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배우 안재현은 시크남 같다. 이제는 한 물 간 말이기는 하지만 '차가운 도시 남자' 같기도 하다. 중저음 보이스에 조근조근 논리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밝힐 때면 더 그런 느낌이다.
하지만 알고 보면 상남자. 특히 일을 하는 데 있어서는 상남자 기질이 폭발한다. 동갑내기 배우들은 되는데 왜 난 못하는 거냐며 스스로에게 욱하기도 하고 한 번 칼을 뽑았으면 뭐가되든 끝까지 해봐야 한다며 자신을 다그치기도 한다.
그 결과 성공적으로 배우 데뷔를 끝마쳤고 브라운관을 사로잡은데 이어 스크린까지 쥐락펴락할 준비를 마쳤다. 지난해 12월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로 배우로서 첫 발을 내딛은, 만으로 채 1년도 되지 않은 그가 말이다.
영화 '패션왕'에서 기안고 황태자 원호 역을 맡은 안재현은 생애 첫 언론시사회에 참석했을 때 "바들바들 떨면서 영화를 봤다"고 회상했다. 관객들의 반응이 궁금했기 때문. 자신의 연기를 어떻게 봐줄까 궁금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안재현은 "같이 봐 준 스태프들이나 주변 사람들이 원호에 대해 '되게 나쁘다'고 했다. 나쁜 캐릭터인데 나쁘게 봐줘 기분이 좋다. 내 캐릭터를 객관적으로 보기는 힘들지 않나. 내 눈에는 미흡한 것들이 보이기는 하지만 그런 반응들이 기쁘다"며 첫 스크린 데뷔를 성공적으로 마친 소감을 전했다.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되는 것이 영화 '패션왕'에 모델로 활동한 그의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신들이 적잖이 등장한다는 것. 안재현은 주원과 런웨이를 걷기도 하고, 포토그래퍼 앞에서 자신 있게 포즈를 선보이기도 한다.
안재현은 "(모델 경력 때문에) 부담이 덜 될 줄 알았는데 연기는 연기더라. 모델 경력이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 모델은 다른 분야 같다. 몸 쓰는 것도 다르고 촬영장도 다르고 스태프 구성도 다르다. 정말 다른 분야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왜 '패션왕'일까. 블루칩을 일찌감치 알아본 많은 곳에서 러브콜을 보냈는데, 그 중에서도 유독 '패션왕'에 마음을 끌린 이유를 묻자 의외의 답을 내놨다. "영화 중 가장 처음 들어온 작품으로 알고 있어요"라고.
안재현은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끝나기 전 들어온 작품이 '패션왕'이다. 감독님이 2011년부터 날 봐왔다고 하더라. 나를 이렇게 멀리서부터 봐준 분들이 있구나 싶었다. 이제야 러브콜을 준 건 내가 연기를 하지 않겠다고 한 걸 봐서라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실제 안재현은 '별에서 온 그대'에 출연하기 전 배우가 될 생각이 없다며 많은 작품의 출연 제의를 거절했다.
이어 "'별에서 온 그대'에 나오는 걸 보고 연기할 마음이 생겼구나 싶어 기쁜 마음으로 연락을 줬다고 했다. 나도 기쁜 마음으로 하게 됐다. 주원이 먼저 캐스팅 됐는데, 동갑내기 친구에게 배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워낙 웹툰도 좋아해 출연 하게 됐다. 출연하게 된 데 여러 가지가 많이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안재현은 불과 1년 만에 많이 변했다. 외모나 성격을 말하는 게 아니다. 연기를 대하는 자세 자체가 바뀌었다. 배우를 하지 않겠다며 손사래를 치던 한 모델은 어느 새 배우로서 목표를 이루고 싶다는 '천상 배우'가 돼 있었다.
안재현은 "연기를 계속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변했다고 하니 "변했다는 게 무슨 말인지 알겠다. 전에 어려워하고 버거워한 부분을 말하는 것 같은데, 내가 정확히 정리할 시간이 없었던 것 같다. 한 작품이 끝나고 '이런 거구나'를 알게 된 시간이 요 근래다. '별에서 온 그대'를 찍고 바로 '패션왕'을 찍었다.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연속이었다. 그래도 능력에 비해 너무 좋은 배역을 주셨다"고 말했다.
한 번 배우가 된 그는 배우로서의 욕심을 내비쳤다. 이전 작품을 다시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자는 시간을 더 줄여서라도 더 잘 해보고 싶다는 것.
안재현은 "그런 욕심들이 생겼다. 시작을 했으면 뭐가 됐든 좋은 이야기를 한 번 들어봐야 하지 않겠나. 남잔데. 그런 생각이 들어 욕심이 생겼다"며 "내 안에 상남자가 없지 않아 있다. '내 동갑내기도 이렇게 잘 하는데 난 왜 못하지?' 이런 게 화가 나더라. 내가 못하는 게 화가 났다. 뭐가 됐든 끝을 보고 싶다"고 밝혔다.
처음에는 주변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지 말자고 생각했던 안재현. 사람들이 자신 때문에 눈을 찌푸리게 되지 않도록 열심히 했다는 그는 혹시나 자신이 대본, 시나리오를 봤을 때의 감정을 잊어먹을까봐 잘 때도 시나리오를 손에 쥐고 잤다고 털어놨다. 능력의 최대치를 발휘하기 위해 고군분투 했던 그였던 만큼 그동안 호흡을 맞췄던 비슷한 또래의 배우들을 보며 부러움도 느꼈다. 그도 그럴 것이 안재현은 김수현, 이승기, 박정민, 주원 등 연기 잘한다고 소문이 자자한 20대 배우들과 연기 호흡을 맞췄다.
안재현은 "친구들을 만나며 많이 배웠던 것 같다. 수현 씨는 눈빛이 너무 좋았다. 승기의 딕션이나 연기를 대하는 모습도 좋았다. 박정민 이 친구는 밉상 캐릭터를 사랑스럽게 만들더라. 연기에 다가가는 능력에도 감탄했다. 주원은 연기를 사랑하는 친구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푹 빠져서 지낸다는 걸 깨달았다. 동갑내기 친구들에게 많은 걸 느꼈다. 그래서 더욱 더 나에 대한 화가 났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이에 그들은 배우 생활을 더 일찍 시작하지 않았냐며 짚고 넘어가자 안재현은 "일찍 시작했다는 건 이유가 안 되는 것 같다. 신인 타이틀로 날 커버하기도 싫다. 같은 동갑이고 연기자다. 물론 선배님들이고 난 후배지만 '나는 왜 안 되지?'라는 생각이 더 컸다. '이 친구들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동경이라고 할 수도 있고"라며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이런 안재현의 목표는 '진짜 배우'가 되는 것이다. 거창한 배우가 아닌 진짜 연기를 하는 그런 배우가 그의 목표점이었다.
안재현은 "선배님들을 보면 현장에서 즐겁고 여유롭게 소화하신다. 그런 여유롭고 즐거운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 또 몰입력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관객, 시청자들이 봤을 때 몰입될 수 있는 기본에 충실한 배우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편 '패션왕'은 우기명(주원)이 '절대간지'에 눈뜬 후 인생반전을 꿈꾸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지난 2011년 연재를 시작한 후 폭발적 조회수를 기록한 것은 물론 패러디와 신조어를 탄생시킨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안재현 외 주원, 설리, 박세영, 김성오, 신주환, 민진웅 등이 출연했으며 오기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6일 개봉.
[배우 안재현. 사진 = 송일섭기자 andlyu@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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