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제대로 된 벌크업이 필요하다.
오리온스 추일승 감독은 “청소년 대표팀 애들도 키가 많이 크네”라고 놀라워했다. 또 다른 농구인은 “애들이 너무 말랐다”라고 안타까워했다. 한국농구가 예전과 다른 게 한 가지 있다. 더 이상 국제무대서 신장이 그렇게 많이 달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195cm 내외의 2~4번 자원이 꾸준히 배출된다. 아시아선수권을 준비 중인 U18 남자대표팀서 주목을 받는 송교창(삼일상고)도 키는 2m인데 12일 오리온스와의 연습경기서 3~4번을 오가며 플레이했다.
더 이상 ‘키가 작아서 어쩔 수 없이 졌다’라는 말은 국제대회서 통하지 않는다. 문제는 기술과 파워다. 이 부분에서 한국농구는 국제무대서 바닥 수준의 경쟁력이다. 세계농구 트랜드는 이미 신장이 아니다. 신장과 힘을 밑바탕에 갖춘 기술자들의 전성시대다. NBA를 주름잡는 르브론 제임스 케빈 듀란트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선수들이 모여 강력한 하모니를 이루는 팀이 세계적 강호로 군림한다. 최신 트렌드가 아니라 예전부터 이런 흐름은 이어졌다. 한국농구가 세계와 얼마나 격차가 큰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 몸싸움 약세의 폭넓은 의미
남자대표팀 유재학 감독은 수 차례 “몸싸움에서 밀리니 제대로 되는 게 없다”라고 했다. 유 감독이 말하는 몸싸움 문제는, 단순히 FIBA룰과 KBL룰이 다른 것에서 오는 부적응 문제로만 볼 수 없다. FIBA룰 특유의 극심한 몸싸움서 버텨낼 수 있을 정도로 힘과 기술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 추일승 감독은 “어느 룰이든 선수가 어떤 기량(경쟁력)을 갖고 뛰느냐가 더 중요하다”라고 했다.
몸싸움의 한계로 리바운드서만 어려움을 겪는 것도 아니다. 기본적 공격과 수비 모두 한계가 명확하다. 대부분 선수의 벌크업이 부실하다 보니 돌파와 스크린 자체가 원활하지 않다. 힘에서 밀리니 상대의 압박에 기본적 드리블도 제대로 하기 쉽지 않다. 이러니 한국은 국제무대서 공격만 하면 뒷걸음질하다 외곽에서 의미없게 공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 결국 공격제한시간에 쫓겨 확률낮은 슛을 던진다.
어쩌다 돌파를 해도 수비수를 피해서 슛을 던지는 것에 익숙하다. KBL서 수준급 파워를 갖춘 외국인 빅맨들을 피해서 공을 처리하는 것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확률이 떨어진다. 그렇다고 해서 플로터 같은 기술을 확실하게 갖춘 선수도 많지 않다. 수비는 두 말할 것 없다. U18대표팀 김승환 감독은 “중동도 파워가 우리보다 좋다”라고 냉정하게 진단했다. 탄탄한 몸을 갖춘 선수들의 페이크와 몸으로 밀고 들어온 뒤 공을 처리하는 저돌적 움직임에 겁 먹고 몸이 굳는 경우가 많다. 이런 현상은 대표팀의 뉴질랜드, 브리검영대학과의 평가전서 여실히 드러났다. 이 모든 게 파워 부족으로 인한 부실한 몸싸움이 부른 나쁜 결과다. 기술 자체도 떨어지지만, 파워가 떨어지면서 기술을 발휘할 기회조차 없어졌다.
▲ 벌크업에 대한 잘못된 인식
몇몇 중, 고등학교 지도자에게 문의한 결과 “선수들에게 고등학교 때 제대로 된 웨이트트레이닝을 처음으로 시킨다. 그마저도 힘들다고 열심히 하지 않는 선수도 많다”라고 했다. 극심한 벌크업과 근력운동은 성장판을 닫게 한다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현대농구서 큰 신장은 ‘기본’이다. 중, 고등학교 지도자들은 성장판이 닫히기 전까지 선수의 신장이 1cm라도 더 크게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문제는 키에 신경을 쓰다 웨이트트레이닝을 접하는 시기가 늦어지고, 그 중요성이 간과된다는 점이다. 한 전문 트레이너는 “웨이트레이닝을 하면 성장판이 닫히고 키가 크지 않는 것도 과학적으로 100% 증명된 건 아니다.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면 키 크는 속도가 늦어질 순 있어도, 아예 그 상태서 완전히 멈추는 것도 아니다. 사람마다 다 다르다. 신체에 따른 알맞은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면 오히려 키도 잘 큰다”라고 했다.
결국 근육 부피를 늘리는 극심한 벌크업을 하면 자라는 청소년이 무조건 키가 크지 않는다는 건 성급한 논리인 것 같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키 2~3cm 차이가 농구선수로서의 성공을 100% 담보하는 것도 아니다. 이미 요즘 남자 고등학교 선수들은 190cm을 넘은 선수가 많다. 당연히 이런 선수들에겐, 체계적 근력운동과 단계적인 벌크업이 필요하다. 한 농구관계자는 “대부분 고등학교까진 하체위주로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킨다. 대학교에 들어간 뒤 상체 벌크업을 시킨다”라고 했다.
이렇게 되면 이미 늦다. 한국인을 비롯한 동양인은 태생적으로 서양인보다 파워와 근력이 떨어진다. U18대표팀은 기본적 수준이 두 수 위인 오리온스에 완벽하게 무너졌다. 레벨의 차이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파워의 차이가 극명했다. 선수들의 몸이 너무 약했다. U18대표팀이 중동, 혹은 내년 세계대회에 나갈 경우 맞붙는 세계 정상급 청소년 대표팀은 국내 프로팀에 맞먹는 수준의 파워를 갖췄다고 봐야 한다. 오리온스와의 연습경기는 그래서 시사하는 바가 컸다. 이 전문트레이너는 “중, 고등학교 선수에게 무조건 성인수준의 왕성한 벌크업을 시키라는 게 아니다. 그 레벨에 맞게 체계적으로 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했다.
대학선수들과 프로선수들은 두 말할 게 없다. 대표팀에 뽑히든, 뽑히지 못하든 포지션을 불문하고 최대치의 벌크업이 필수다.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도 핑계다. 벌크업으로 몸이 무거워지면 무조건 스피드가 떨어진다는 것도 잘못된 인식이다. 벌크업의 중요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 그리고 자신의 신체 밸런스에 맞는 체계적인 이행이 중요하다. 파워가 갖춰져야 기술도 빛을 발할 수 있다. 중, 고등학교, 프로를 불문하고 트레이닝 파트에 대한 대대적 투자가 필요하다. 한국농구는 벌크업의 중요성이 너무나도 간과되고 있다.
[남자농구대표팀(위), 청소년대표팀 모습(가운데, 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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