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감독을 선임했다. 이제 시작이다.
대한농구협회는 27일 남자농구대표팀에 모비스 유재학 감독, 여자농구대표팀에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을 선임했다. 농구계에선 은근히 걱정을 많이 했다. 남자 월드컵과 여자 세계선수권대회에 아시안게임이 준비된 2014년. 국가대표팀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한국농구의 위상이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령탑 선임이 너무나도 늦었다. 당연히 세부적인 준비도 제대로 이뤄진 게 없다. 물론 유 감독과 위 감독 선임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지난해 아시아선수권서 좋은 성과를 거둔 두 감독을 외면할 이유가 없었다. 중요한 건 두 감독이 용병술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제대로 설정되느냐다. 이를 위해 대한농구협회와 KBL, WKBL이 준비해야 할 게 많다. 과제가 산적하다.
▲ 귀화선수문제
남자대표팀의 뜨거운 감자는 귀화선수문제다. 유재학 감독은 지난해 존스컵과 아시아선수권대회를 치르면서 귀화선수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FIBA(국제농구연맹) 규정상 모든 국가는 국제대회서 1명의 귀화선수를 활용할 수 있다. 물론 한국 역시 귀화선수를 활용했었다. 문제는 한국인의 피가 섞인 혼혈선수가 아닌, 오리지널 외국인을 귀화시킬 수 있느냐다. 그동안 국민정서상 시도하지 못했지만, 유 감독은 그 필요성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다른 국가들이 미국에서 질 높은 선수를 수입하는 상황에서 문태영, 이승준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일부 농구인들 사이에선 “그렇게 해서 이겨봤자 무슨 의미가 있나.” “유망주 1명 더 키우는 게 낫다”라는 말도 나온다. 일리가 있다. 하지만, 또 다른 농구인들은 “국제대회는 승리 자체가 목표다. 패배보다 얻는 게 훨씬 더 많다.” “귀화선수와 유망주 성장에는 직접적인 상관관계는 없다”는 지적도 한다. 대한농구협회는 이 문제를 빠른 시일에 국가대표협의회를 통해 매듭지어야 한다. 사실 귀화선수 영입은 시기가 한참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정적으로 대한농구협회가 예산을 얼마나 책정했는지가 중요하다.
▲ 대체선수 선발원칙
여자대표팀의 경우 세계선수권대회와 아시안게임이 겹친다. 세계선수권대회는 9월 27일부터 10월 5일까지 터키 앙카라에서 열린다. 인천 아시안게임은 9월 19일부터 10월 4일까지 열린다. 일단 아시안게임에 위성우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 1진이 나선다. 세계선수권대회는 대표팀 2진이 나서는데, 지난해 존스컵 사령탑을 맡았던 김영주 전 KDB생명 감독이 다시 지휘봉을 잡았다.
선수층이 얇은 여자농구는 주전 의존도가 심하기 때문에 부상 위험성이 높다. 주전들이 부상으로 대표팀서 뛰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아시안게임에 참가할 대표팀 1진의 주전들이 부상으로 이탈할 경우 대체자를 뽑아야 하는데, 대부분 선수는 세계선수권에 참가하는 대표팀 2진에 뽑혀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때 대체자 선발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의미 없는 가정이 아니다. 지난해 위 감독이 아시아선수권대회를 치렀을 때 생겼던 일이다. 당시 아시아선수권과 존스컵이 겹치지 않아 선수를 원활하게 대거 교체했지만, 올해는 대표팀 1진에 필요한 대체자가 2진에 파견됐을 수가 있다. 이럴 경우 대표팀 1진 전력이 매우 약해질 수 있다. 미리 예비엔트리의 폭을 넓혀두는 게 필요하다.
▲ 전력분석시스템 확립
남자대표팀이 귀화선수를 선발하려고 마음을 먹는다면, 당연히 스카우트가 필요하다. 프로농구 시즌이 끝나지 않은 마당에 유 감독이 해외를 돌아다닐 순 없는 노릇. 이 부분은 한국농구의 가장 취약한 부분 중 하나다. 지난해 여자대표팀의 경우 김영주 감독과 이지승 코치가 아시아선수권에 대비해 전력분석원 노릇을 톡톡히 했다.
귀화선수를 영입한다면 제대로 해야 한다. 미국, 유럽농구 사정에 밝은 스카우트부터 채용해 정보수집에 나서야 한다. 또한, 2월 3일에 남자농구 월드컵 조편성이 진행된다. 아무리 한국이 객관적 전력상 최약체라고 해도, 상대 분석은 제대로 해야 한다. 귀화선수 스카우트팀을 꾸려 전력분석 업무까지 병행시키는 방법도 있다. 지난해 유 감독은 존스컵 대회 당일에 상대 귀화선수 정보를 알았다. 더 이상 이런 일이 반복되면 안 된다. 여자대표팀 역시 철저한 상대분석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 스파링파트너
스파링파트너가 중요하다. 남자대표팀은 존스컵에 출전하지 않았다면 큰일 날뻔했다. 사실 존스컵으로도 부족했다. 아시아선수권대회 직전에 훈련성과를 확인할 상대가 필요했다. 대한농구협회는 뒤늦게 상대를 구해보려고 했으나 전력노출 등의 이유로 평가전을 성사시키지 못했다. 여유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는 교훈을 남겼다. 적어도 올 여름 월드컵, 세계선수권대회를 치르기 직전 전력을 점검하고 싶다면, 지금 스파링파트너가 정해져야 한다. 하지만, 감감 무소식이다.
물론 올해 국제대회는 일정이 빡빡해 스파링파트너는 고사하고 훈련 일정을 잡는 것도 쉽지 않다. 올해 농구계가 운영해야 할 성인대표팀이 3개다. 진천선수촌 훈련 스케줄을 겹치지 않게 짜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월드컵,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직전 스파링파트너는 반드시 필요하다. 자체 청백전, 고등학교 팀들과의 연습게임으로는 훈련효과를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해외전지훈련도 필요하다. 그러나 그동안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었다. 남녀대표팀을 향한 대한농구협회, KBL, WKBL의 의지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유재학-위성우 감독(위), 남자대표팀(가운데), 여자대표팀(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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