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김민성의 스타★필(feel)]
심은경은 잔망(孱妄)스럽다. 일찍부터 어른의 세계에 속해 촬영장에서 크고 자란 아역 배우들은 대개 또래보다 먼저 철이 든다. 데뷔 10년 차 심은경 또한 그러하다. 관객 700만 명을 가까이 동원한 영화 ‘수상한 그녀(감독 황동혁)’로 원톱으로 선 그녀는 나이를 뛰어넘는 수상한 연기력으로 뜨겁게 주목받고 있다.
영화 ‘수상한 그녀’는 욕쟁이 칠순 할매(나문희 분)가 20대 오두리(심은경 분)로 돌아가 벌이는 각종 사건․사고를 그린 가족 코미디이다. 심은경은 몸은 젊지만, 정신은 늙은(?) 황당한 처지이기에 결코 쉽지 않은 역할이었다. 아직 어리지만, 심은경은 완벽함을 추구하는 배우로 잘 알려져 있다. OK 컷이 나더라도 자신의 분에 차지 않으면 재촬영을 요구하거나 화면에 손이 조금 잡히는 인서트 컷이라 해도 일일이 모니터를 다 체크하는 등 꼼꼼한 완벽주의자이다.
이번 영화 촬영 또한 그러했다. 나문희의 젊은 시절이기에 걸음걸이나 버릇, 말투, 몸짓 같은 것도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눈썹을 치켜 올리는 심술궂은 할머니 표정과 구부정한 허리 각도까지 완전 똑같이 흉내 낸다. 노래를 부르는 씬에서 대역을 쓰자는 감독을 설득해서 한 달 동안 혹독한 보컬 트레이닝을 받아 자신의 목소리로 모두 소화했다. 극 중 그녀의 노래는 가창력 여부를 떠나 70대 감성을 제대로 녹여냈기에 흥겹지만 어딘지 짠한 구석도 있다.
뽀글이 파마머리를 한 심은경이 흘러간 옛 가요를 구성지게 부르고 하면 팔자걸음으로 스크린을 누비는 모습을 보면 흐뭇한 웃음이 절로 나온다. 그녀의 연기 또한 흐뭇하다. 나문희, 박인환, 성동일 등 쟁쟁한 연기 고수들 사이에도 기죽지 않고 제대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영화 전체의 70% 이상 심은경이 등장하지만, 어느 장면 하나 버릴 것 없이 맛깔 난다. MTM에서 데뷔 전부터 지켜봐 온 심은경은 일찍부터 배우로서 총기(聰氣)가 충만했다. 영화 ‘헨젤과 그레텔’, '불신지옥’ 등을 통해 맡은 역마다 야무지게 소화해내며 차세대 여배우로서의 기대치를 높여왔다. 2011년 영화 ‘써니’ 때부터 범상치 않은 기운을 뽐냈다. 극 중 유호정의 아역인 벌교 출신 전학생 나미 역을 맡은 심은경은 빙의 수준의 욕설 연기 대종상 여우조연상을 받기도 했다. 이듬해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는 가짜 왕 하선(이병헌)에게 팥죽과 위안을 주는 여종 사월이로 분해 인상 깊은 연기를 남겼다. 그리고 첫 주연을 맡은 영화 ‘수상한 그녀’를 통해 아역 배우에서 성인 배우로 성공적으로 안착한 것이다.
심은경은 여느 배우와는 다른 길을 걸어왔다. ‘써니’의 대성공 이후 몰려오는 차기작을 고르는 게 유리했을 텐데 돌연 미국 유학길에 올라 고등학교 과정을 마쳤다. 미국에서 언어소통의 어려움과 교우 관계 등으로 뒤늦은 사춘기를 겪었지만, 배우로서의 내면은 더 단단해지고 촘촘해졌다. 그곳에서 연기에 대한 목마름과 예술적 영감을 얻었다. 데뷔 이후 어머니와 쭉 같이 활동해온 그녀는 2013년 ‘광해’를 같이 촬영했던 이병헌, 한효주가 소속된 BH엔터테인먼트와 첫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고 성인 배우로 제대로 출격할 준비를 마쳤다.
앞으로 어떤 장르와 역할을 주든 모두 도전해보고 싶다는 심은경. 잔망스런 어린 이 여배우가 자신이 희망하는 데로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서 계속 서기를 기대해본다.
[배우 심은경. 사진 = 영화 '수상한 그녀' 포스터, 스틸컷]
이승길 기자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