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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장영준 기자]"자신의 친딸을 살해한 혐의로 감옥에 갇힌 아버지. 그러나 그는 진범이 아니었다. 누군가의 돈 때문에, 명예 때문에 철저하게 희생된 피해자 중 하나일 뿐이었다. 진범은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고, 이 사건을 보도한 언론들은 하나같이 친 아버지를 살인범으로 지목하며 자극적인 기사들을 쏟아냈다."
"제주도로 항해 중이던 대형 여객선이 침몰했다. 260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왔고, 그 중 대다수는 수학여행 중이던 고등학생들이었다. 구조 작업과 함께 사고 원인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됐고, 관련자들이 줄줄이 구속됐다. 이들은 사고 초기 구조보다 자신들의 잘못을 은폐하는데 급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세월호 참사를 보도한 언론들이 한 때 웃지 못할 오보 해프닝을 벌여 빈축을 사기도 했다."
현재 방영 중인 KBS 2TV 수목드라마 '골든크로스'의 이야기와 전국민을 큰 충격에 빠뜨린 세월호 참사의 이야기다. 하나는 드라마, 하나는 현실인데 참 많은 부분이 닮아 있었다. 문득 '골든크로스'를 보면서 세월호 참사를 떠올린 사람이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체적인 사건의 내용은 다르지만, 크게 놓고 보면 많은 부분에서 드라마와 현실이 맞닿아 있었다.
지난달 16일 세월호가 바다 속에 가라앉으며 승객들이 하나 둘 목숨을 잃고 있던 급박한 순간, 선사 청해진해운 측은 선원들로부터 사고 사실을 보고 받고도 오히려 딴 데 정신이 팔려 있었다. 사고 원인이 과적으로 지목될 것을 우려해 화물량을 축소 조작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사고의 책임을 은폐하는데 급급해 수십명의 목숨을 더 살릴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허비한 것이다.
'골든크로스'에서도 자신에게 성상납을 한 연예인 지망생을 무참하게 살해한 경제기획부 금융정책국장 서동하(정보석)가 사건 직후 변호사 박희서(김규철)에게 전화를 걸어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전전긍긍했다. 두 사람은 완벽한 호흡(?)을 자랑하며 판을 짜기 시작했고, 죽은 연예인 지망생의 친 아버지를 살인범으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완전 범죄로 묻힐 뻔한 이 사건은 그러나 진실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이 모든 건 결국 돈 때문이었다. 돈이면 다 되는 냉정한 자본주의사회. 그래서 일부는 생명보다 돈을 더 중요시 한다. 이 때문에 각종 사건 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대중의 공분을 살만한 일들도 빈번히 발생한다. 이번 세월호 참사가 청해진해운과 모기업인 세모그룹까지 수사가 확대되고 있는 것도 결국 자금의 흐름을 추적하다보니 벌어진 일이다. 세월호가 과적을 한 것도, 승객을 더 태우려 선실을 개조한 것도 결국은 모두 돈 때문이 아니었던가.
세월호 참사 직후 언론에서는 "승객들이 전원 구조됐다"는 오보가 나오기도 했다. 이 때문에 언론의 보도 행태에 대한 지적이 일기도 했다. '골든크로스'에서는 친딸 살인 사건의 범인이 친아버지였고, 성상납 사실을 알게 된 아버지가 화를 삭이지 못해 딸을 살해한 것으로 보도되는 내용이 그려졌다. 치열해진 속보경쟁 체제가 빚어낸 촌극이었다. 드라마는 그렇다쳐도, 현실에서조차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사실이 그저 아쉬울 뿐이다.
드라마같은 뉴스가 쏟아지는 세상. '골든크로스'가 세월호 참사와 많은 부분 맞닿아 있는 것은 바로 '탐욕' 때문이다. 인간의 욕심이 돌이킬 수 없는 화를 불렀고, 다시 그 욕심 때문에 결국은 벌을 받는다는 사실. 굳이 '권선징악'이라는 사자성어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우리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드라마 같은 일이 현실에서 벌어진 것 같아 마음 한 켠이 계속 쓰리고 불편하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소 잃고 외양간 고치더라도 제대로 대책을 세웠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세월호 참사 당시 현장 모습, KBS 2TV 수목드라마 '골든크로스' 포스터. 사진 = SBS, 팬 엔터테인먼트 제공]
장영준 digou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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