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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뮤지컬 '서편제'에 아이돌 출연은 처음이다. 한국인의 정서가 담긴 뮤지컬인 만큼 깊이 있는 연기와 한이 담긴 가창력이 필요한 '서편제'. 그렇기에 관객들은 '서편제'에 아이돌 멤버가 투입되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하지만 2014 '서편제'에는 그룹 엠블랙 지오가 당당히 캐스팅됐고 기대를 한몸에 받는 만큼 남다른 각오로 무대에 오르고 있다.
지오는 2007년 타이키즈로 데뷔한 뒤 2009년부터 엠블랙으로 활동하며 벌써 8년차 가수가 됐다. 지난 2012년 SBS '유령'에 출연하며 연기에 도전했지만 뮤지컬은 '서편제'가 처음이다. 뮤지컬 도전도 처음인데 해당 뮤지컬에 아이돌 출연이 처음이라니, 지오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지오는 최근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뮤지컬에 도전한 현재 자신의 인생을 2막의 시작이라고 정의했다. 다수의 아이돌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가운데 지오는 한층 더 비장한 모습이었다. 인생 자체를 흔든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진지하게 인생 2막의 출발점에서 남다른 열정을 드러냈다.
지오는 지난해 뮤지컬 '광화문연가' 일본 공연을 통해 이지나 연출을 만났다. 당시 이지나 연출은 지오에게 "지오야. 네가 아직 부족한게 많지만 그래도 뮤지컬배우의 피가 있는 것 같다. 이 기회에 도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지오는 '희망을 찾았다'는 생각을 했다.
"현실적으로 가요계에서는 무대나 활동 방향이 넓지 않다. 시간이 지나고 연차가 지날 수록 줄어든다는 얘기도 있다. 때문에 인생에 있어 2막을 만들어 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그 때 이지나 선생님이 기회를 주신거다. '서편제' 출연 제안을 받고 굉장히 영광스러웠다. 심지어 아이돌 배우들이 하지 않았던 작품인데 내가 처음 캐스팅 되다니, 부담도 있었지만 사명감, 자존감도 많이 생겼다. 책임감도 많이 생겼다."
책임감이 생긴 만큼 지오는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엠블랙 새 앨범 준비중이었지만 그 무엇도 놓치기 싫었다. 첫째로 작품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 둘째로 관객들에게 실망을 주지 않기 위해, 셋째로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연습을 거르지 않았다. 이는 동료 배우 송용진을 통해서도 입증됐다. 송용진은 지오에 대해 "이렇게 연습실에 많이 나타나는 아이돌은 처음"이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지오는 "당연한 거다. 사실 그런 행태가 나올 수가 없었던 현실이 좀 안타까웠다. 어떻게 보면 아티스트와 회사간의 문제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서편제' 연습 들어갈 때 회사에 선전포고 아닌 선전포고를 했다"며 "'연습에 충실이 나갈 것이고 되도록이면 배려해달라'고 했다. 그러니 회사에서도 배려해줬다. 내가 뮤지컬 연습이 끝나야지만 엠블랙도 연습할 수 있었는데 그런 점에서 회사와 엠블랙 멤버들에게 고맙다"고 밝혔다.
멤버들의 도움은 배려뿐만이 아니었다. 이준의 연기 활동은 자극이 되기도 했고 최근 뮤지컬에 출연했던 승호와 천둥은 지오를 다독여줬다. 미르 역시 항상 힘이 됐다. 지오는 "이준을 보고 자극 받았다기보단 가수 활동 이외에 연기 등의 활동을 하는 것이 좋아보였다"며 "승호, 천둥은 최근 댄스컬에 가까운 공연을 했는데 그러다 보니 서로가 힘든 것을 이해해 줄 수 있었다. 그러니 좀 더 '으?X으?X' 하면서 배려할 수 있었고 돈독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가수는 항상 활동하는 게 아니라 텀이 길다. 나같은 경우 가수 활동 이외의 시간을 작곡으로 보냈는데 이 역시 수면 위로 뜨기란 쉽지 않더라. 뮤지컬이란 분야에 흥미가 있었는데 새로운 도전으로 인해 발을 디딜 수 있는 곳이 뮤지컬 무대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멤버들의 활동은 자극 아닌 자극이 됐고 더 원동력이 됐다. 잘 해내는 걸 보면서 나 역시 마음을 다잡았던 것 같다."
멤버들 도움도 도움이었지만 첫 뮤지컬의 선배 뮤지컬 배우들의 도움 역시 지오를 더욱 단단하게 했다. '유령'을 통해 TV 연기에 도전했었지만 무대 위 연기는 확실히 다를터. 고민하는 그에게 선배들의 모습은 많은 공부를 하게 했다. 발성부터 호흡법, 연기까지 모든 선배들이 도움을 줬다.
지오는 "다 도움을 줬다. 파트별로 가르침을 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발성, 호흡법 같은걸 많이 알려줬고 (서)범석이 형은 대사 전달할 때 에너지를 실어 전달할 수 있는 방법들을 알려줬다"며 "세 송화(이자람, 차지연, 장은아)는 나와 같이 장면에 나오니까 같이 잘 맞춰 줬고, 같이 동호 역을 연기하는 (송)용진 형과 마이클 리 형은 동병상련 느낌으로 뭉쳤다. 세 명 다 북을 치는 게 처음이었고 '서편제'도 처음이다. 그래서 같이 연구 하면서 많이 봤다. 아무래도 워낙 대단한 선배들이라 보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오가 맡은 동호는 아버지 유봉에 반발해 자신만의 소리를 찾아 나서는 인물. 지오 외에 마이클리, 송용진이 트리플 캐스팅됐다. 이에 지오는 "동호 역 형들과 정말 나이 터울 없는 형, 동생처럼 즐겁게 지냈다. 사실 연출적인 부분, 표현하는 데 있어서는 각 동호마다 연기 디렉팅이 달라 연출님이 굉장히 힘들어하셨고 우리도 어려웠다"며 "하지만 연출이 디테일하게 체크해주시고 자신을 희생해 감사함을 느꼈다. 세분의 송화 역시 보면 울컥할 정도다. 다 스타일이 달라 어렵고 큰 숙제라는 느낌이 들지만 그게 또 재밌다"고 털어놨다.
지오는 자신만의 동호에 대해 "가장 어리니까 반항기 있는 동생다운 모습을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나의 능력이나 표현하는 것에 있어 자신감을 갖고 있진 않지만 자부심은 갖고 있다"며 "휘어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보다는 열심히 해서 잘 하자는 생각이 크다. 관객들에게 실망 안 드리기 위해 매 순간 매 신, 매 노래, 매 대사 정말 신중하게 하고 있다. 그게 나한테는 지금 가장 해야 할 일이고 포인트다"고 밝혔다.
"노래나 연기나 다 부족하다고 생각하는데 눈빛을 좋아해 주는 것 같다. 얼굴에서 보여지는 여러 얼굴들이 있다고 한다. 뮤지컬이 여러 작품이 있지만 여러 작품에 녹아들 수 있는 얼굴을 가졌다는 말을 많이 한다. 그게 저한테는 어찌 보면 독이 될 수도 있는 게 그건 역시 실력이 돼야지만 도움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감사하게 생각하면서 내실을 다지려 한다. 엠블랙 무대에서는 사랑의 눈빛을 받고 뮤지컬 무대에서는 집중하는 눈빛이 보인다. 뮤지컬은 교감할 수 있다는 것이 좋다. 여유를 가질 수 있고 폭 넓게 무대를 활용할 수 있어 좋다."
뮤지컬 '서편제'는 동명의 소설 원작을 토대로 어린 송화와 동호가 어른이 되고 유봉과 갈등을 빚으며 이별과 만남을 겪는 과정을 뮤지컬로 재탄생시킨 작품. 이자람, 차지연, 장은아, 마이클 리, 송용진, 엠블랙 지오, 서범석, 양준모 등이 출연한다. 오는 5월 11일까지 서울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서편제' 동호 역 지오. 사진 = 프레인 제공,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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