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몇 가지 돌발변수를 예측할 수 있다.
25일 춘천에서 시작하는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라이벌로 자리잡은 뒤 처음으로 치르는 챔피언결정전이다. 5전 3선승제의 단기전. 단기전이면서도 장기전의 성격을 갖고 있다. 시리즈 초반 흐름을 장악한 팀도 시리즈 중반 이후 흐름을 빼앗길 여력이 있다. 큰 흐름을 주고 받을 때 좀 더 영리하게 대처하는 팀이 유리하다.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과 신한은행 임달식 감독은 이런 미묘한 흐름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대응하는 사령탑들이다. 두 사람은 2011-2012시즌까지 신한은행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임 감독 특유의 승부사 기질을 위 감독이 많이 배웠다. 이제 두 감독은 이번 챔피언결정전서 제대로 된 벤치 싸움을 벌인다. 승부는 예측할 수 없지만 돌발변수는 예측할 수 있다.
▲ 강영숙의 경기력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은 일전에 “몸이 아직 안 되니까. 공격에서 예전만큼 해주면 확 달라지지”라고 한 적이 있다. 강영숙을 두고 한 소리다. 강영숙은 올 시즌 중반 KDB생명에서 트레이드 됐다. 이선화가 아킬레스건 파열로 시즌 아웃되자 긴급 수혈한 자원. 정규시즌 막판엔 수비와 리바운드에서 보탬이 됐다. 주전 파워포워드 양지희의 백업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것이다.
그런데 강영숙은 KDB생명에서 뛰기 전 신한은행에서 뛰었다. 신한은행에서 정규시즌 MVP에 선정되기도 했고, 통합 6연패도 이끌었다. 당시 강영숙은 공수를 갖춘 만능 포워드였다. 당시 끌어올린 1대1 수비력과 지역방어 이해도는 현재 우리은행의 시스템에 적응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그런 강영숙은 이후 허리, 무릎 등에 부상이 심해지면서 점점 경기력이 떨어졌다. 지금도 예전과 비교할 때 공격력이 살짝 떨어지는 건 사실.
그러나 위 감독은 신한은행 코치 시절 직접 강영숙을 지도했다. 전주원 코치 역시 강영숙과 현역 시절 말년 호흡을 맞췄다. 강영숙이 공격력을 배가한다면 시리즈 전체 흐름이 확 달라진다. 일단 양지희와 사샤 굿렛의 공격 부담이 확 떨어진다. 노엘 퀸의 골밑 도움수비 부담 역시 덜어낼 수 있다. 그러면서 외곽의 임영희 박혜진 이승아와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강영숙의 경기력이 정규시즌과 큰 차이가 없다면 신한은행이 우리은행의 챔피언결정전 실제 전력에 그만큼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다.
▲ 하은주의 경기력
신한은행은 김단비 최윤아 김연주 등 주요 선수들의 몸 상태가 항상 100%가 아니라는 게 약점이었다. 주전 의존도가 높은 여자농구 특성상 부상을 안고 사는 선수가 많다. 그런 상황에서 수비력의 미세한 약화를 가져온 것도 사실이었다. 신한은행 전력이 예전처럼 극강이지 않은 근본적인 이유다.
이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하은주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기본적으로 하은주를 투입할 때 장, 단점이 동시에 드러난다. 사실 우리은행은 골밑이 매우 위력적인 팀은 아니다. 그러나 기동력이 매우 뛰어나다. 신한은행은 공격에선 하은주와 쉐키나 스트릭렌으로 미스매치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수비에선 양지희와 퀸 등이 외곽으로 하은주를 끌고 나오면 난감해진다. 고질적으로 무릎이 좋지 않은 하은주의 기동력은 좋지 않다. 수비범위가 좁다. 우리은행은 이런 점을 활용해 빅맨들이 미들 슛 찬스를 잘 만들어냈다.
이럴 경우 신한은행은 도움수비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제까진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수비력의 미세한 약점으로 원활하지 않았다. 하은주가 투입되면 오히려 우리은행이 승기를 잡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임 감독은 하은주를 챔피언결정전에 맞춰 컨디션을 끌어올리게 했다. 하은주의 기동력이 조금만 더 살아나면 이 흐름은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신한은행은 KB와의 플레이오프서 매우 인상적인 경기력을 선보였다. 수비 집중력 난조 현상을 더 이상 반복하지 않았다. 완벽에 가까운 스위치 디펜스를 뽐냈다. 그런 마인드와 의지가 하은주 투입 시에도 드러날 경우, 하은주 효과는 챔피언결정전서 극대화할 수 있다.
▲ 가용인력과 체력의 상관관계
정규시즌을 끝으로 휴식을 취했던 우리은행은 확실히 체력적으로 여유가 있다. 신한은행과의 7라운드 첫 경기서 우승을 확정한 이후 사실상 체력 조절을 했다고 보면 된다. 대신 신한은행은 플레이오프 2경기를 치르고 올라온 상황. 챔피언결정전이 4~5차전으로 이어질 경우 체력전서는 우리은행이 우세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두 팀은 강력한 체력이 요구되는 각종 변형 수비전술을 토대로 경기를 풀어간다.
반면 가용인력에선 신한은행이 우세하다. 주전과 백업의 구분이 딱히 없다. 최윤아 김규희 김단비 조은주 곽주영 하은주 김연주 선수민 스트릭렌 엘레나 비어드. 우리은행은 박혜진 이승아 임영희 양지희 사샤 굿렛 노엘 퀸 강영숙 김은경 이은혜. 주전 의존도가 신한은행보다 높다. 때문에 신한은행으로선 가용인력을 극대화해 체력 약세를 메울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관계가 챔피언결정전서 이어진다는 장담을 할 순 없다. 우선 챔피언결정전 같은 단기전은 양팀 똑같이 체력 소모가 엄청나다. 더구나 이번 챔피언결정 1~4차전이 5일간 모두 치러지는 강행군이다. 또한 단기전서 중요한 경험과 분위기, 임기응변능력과 벤치의 대응으로 가용인력과 체력의 상관관계는 얼마든지 무너질 수 있다. 결국 위 감독과 임 감독이 승부처서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때문에 뚜껑이 열리지 않은 두 팀의 챔피언결정전 결과를 예측하기란 매우 어렵다. 변수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우리은행-신한은행 경기장면.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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