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배우 송은채가 강은비에서 송은채로 예명을 바꾼 후 첫 작품을 내놨다. 바로 영화 '레쓰링'(감독 김호준)이다.
영화 '레쓰링'에서 송은채는 교복을 벗어던졌다. 처음으로 고등학생이 아닌 대학생 역을 연기했다. 더불어 나홀로가 아닌 남자배우들과의 러브라인도 선보인다. 과거 송은채를 떠올리면 큰 변화일 수밖에 없다.
송은채는 "난 항상 (극 중) 짝사랑만 했다. 누구를 좋아하고만 있었다. 누가 날 사랑하는 역도 없었다. 그런데 여기서는 달랐다. 이런 연기가 재미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교복을 안 입으면 미혼모 역이었다. 너무 답답했다. 가난하거나 고등학생이거나 미혼모, 누구의 동생 이런 역들이었다. 교복도 하복, 동복 두 벌을 입게 되면 그게 좋고 그랬다. 이번 영화에서 의상을 가장 많이 입었다. 의상팀과 처음으로 친해진 영화가 아닐까 싶다. '몽정기' 때는 그 의상 하나만 입었는데 이번에는 나에게도 옷에 대한 권한이 생겼다"고 덧붙이며 소소한 것 하나에도 즐거워했다.
하지만 그의 밝은 모습과 달리 '레쓰링'은 여배우로서 선뜻 나서기에는 조금 부담감이 들 수도 있는 섹시 코미디. 게다가 극 중 노출까지 감행해야 한다. 영화 속 파격 베드신은 없지만 시나리오 상에서는 조금 달랐다고. 대본 리딩을 하며 송은채와 또 다른 여자 출연자인 하나경의 이미지에 맞춰 시나리오가 바뀌게 됐고, 덕분에 각각 여배우들의 이미지와 더욱 맞아 떨어지는 '레쓰링'이 탄생할 수 있었다.
송은채는 "시나리오를 먼저 받았다. 읽고 나서 재미있기는 하지만 야해서 내가 소화할 수 있을까 걱정을 했는데 겁을 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까지 어린 역만 할 수도 없지 않나. 감독님이나 제작자 분이나 고심 끝에 나에게 보냈을 것 같기도 하고, 그런 감사한 마음에 미팅을 해보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또 "감독님이 '어린 신부' '제니, 주노'를 연출하셨는데 그 영화들의 오디션을 봤다가 떨어진 적이 있다. '언젠가 같이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는데 감독님께서 나를 기억해 주셨다. 오디션 보던 때도 기억하고 계시더라. 연기를 보고 많이 늘었다고 칭찬을 해주시는데 감동 받았다"며 "감독님뿐만 아니라 시나리오도 좋았고, 성격도 바꿀 수 있는 역이었다. ('레쓰링'에 출연하게 된 건) 운이 좋았다는 게 맞는 표현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런 송은채는 김호준 감독의 노하우와 코미디 장르에서 독보적 존재감을 발휘하는 최성국을 믿고 촬영에 임했다. 어려보이는 이미지 때문에 섹시 코미디 장르에 어울릴까 고민도 하고, 노출에 대한 걱정도 했던 송은채는 "내가 벗어봤자지"라고 생각했다고.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난 그는 "용기를 낸 만큼 잘 나온 것 같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스스로 자신의 벽에 부딪혔고, 만족할 만한 결과물도 얻었지만 송은채에게 '레쓰링'은 그 이상으로 특별한 작품이다. 침의 통로가 막히는 질환인 타석증 진단을 받고 수술 받은 후 선택받은 작품이었던 것. 어쩌면 말을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주의사항을 전달받았고, 다행히도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진 않았지만 혀가 잘 움직이지 않아 발음이 잘 되지 않았던 그를 택해준 작품인 만큼 고마움도 남다를 수밖에 없었을 터였다.
송은채는 "타석증이라고 침샘이 막히는 병에 걸렸다. 수술을 해야 했는데 겉으로 하면 상처가 난다고 해 입 안쪽으로 수술을 했다. 어쩌면 말을 못할 수도 있는데 동의하냐고 하더라. 음식만 먹으면 부었다. 그래서 살이 더 빠진 것도 있다"며 "2cm 크기의 돌이 나왔다. 칼슘이 많아서 걸리는 병이라고 하더라"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1월경에 수술을 했다. 얼굴의 반쪽이 부어 있었고 음식을 잘 못 먹었다. 혀가 잘 안 움직여 발음도 잘 안 됐다. 그 당시 봤던 오디션에서 다 떨어졌다. 수술 다음날 오디션을 보러 가기도 했다. 그런데 '레쓰링'의 김호준 감독님이 좋게 봐줬다. 감독님이 잠재성을 보셨는지 연기하는 걸 보더니 좋아졌다고 하시더라. 그 말을 듣고 울었다"고 털어놨다.
'레쓰링'에 합류하게 된 송은채는 대본을 보고 또 봤다. 수술 후 분명한 발음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던 그에게 대본 연습은 필수 불가결한 일이었다. 예전에는 쉽게 외우던 대사들도 발음이 잘 되지 않아 읽고 또 읽었다. "대단한 선배님들도 대본을 열심히 보는 이유를 알게 됐다"며 쑥스럽게 웃는 그는 배우로서 한 걸음 더 나아간 듯 보였다.
송은채는 "'레쓰링'이 좋은 운을 주지 않았나 싶다. '레쓰링'을 찍을 때만 해도 좋은 일들이 많이 생겼다. 캐스팅 제의도 받았고 시나리오들도 들어왔다. 이 영화가 새롭게 내 연기를 열어주는 영화였고, 용기를 낸 만큼 보답해주는 영화인 것 같다"며 "'레쓰링'은 많이 남다른 작품"이라고 전했다.
그의 꿈은 오랫동안 연기 생활을 하는 것. 50~60대까지 꾸준히 연기를 해나가고 싶다는 송은채는 그 나이가 됐을 때, 진정한 연기자가 됐을 때를 상상하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레쓰링' 외에도 올 하반기 영화 '주인 없는 꽃: 어우동'을 선보이게 될 송은채는 "3년이나 쉬다가 영화 2편을 주연급으로 찍을 수 있는 건 행운이고 행복 같다. 강은비에서 송은채가 됐고, 조금 더 성숙해졌다"며 "연기력이 더 좋아져 괜찮은 배우구나라는 인지도가 생기고, 또 다른 작품들에서 내면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연기를 하는 게 목표다. 꾸준히 연기하고 싶다. 송은채가 아니라 그 역할 안에 있는 그 사람으로서 내면을 갈고 닦아 가면 최종 목표가 이뤄질 것 같다"는 소망을 전했다.
한편 송은채의 스크린 복귀작인 '레쓰링'은 여자와의 관계를 통해 예술적 영감을 얻는 한 괴짜 교수가 첫눈에 자신의 난봉끼를 사로잡은 진짜 사랑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려낸 섹시 코미디 영화로 최성국, 송은채, 하나경 등이 출연했다. 11일 개봉.
[배우 송은채.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