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김진성 기자] “경기운영능력을 갖췄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절대로 선수들에게 헛된 희망이나 기대를 걸지 않는다. 대신 철저한 준비로 언제든 팀에 보탬이 되는 전력원을 최대한 많이 만든다. 고졸 신인 하영민도 마찬가지다. 하영민은 광주 진흥고를 졸업하고 2014년 1라운드 4번에 지명된 신인이다. 염 감독은 하영민의 가능성을 주목했다. 1군에서도 통할 수 있다고 봤다.
염 감독은 애당초 하영민을 제2의 조상우로 점 찍었다. 올해 필승 불펜으로 자리잡은 조상우는 지난해 1군서 단 5경기에만 나섰다. 대신 투구 폼을 뜯어고쳤고, 1군 분위기를 충분히 익혔다. 당연히 1군에서 선배들의 좋은 점을 배우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지난해 수련을 한 조상우는 올 시즌 완벽한 1군 멤버로 거듭났다. 하영민도 이 단계에 들어있다. 그러나 지난 13일 대전 한화전서 한 차례 선발 등판해 5이닝 1실점을 거두면서 선발승을 덜컥 따냈다. 역대 5번째 고졸 루키 데뷔전 선발승.
넥센은 현재 강윤구, 오재영, 문성현 등의 부진으로 토종 선발진이 사실상 붕괴된 상황이다. 염경엽 감독은 하영민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줬다. 지난 24일 목동 롯데전서는 3이닝 7피안타 3실점으로 한계를 맛본 상황. 하영민으로선 다시 한번 염 감독에게 자신의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하영민은 좋은 피칭을 했다. 다시 한번 염 감독에게 눈 도장을 받았다. 1회 민병헌, 오재원, 김현수, 2회 호르헤 칸투, 양의지, 고영민, 3회 선두타자 오재일까지. 경기 시작과 동시에 7타자 연속 삼진 및 범타로 처리했다. 허경민에게 좌중간 안타를 맞은 하영민은 정수빈에게 볼넷을 내준 뒤 민병헌에게 볼카운트 3B1S서 5구째 139km짜리 직구를 놓다 높게 제구가 돼 좌월 선제 스리런포를 맞았다. 쓸데 없이 주자를 모으게 해선 안 된다는 점. 볼카운트를 불리하게 가져가선 안 된다는 점 등을 다시 한번 느낀 순간이었다.
하영민에게 놀라운 점은 그 이후였다. 보통 경험이 적은 투수들은 큰 것 한 방을 얻어맞은 뒤 평정심을 잃어버리기 마련이다. 좋았던 투구 밸런스마저 잃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하영민은 4회 2사 후 오재일에게 우전안타를 맞았으나 허경민을 우익수 플라이로 돌려세웠고, 5회엔 정수빈 민병헌 오재원을 삼자범퇴로 돌려세웠다.
하영민은 6회에도 마운드에 올라왔다. 결국 한계를 드러냈다. 선두 김현수에게 우전안타를 맞은 뒤 칸투에게 좌측 담장을 직접 때리는 2루타를 맞고 마운드를 마정길에게 넘겼다. 마정길이 후속타를 막아내면서 하영민의 기록은 5이닝 6피안타 1탈삼진 1볼넷 4실점으로 확정됐다. 결국 패전 투수. 시즌 첫 패배. 투구수는 83개. 스트라이크는 55개. 스트라이크와 볼 비율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제구가 잘 됐다는 의미.
잘 던졌지만, 기록상으로 그리 압도적이지 않았다. 잘 던지다 갑작스럽게 맞은 스리런포와 6회 노림수를 갖고 타석에 들어선 김현수와 칸투의 노련미에 당하고 말았다. 그래도 하영민은 직구 최고구속 143km이 찍혔고,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 등 어지간한 프로 투수들이 갖고 있는 구종을 다 던질 줄 알았다. 좀더 승부처에서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익힌다면, 염 감독의 기대대로 더 좋은 투수가 될 수 있을 듯하다. 확실히 기본적인 기량 자체는 나쁘지 않다.
[하영민. 사진 = 잠실 유진형 기자 zolong@mydia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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