 그동안 고된 시골 일을 홀로 묵묵히 해온 아빠와 엄마 대신 네 명의 아들과 한 명의 딸은 즐겁게 대화를 나누며 김장을 마쳤다. 또 고기를 사온 맏형 김구라 덕분에 가족은 둘러앉아 김치와 수육으로 맛있는 식사 시간도 가졌다.
그리고 마지막 날 아침이 밝았다. 지난 나흘과 마찬가지로 즐겁게 아침밥을 먹던 가족은 "마지막 아침…"이라는 누군가의 말에 일순간 말을 잃었다. 짧다면 짧고, 기다면 긴 4박 5일 동안 함께 한 말 그대로 식구인 이들에게 이별은 만만치 않은 무게로 다가왔다.
마을을 떠나기 전 김구라와 김민종은 화장실을 청소하는 등 마지막으로 고된 일을 자청했다. 자신들이 떠나고 나면 이 모든 것은 아빠와 엄마의 일이었기에, 자녀들은 조금이나마 그 부담을 덜어주고 싶어 했다.
이윽고 찾아온 이별의 시간, 선착장에서 자녀들은 큰 절로 아빠와 엄마, 그리고 산하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이들을 보내는 아빠와 엄마는 애써 눈물을 참는 듯 먹먹한 표정을 지었다. "너희들 가고 나면 서운해. 쓸쓸해"라는 아빠의 말과 함께 '사남일녀'의 첫 번째 4박 5일은 그렇게 끝이 났다.
하지만 이별이 마지막을 뜻하는 것은 아니었다. 방송 말미에는 한 달 뒤 다시 아빠와 엄마를 찾은 자녀들의 모습이 담겼다. 이들은 아빠, 엄마를 다시 꼭 안으며 한 달 전 촬영한 단체 사진을 건넸다.
실제 가족이 등장하는 가족예능이 빈번한 시대에, 낯선 이와 가족이 되겠다는 '사남일녀'의 포부는 자칫 공허하게 들릴 수도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난 4주의 방송분은 실제 가족이 등장하는 예능프로그램 이상의 감동을 이끌어냈다. 프로그램 속에는 연예인과 일반인 출연자가 나누는 서로를 향한 진심이 담겨있었고, 그것은 이별을 그린 이날 방송에서 시청자의 가슴에 더 큰 울림을 만들어냈다.
[전 농구선수 서장훈과 개그맨 김구라, 배우 김민종, 김재원, 이하늬(위부터). 사진 = MBC 방송화면 캡처]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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