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자존심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회복해야 할까.
KIA는 지난해 치욕을 맛봤다. 9구단 NC에 밀려 8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시즌 초반엔 삼성과 선두다툼을 했으나 경기를 거듭할수록 순위가 뚝뚝 떨어졌다. 친정에 돌아온 선동열 감독은 2년 연속 KIA를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지 못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삼성 시절 쌓아놓은 승부사 이미지도 사라졌다. 이순철 수석코치가 팀을 떠나는 등 KIA는 이번 스토브리그서 제대로 후폭풍을 맞았다.
2014년. 선동열 감독과 KIA가 자존심을 회복해야 하는 시즌이다. 선 감독은 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된다. 마침 KIA는 올 시즌 개막과 함께 신축구장 챔피언스필드에서 새로운 시대를 연다. 올 시즌은 과정만큼 결과도 중요하다. 결국 선 감독의 거취도 올 시즌 성적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성적을 내지 못하면, 선 감독도 KIA도 자존심 회복을 하기 어렵다. 당연히, 아킬레스건들을 치유해야 한다. 현 시점에서 KIA의 아킬레스건은 적지 않다.
▲ 필승조 구축
KIA에 올 시즌 가장 중요한 과제는 역시 필승조 구축이다. 이는 KIA가 지난 2년간 자존심을 구긴 이유이기도 했고, 선동열 감독의 지도력에도 치명상을 안겨준 부분이었다. 선 감독은 삼성시절 특급 필승조를 구축한 경험을 살려 KIA에서도 지난 2년간 부단히 노력했다. 실제 박지훈, 한승혁 등 몇몇 가능성 있는 유망주를 건져내기도 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KIA는 오승환만큼 강력한 마무리가 없었다. 확실한 마무리를 찾지 못한 상황에서 지난해 외국인투수 앤서니 르루에게 마무리를 맡겼다가 처절한 실패를 맛봤다. 송은범, 신승현 등 이적생들의 행보도 들쭉날쭉했다. 중심이 잡히지 않으면서 이 선수, 저 선수를 기용했다가 2년이 흘렀다. 선 감독 특유의 날카로운 투수교체도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현재 KIA 투수진은 괌에서 몸을 만들고 있다. 일단 마무리는 외국인투수 하이로 어센시오로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군에서 제대한 곽정철, 두산에서 2차드래프트로 이적한 김태영 등이 새로운 전력으로 가세할 전망이다. 4강에 진입하려면 필승조 구축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선 감독도 삼성 시절에 보여줬던 안목과 감각을 되살려야 하는 과제가 있다. 이건 KIA와 선 감독의 자존심을 모두 살릴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다.
▲ 백업 강화
KIA는 전통적으로 백업이 약했다. 2009년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에도 그랬고,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주전들은 매년 돌아가면서 크고 작은 부상에 신음했다. 그 틈을 메워줘야 할 신진 세력의 힘은 약했다. 많은 분석이 나왔다. 광주구장의 열악한 사정이 선수들의 내구성을 떨어뜨렸다는 말도 나왔고, 근본적으로 2군에 대한 투자가 소극적이 아니었느냐는 지적도 나왔다. KIA는 선 감독 부임 이후 2군 투자 시스템을 강화했고, 수준 높은 함평구장도 갖고 있다. 더구나 올 시즌부터 신축구장을 사용하면서 적어도 주변환경에 의해 내구성이 약해질 가능성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렇다면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시즌 준비에 달렸다는 평가다. 올 시즌 KIA는 선 감독과 삼성 시절 함께했던 한대화 수석코치가 함께한다. 투수진은 괌에서, 야수진은 오키나와에서 훈련 중이다. 괌은 오키나와보다 더 따뜻해 투수들이 몸을 만들기가 용이하다. 오키나와는 야수들 훈련 환경이 가장 좋다는 평가다. 최적의 환경에서 최대한 많은 선수를 테스트하고 경쟁시킬 경우 자연스럽게 양질의 백업을 육성할 수 있다.
긴 시즌을 보내면서 항상 변수가 나타난다. 어느 팀이든 확실한 주전의 부상으로 위기를 맞이하기 마련이다. 그동안 KIA는 주전들이 부상을 입으면 약한 백업으로 그대로 무너졌다. KIA는 특히 포수와 내야 백업이 약하다는 평가다. 올 시즌 KIA의 자존심 세우기도 여기에 달렸다. 선 감독이 강력한 카리스마를 보여줄 때다.
▲ 선동열 감독의 승부수
선 감독은 삼성 시절 승부사였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절묘한 시즌 운영을 선보였다. 물론 당시 삼성과 지난 2년간 KIA는 시스템이 완전히 달랐다. 더구나 KIA의 최대약점인 필승조와 백업 구축은 단기간에 이뤄질 일은 아니다. 또한, 전력평준화로 강팀도, 약팀도 없다. 4강다툼은 지난 2년보다 더 어려울 수도 있다. 때문에 선 감독도 팀을 최대한 안정시킨 다음에 확실한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 감독으로서도 계약 마지막 시즌에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다. 이게 무리수가 되면 시즌을 망치는 것이고, 승부수가 되면 4강 진입의 단초가 될 수도 있다. 괌과 오키나와에서 훈련 중인 KIA는 2월 중순 오키나와에 모인다. 본격적으로 연습게임이 시작되는 시기다. 선 감독의 올 시즌 구상도 이때부터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선동열 감독(위), KIA 선수들(가운데, 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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