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문학 김진성 기자] “이런 묘미도 있나 싶더라.”
SK 이만수 감독은 후반기 심판 합의판정제도가 도입된 뒤 단 한번도 합의판정을 요구한 적이 없다. 그러다 지난 13일 잠실 SK전서 4회 연이어 두 차례 합의판정을 요구해 판정을 원하는대로 이끌어냈다. 이 감독은 14일 인천 삼성전을 앞두고 “선수들이 잘 도와줬다”라면서도 “이런 묘미도 있구나”라고 웃었다.
상황은 이랬다. SK가 1-3으로 뒤지던 4회초 2사 1루. 1루주자 나주환이 2루 도루를 시도했다. 최초판정은 태그 아웃. 그러나 나주환이 즉각 벤치에 사인을 보냈다. 그러자 이만수 감독이 득달같이 그라운드로 나와서 합의판정을 요구했다. 이닝 교대상황에서의 합의판정 제한시간 10초를 넘지 않았다. 결국 박종철 2루심의 최초판정이 번복됐다.
끝이 아니었다. 2사 2루 찬스서 타석의 임훈이 LG 선발투수 류제국의 공에 몸을 맞았다. 이기중 구심은 최초 볼을 선언했다. 임훈의 몸에 공이 맞지 않았다는 것. 그러나 임훈은 공이 유니폼을 스쳤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이만수 감독이 다시 그라운드로 나와서 합의판정을 신청했고, 몸에 맞는 볼을 이끌어냈다. 계속된 2사 1,2루 찬스서 정상호의 좌전적시타로 추격한 SK는 대타 한동민의 우전 2타점 적시타로 승부를 뒤집었다. 합의판정 2회 연속 성공이 경기 흐름도 바꿨고, 결과도 SK의 승리가 됐다.
이 감독은 “사실 한 이닝, 그것도 한 타자에 합의판정을 2번 신청하는 건 쉽지는 않겠더라. 무모했다. 하위타선으로 이어진 상황이었다. 혹시 합의판정을 2번 연이어 성공했는데 득점을 올리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 싶었다”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사실 이 감독의 합의판정 연속 2회 신청은 대단한 결단이었다. 올 시즌 어느 팀도 합의판정을 2회 연속 한 이닝에 요청한 적이 없다.
이 감독은 “그래도 그 상황에선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저 합의판정 신청을 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라면서 “선수들이 재빨리 신호를 잘 보내줬다. 합의판정은 선수가 도와주지 않으면 성공하기가 힘들다”라고 했다. 이 감독은 그동안 기쁨의 액션을 최대한 자제했으나, 13일 경기서는 모처럼 주먹을 불끈 쥐는 세리모니를 했다. 그만큼 이 감독과 SK로선 짜릿한 승부였다. SK가 LG전 2연승 상승세로 홈에서 삼성을 상대한다.
[이만수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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