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신한, 승부처는 하은주도, 압박수비도 아닌 리바운드

[마이데일리 = 춘천 김진성 기자] 승부처는 리바운드였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챔피언결정 1차전. 두 팀은 WKBL 6개구단 중 수비변화에 가장 민감한 팀이다. 태생적으로 그랬다. 신한은행 임달식 감독은 통합 6연패를 일궈내던 당시 강력한 수비조직력을 구축했다. 위성우 감독은 임 감독 밑에서 코치를 하면서 임 감독의 수비 노하우를 고스란히 배웠다. 위 감독은 지난 2012-2013시즌 우리은행 사령탑에 오른 뒤 우리은행을 수비의 팀으로 싹 바꿨다.

양팀이 올 시즌 7차례 맞붙으면서 사용 가능한 카드는 모두 소진했다. 우리은행 특유의 하프코프레스와 전면강압수비. 신한은행의 준비가 인상적이었다. 가드들이 몇 차례 약속된 동작을 취하더니 쉽게 프레스를 뚫었다. 신한은행은 우리은행의 2-3 지역방어도 손쉽게 돌파했다. 하이포스트로의 빠른 연결에 이어 양쪽 코너에서 연이어 3점슛 찬스를 만들었다. 우리은행의 다양한 수비 카드는 크게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우리은행 역시 신한은행의 하은주 카드를 무력화했다. 신한은행은 공격에서 하은주와 쉐키나 스트릭렌이 동시에 투입될 경우 미스매치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때 기동력이 떨어진다는 약점이 있다. 임 감독은 수비에선 하은주와 엘레나 비어드를 동시에 투입하기도 했다. 비어드가 하은주의 느린 기동력을 막아주기 위한 전략.

하지만, 우리은행은 빠른 볼 처리로 신한은행의 예봉을 꺾었다. 접전이 펼쳐지던 2쿼터 중반. 우리은행은 사샤 굿렛이 하은주를 외곽으로 끌어낸 뒤 정확한 타이밍에 컷인에 성공하며 점수를 추가했다. 그러자 임 감독은 후반 들어 하은주를 코트에 투입할 수 없었다. 신한은행의 카드 하나가 줄어든 것이다. 이런 점이 결합해 양팀은 준비한 카드에 대한 효과를 보지 못했다.

때문에 사실 양팀의 1차전 내용은 썩 좋지 않았다. 실책이 많았고, 2점슛 적중률이 떨어졌다. 승부는 오히려 다른 곳에서 갈렸다. 리바운드였다. 우리은행의 리바운드 집중력이 신한은행보다 뛰어났다. 노엘 퀸이 전반전에만 6개의 공격리바운드를 잡았다. 신한은행은 이날 2-1-2 지역수비를 들고 나왔다. 사실상 드롭존이었다. 확실히 이 수비는 위력이 있었다. 그러나 수비를 성공하고도 연이어 퀸에게 공격리바운드를 내준 뒤 실점했다. 점수 차가 야금야금 벌어진 원인이 됐다.

이런 양상은 후반전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전반적인 리바운드 집중력에서 우리은행이 신한은행보다 한 수 위였다. 우리은행은 리바운드 우세를 바탕으로 신한은행보다 수 차례 공격을 더 많이 시도했다. 신한은행은 이런 양상이 반복되자 결국 집중력을 잃었다. 우리은행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달아났다.

결국 승부는 거기서 갈렸다. 신한은행은 경기 후반 집중력을 끌어올려 추격했다. 그러나 한계가 있었다. 리바운드서 44-23으로 우리은행의 우세였다. 퀸이 공격리바운드 7개 포함 15리바운드를 잡아냈다. 결국 우리은행은 공격 효율성을 극대화하며 1차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1차전의 교훈은 확실했다. 단기전이라도 기본은 리바운드다. 농구는 득점을 많이 해야 이긴다. 리바운드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퀸.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