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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울산 김진성 기자] “창용이는 SK전에 들어온다고 봐야죠.”
삼성 임창용의 1군 등록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임창용은 지난달 27일 경산볼파크에서 7년만의 복귀 신고식이자 입단식을 치렀다. 29일부터 경산볼파크에 합류해 퓨처스 선수들과 훈련을 시작했다. 임창용은 당시 류중일 감독에게 “열흘의 시간을 달라”고 했다. 류 감독도 흔쾌히 수락했다. 시카고 컵스 퇴단 과정에서 훈련량이 부족했다는 임창용의 개인적인 부탁을 들어준 것이다.
임창용이 류 감독에게 약속한 열흘이 다 돼 간다. 삼성은 4~6일 롯데와의 울산 3연전을 마친 뒤 나흘 휴식기에 들어간다. 이후 11일~13일 SK와의 홈 3연전을 진행하는 스케줄. 임창용이 정상적으로 열흘간의 컨디션 조절을 마치면 11일 대구 SK전서 1군에 등록돼야 한다. 류 감독은 4일 울산 롯데전을 앞두고 “임창용은 그때 들어올 수 있을 것 같다”라고 했다.
▲ 임창용? 괜찮으면 마무리로 써야지
류 감독은 속내를 털어놨다. “괜찮으면 마무리로 써야지”라고 했다. 임창용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류 감독은 임창용의 경험과 커리어에 절대적인 신뢰를 갖고 있다. 임창용이 안지만과 비슷한 위력을 갖고 있다면 임창용을 마무리로 써야 한다는 생각이다. 나름의 이유도 있다. 류 감독은 “창용이가 괌에서 우리와 훈련을 같이 했다”라고 했다.
임창용은 야쿠르트 시절부터 비 시즌 삼성과 종종 합동훈련을 했다. 삼성에서 9년동안 뛰면서 친한 동료와 후배들이 많기 때문이다. 임창용은 지난 비 시즌에도 1월까지 삼성의 괌 스프링캠프에 몸을 담았다. 류 감독은 삼성 투수들을 체크하면서 임창용의 공도 종종 지켜봤다. 류 감독은 “아예 모르는 게 아니다. 내가 직접 창용이의 구위를 확인했다. 당시엔 좋았다”라고 했다.
류 감독은 조심스럽게 “아무래도 (안)지만이보다는 창용이가 무게감에서 낫다. 내가 확인 한 것도 있고”라고 했다. 임창용은 6일 NC와의 퓨처스게임서 구원등판이 예정됐다. 류 감독은 “별일 없는 한 SK전서 1군에 올라간다”라고 낙관했다. 류 감독은 임창용의 NC전 기록을 보고 받은 이후 1군 합류를 최종적으로 결정할 예정이다. 임창용은 1군에 올라간 이후 1~2차례 시험등판을 거쳐 마무리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 신중한 류중일, 임창용-안지만의 관계는
류 감독에게 날카로운 질문이 들어왔다. “혹시 안지만이 실망하지 않을까요?” 안지만은 올 시즌을 마무리로 준비했다. 임창용의 복귀가 결정되기 전까지 풀타임 마무리로 한 시즌을 보낼 준비를 마쳤다. 시범경기서도 마무리로 나섰다. 삼성 입장에선 심창민, 안지만과 함께 임창용이 필승조로 자리매김하면 마운드가 강화된다. 그러나 불펜에서 가장 빛나는 마무리 보직을 꿰찬 안지만으로선 갑자기 복귀한 임창용에게 자리를 내준다는 게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그게 사람 심리다.
류 감독은 걱정하지 않았다. “지만이는 원래 중간이나 마무리나 어디에 가도 제 몫을 할 투수”라면서 “그런 걸로 서운해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했다. 실제 안지만은 누구보다도 임창용의 합류를 반기고, 고마워했다고 한다. 안지만 역시 프로 초년병 시절 임창용을 대선배로 모셨다. 안지만과 임창용은 진심으로 의기투합할 준비를 마쳤다고 보면 된다. 삼성 마운드가 유기적으로 강해질 일만 남았다.
그래도 한 가지 의문점. 혹시 임창용이 실전에서 예상보다 좋은 피칭을 선보이지 못할 경우다. 임창용은 사이드암, 안지만은 우완 정통파다. 상황에 따라서 더블 스토퍼도 생각해볼 수 있다. 류 감독은 “글쎄, 그건 좀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한 발을 뺐다. 이어 “임창용이 좌타자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면 생각해볼 수도 있다”라고 했다. 그러나 류 감독은 “마무리는 좌, 우 타자 가리지 않고 타자를 압도할 수 있어야 한다. 임창용의 피칭을 한번 더 봐야겠지만, 1군에 올라올 정도면 마무리를 할 준비가 되지 않았겠나”라고 했다.
이런 정황을 종합하면 류 감독은 “임창용이 마무리다”라고 시원스럽게 말만 하지 않았을 뿐, 사실상 마무리로 내정했음을 알 수 있다. 사실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중요한 건, 류 감독이 매우 신중하게 임창용에게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창용의 나이도 어느덧 30대 후반이고 예전과 같은 기대를 해선 안 된다는 의견을 갖고 있다. 한편으로 안지만의 활용도와 팀 마운드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도 고려해봐야 한다. 류 감독의 조심스러운 태도는 당연하다. 류 감독 특유의 신중함이 묻어나는 부분이다.
[류중일 감독(위), 임창용(가운데), 안지만(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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