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무서워질 것이다.”
두산 홍성흔은 시범경기서 24타수 4안타 2타점 타율 0.167에 그쳤다. 확실히 페이스를 끌어올리는 속도가 느렸다. 송일수 감독은 “타격 포인트가 맞지 않는다. 연습을 많이 하고 있으니 좋아질 것이다. 베테랑의 커리어가 있으니 믿고 맡기겠다”라고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홍성흔은 송 감독의 믿음 속에 5번 주전 지명타자로 올 시즌을 시작한다.
▲ 조급함에 사로잡혔다.
홍성흔은 지난해 타율 0.299 15홈런 72타점을 기록했다. 매우 빼어난 기록은 아니었지만, 부진한 성적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고개를 저었다. “만족스럽지 못했다. 뭔가 풀리지 않은 시즌”이라고 회상했다. 롯데에서 친정팀 두산으로 돌아와서 보낸 첫 시즌. 그는 “결정타가 없었다”라고 했다. 사실일까. 그는 지난해 득점권타율 0.297을 기록했다. 나쁜 기록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좀 더 절체절명의 승부처에서 약했다고 돌아봤다.
홍성흔은 돌아온 친정팀에서 뭔가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김동주가 사실상 전력에서 제외되면서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있었다. 이런 부분들이 복합적으로 타격 페이스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병살타에 대한 약간의 트라우마도 스스로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그는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다. 병살타를 치고 싶어서 친 건 아니었다. 연습배팅에선 잘 풀렸는데 경기에 들어가면 그렇지 않은 날도 많았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홍성흔은 이런 현상을 “조급함”이라고 했다. 조급함에 사로잡혀 자신의 야구를 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그는 쉽게 설명했다. “롯데 시절엔 지명타자는 나 아니면 이대호였다. 그런데 여기선 내 자리를 대체할 후배들이 너무 많다.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너무 많이 들었다. 그게 조급함으로 연결됐다”라고 했다. 이어 “팬들은 홍성흔이니까 더 잘해야 한다는 기대치가 있다. 그걸 채워주지 못했다”라고 자책했다.
그는 지난 시즌 중 “전 괜찮으니까 빼셔도 됩니다”라고 코칭스태프에 조심스럽게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당시 코칭스태프. 후배들은 홍성흔을 믿고 따랐다. 홍성흔은 팀 타선에 확실한 구심점 역할을 해냈다. 두산이 지난해 포스트시즌서 마운드 약세 속에 엄청난 뒷심을 선보인 것도 야수들이 좀 더 힘을 내준 결과였다. 그 중심에 베테랑 홍성흔이 있었다. 단순히 성적으로 환산할 수 없는 부분. 물론 개인의 성적이 도드라지지 않을 경우 한계가 있지만, 홍성흔은 지난해 두산 야수진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그런 상황에서 홍성흔 본인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던 모양이다.
▲ 송일수 감독과의 만남
홍성흔은 송 감독 부임 이후 팀이 달라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 그는 “감독님이 섬세하다”라고 했다. 이어 “훈련이 타이트하다. 그리고 확실한 철학이 있다. 따라가려니 체력적으로 힘들다”라고 했다. 송 감독의 특성이 고스란히 담긴 코멘트들이다. 송 감독은 일본야구 경험이 많은 지도자답게 섬세한 야구를 추구한다. 시범경기 막판 상황에 따라 다양한 작전야구를 주문해 눈길을 모았다. 송 감독의 야구를 소화하고 이해하려면 결국 많은 훈련을 소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홍성흔은 “감독님이 선수들에게 배려도 하지만, 노는 사람이 있으면 안 된다”라고 했다. 그만큼 송 감독이 깐깐하게 훈련을 진행하는 것이다. 홍성흔의 눈에는 두산이 달라지고 있다. 그는 “선수들이 알아서 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작년에 부족했던 부분을 채워가고 있다. 올 시즌 두산은 무서워질 것이다. 주전과 비주전의 구분이 따로 없다. 경기장에 나가면 잘해야 한다. 책임감이 커졌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성흔도 승부수를 던졌다. “남들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 잘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미안함이 있었다”라고 했다. 그는 그런 조급한 마음에 타격 폼에 자꾸 손을 댔다. 하지만, 올 시즌엔 타격 폼에 손을 대지 않기로 했다. 홍성흔은 “후배들이 잘하면 내 자리를 빼앗길 수도 있다. 지난해 가장 잘 풀렸을 때의 폼을 고수하겠다. 폼을 바꾸지 않고 밀어붙이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성흔은 송 감독의 섬세한 야구를 접하면서 많은 걸 느꼈다. 정확하게는 송 감독이 홍성흔을 변화시키고 있다. 홍성흔은 두산이라는 팀, 특히 후배들이 점점 더 무서워지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 역시 무서워지는 후배들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 결국 스스로 더 무서운 선수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다진 것이다. 홍성흔의 2014시즌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홍성흔.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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