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김진성 기자] 삼성타선이 유희관을 제대로 공략했다.
극심한 타고투저 시대. 두산 좌완 유희관은 투수들에겐 최후의 보루 같은 존재였다. 지난해 혜성처럼 등장한 유희관은 올 시즌에도 등판만 하면 타자들을 확실히 압도할 수 있는 투수로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성적이 말해줬다. 9일 잠실 삼성전 선발등판 직전까지 4승 평균자책점 1.91. 평균자책점 부문 단독선두.
그 누구도 유희관의 공을 옳게 공략하지 못했다. 구속은 110~130km에 머무르지만, 타자 무릎 근처로 낮게 깔리면서 스트라이크 존 외곽을 찌르는 직구는 누구도 쉽게 걷어내지 못한다. 여기에 오른손타자 바깥쪽으로 흐르는 싱커 역시 마구로 통한다. 이마저도 크게 꺾이는 것과 짧게 꺾이는 것으로 나뉜다. 또한, 100km대의 슬로커브로 타자들의 타격 타이밍을 흔든다. 다양한 매뉴얼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경기운영능력까지 갖춘 유희관은 타고투저시대에서 당당히 살아남았다.
그런 유희관이 공략을 당했다. 9일 삼성 타선에게 홈런만 4개를 내줬다. 홈런 3방 중 2개는 박석민의 작품이었다. 박석민은 2회 선두타자로 등장해 볼카운트 1B서 2구째 118km짜리 높게 들어온 체인지업을 공략해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선제 솔로홈런을 터트렸다. 선제 솔로포. 유희관으로선 매우 기분 나쁜 홈런.
압권은 5회였다. 두산도 4회 배영수를 상대로 2점을 추격한 상황. 삼성은 달아나는 한 방이 필요했다. 박석민이 또 나섰다. 5회 2사 주자 1루 볼카운트 2B서 3구째 131km짜리 높은 직구를 공략해 비거리 110m짜리 좌월 투런포를 쳤다. 두산으로 넘어가던 흐름을 다시 삼성으로 돌려놓는 결정적 한 방. 추격하려던 두산으로선 큰 타격을 받았다. 결국 천하의 유희관도 그렇게 무너졌다.
나바로와 최형우도 홈런을 뽑아냈다. 나바로는 3회 선두타자로 나서서 볼카운트 1B1S서 3구째 120km짜리 체인지업을 공략해 비거리 115m짜리 좌월 솔로포를 쳐냈다. 최형우는 볼카운트 1B2S서 130km짜리 높은 직구를 공략해 비거리 120m짜리 우월 투런포를 쳐냈다. 이밖에 삼성은 이승엽, 박한이, 최형우, 박해민이 유희관을 상대로 2루타 3개와 3루타 1개를 뽑아냈다. 유희관을 상대로 뽑아낸 안타 11개 중 8개가 장타였다는 게 눈에 띈다.
또 하나 놀라운 점. 삼성의 홈런 4개 모두 3구 이내에 나왔다는 점. 물론 홈런 4개 모두 유희관의 체인지업과 직구가 높게 형성됐다. 무릎 근처에서 형성되는 유희관만의 제구 탄착군이 무너졌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를 놓치지 않은 삼성 타선이 더 대단했다. 그만큼 집중력이 좋았다. 실투를 놓치지 않고 그대로 걷어내면서 유희관을 무너뜨렸다. 체인지업에 연이어 홈런을 맞자 직구 위주의 볼배합으로 바꾼 것도 그대로 간파했다.
경기 전 만난 류중일 감독은 “유희관은 볼 카운트를 불리하게 가져가지 않는다. 대부분 초구에 스트라이크를 넣는다. 타자들이 자신에게 첫번째 스트라이크를 어떤 공으로 넣는지를 빨리 파악해야 한다”라고 했다. 삼성 타자들은 이날 유희관을 적극적으로 공략했다. 그리고 유희관의 변화구 유인구를 잘 참아냈고, 때로는 장타로 연결했다. 그렇게 철옹성 유희관이 무너졌다.
[박석민(위), 최형우(아래). 사진 = 잠실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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