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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번 대회는 내일부터 시작된다.”
남자농구대표팀 유재학 감독은 전술변화에 매우 민감하다. 유 감독이 국내 최고의 명장으로 통하는 이유는 선수와 팀의 객관적인 상황과 장, 단점을 냉정하게 파악하고 대처하기 때문이다. 전면강압수비와 기계 같은 스위치디펜스를 들고 나갔다가 제대로 써먹지도 못했던 농구월드컵 이후에는 “기본적인 파워와 기술의 차이가 생각했던 것 이상이었다”라고 했다.
유 감독은 착오가 있다면, 곧바로 수정하고 새로운 대안을 내놓는 지도자다. 월드컵이 끝난 뒤 아시안게임 준비를 하면서 “사기가 떨어졌다”라고 했다. 12강리그 2경기, 카자흐스탄과의 8강리그 첫 경기를 승리로 어느 정도 회복이 됐다. 이 시점에서 유 감독은 또 한번 의미심장한 코멘트를 날렸다. 26일 카자흐스탄전 직후 “이번 대회는 내일부터 시작한다. 지금까지 쓰지 않았던 지역방어를 쓸 예정”이라고 했다. 유재학호의 필승카드가 27일 필리핀전서 드러난다.
▲ 왜 3-2 드롭존인가
이미 몇몇 언론을 통해 언급됐다. 기자 역시 그동안 대표팀을 취재하면서 기사화 했다. 대표팀은 월드컵 이후 3-2 드롭존을 꾸준히 연마해왔다. 기술이 엇비슷한 아시아권서는 변칙 지역방어가 효율적이란 판단을 내렸다. 3-2 드롭존은 앞선에 3명, 뒷선에 2명이 서는 변칙 지역방어. 앞선 3의 꼭지점에 서는 선수가 골밑에 순간적으로 도움수비를 가할 때 ‘드롭’이란 말을 쓴다. 앞선에서 골밑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드롭이다. 위에서 보면 3-2 드롭존. 기본적으로 지역방어지만, 드롭하는 선수에 의해 골밑에서 순간적으로 강력한 더블팀 수비가 이뤄진다. 대표팀에선 김주성 오세근 김종규 이종현 등 빅맨이 주로 이 역할을 맡는다.
이 수비는 약점이 명확하다. 공격자들의 패스워크가 좋고 빈 공간을 찾아 들어가는 움직임이 빠를 경우 여지없이 무너진다. 특히 골밑에서 순간적인 드롭에 당한 빅맨이 외곽 빈공간으로 패스를 뿌린 뒤 3점포가 나올 경우 더 이상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 국내에선 동부, SK가 유용하게 사용했다. 국내 농구 팬들에게도 익숙한 전술.
필리핀은 26일 카타르에 패배했다. 하지만, 여전히 객관적 전력은 한국과 엇비슷하거나 약간 나은 부분이 있다. 가드진 테크닉이 좋지만, 전반적인 패스워크는 썩 좋지 않다. 빠른 패스보단 돌파를 선호하는 스타일. 때문에 앞선에 2명을 둔 일반적 2-3 지역방어는 살짝 부담스럽다. 3명을 두면서 필리핀 테크니션들을 압박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그런데 3-2 드롭존의 최대약점은 양 코너 수비가 허술하다는 점. 양쪽 45도 지점에서도 찬스가 날 수 있다. 유 감독은 패스워크가 썩 좋지 않은 필리핀이 3-2 드롭존을 공략할 역량이 좋지 않다고 판단한 상태다.
▲ 왜 이제까지 숨겼나
유 감독은 카자흐스탄전서 대부분 시간을 정상적 2-3 지역방어로 보냈다. 12강리그서도 마찬가지 흐름. 하지만, 대표팀은 월드컵 이후 풀코트 프레스, 하프코트 프레스 등 강압수비와 함께 3-2 드롭존 수비 연습 비중이 높았다. 필리핀과 이란을 격파하기 위한 비장의 무기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제까지 맞붙은 몽골, 요르단, 카자흐스탄전서는 굳이 비장의 무기를 꺼낼 필요까진 없었다.
한국이 필리핀, 이란 등을 경계하고 분석하는 것처럼, 필리핀, 이란 등도 한국을 경계한다. 경쟁 국가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굳이 필승카드를 꺼낼 이유가 없다. 카자흐스탄전 2-3 지역방어 고수는 전략적 이유가 있었다. 필리핀이 3-2 드롭존을 깰지, 깨지 못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일시적으로 고전할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그때 흐름을 가져오면 대성공이다.
3-2 드롭존은 드롭하는 빅맨의 체력소모가 심한 전술이다. 대표팀은 24일 12강리그 첫 경기 몽골전부터 28일 8강리그 마지막 경기 카타르전까지 5연전을 치른다. 이날 필리핀전부터 카타르전, 1일 준결승전과 3일 결승전까지 적절히 체력을 비축할 필요가 있다. 물론 결승전까지 치른다는 보장은 없지만 일단 선수기용계획은 그렇게 짜놓은 상태다.
카타르가 필리핀을 잡았다. 1패를 안으면서 한국전 부담이 굉장히 커졌다. 그런 심리상태가 한국전 집중력이 높아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반대로 부담감이 한국의 낯선 수비시스템과 결합해 더욱 흔들릴 수도 있다. 반대로 한국은 필리핀을 깬 카타르 경계령이 떨어졌다. 필리핀과 카타르전 모두 필승전략으로 나가야 한다. 그 시작이 3-2 드롭존. 준결승전으로 가는 황금열쇠가 된다면 대성공이다.
[유재학 감독(위), 남자농구대표팀(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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