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삼성으로선 너무나도 피곤하다.
시즌 초반 거의 매 경기 접전이다. 객관적 전력은 중위권. 3승4패로 4위. 일단 전력상 한 수 위의 우리은행, 신한은행을 상대로 쉽게 지지 않았다. 22일 우리은행과의 홈 경기서도 4점차 석패. 1라운드 맞대결서도 4점차로 졌다. 신한은행과의 1라운드 맞대결 역시 8점차 패배. 전력상 미세하게 삼성보다 앞선 KB에도 1라운드서 2점차로 무너졌다.
그런데 전력상 한 수 아래의 하나외환에도 1~2라운드서 2점, 1점차 신승을 거뒀다. 1라운드 KDB생명전 17점차 대승을 제외한 나머지 6경기 모두 박빙 승부. 확실히 도깨비 팀이다. 이호근 감독은 “매 경기 피가 마른다”라고 고개를 내젓는다. 따지고 보면 접전모드 속에 삼성의 현실이 투영돼있다.
▲이미선의 변화
삼성은 과거 베테랑들의 팀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시즌을 거치면서 베테랑들의 비중이 많이 낮아졌다. 박정은 코치가 현역에서 은퇴했고, 이미선도 현역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김계령도 친정 컴백 후 줄곧 백업으로 뛰고 있다. 하나외환에서 베테랑 허윤자를 영입했으나 햄스트링 부상으로 아직 단 1경기도 뛰지 못했다.
사실상 이미선을 제외하곤 젊은 선수들이 주축. 박하나 고아라 박태은 최희진 배혜윤이 실질적으로 삼성을 이끌어간다. 그러나 승부처에서 여전히 이미선의 지배력이 높다. 특유의 패스센스와 스틸 능력, 속공전개 및 마무리 능력은 여전히 국내 톱클래스. 상황에 따른 경기운영 능력이 뛰어나다. 외국인선수 모니크 커리와 만들어내는 2대2 공격은 승부처에선 확실히 다른 팀들에 부담스럽다. 젊은 국내선수들의 장점도 살려줄 수 있는 노련미가 있다. 22일 우리은행전만 해도 이미선이 집중적으로 투입된 2쿼터와 4쿼터에 대등한 승부를 했다.
그런데 이미선의 몸 상태는 많이 좋지 않다. 베테랑이 되면서 이곳 저곳 잔부상이 많았는데, 비 시즌 대표팀 일정을 소화하면서 몸을 돌볼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그 휴유증이 시즌 돌입한 이후 나타나고 있다. 이 감독의 대처도 인상적이다. 이미선을 되도록 경기당 약 25분 이상 출전시키지 않는다. 그 이상 뛰는 건 무리다. 장기레이스를 감안해야 하기 때문.
과거 이미선이 코트에 있을 때와 없을 때 삼성의 경기력 편차는 심했다. 그러나 과거에 비해 이미선의 기량 자체는 약간 떨어졌다. 우리은행전 역시 4쿼터 막판 체력저하로 팀을 추스르지 못했다. 그래도 이미선의 노련미는 여전히 승부처를 지배하고도 남을 수준. 반면 젊은 선수들의 기량은 여전히 조금씩 빈틈이 있다. 승부처를 넘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예전에 비해서는 많이 좋아졌다. 이러면서 매 경기 확실하게 이기지도 못하고, 지지도 않으면서 접전을 양산하는 경우가 많다.
▲기대와 보완점
이 감독의 이미선 관리는 확실하다. 이미선은 시즌 막판까지 지금 같은 경기력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다른 선수들. 일단 모니크 커리의 경기 지배력이 지난 시즌 KB 시절에 비해 부족하다. 커리는 승부처에서 여전히 위닝샷을 넣어줄 수 있는 에이스. 커리의 맹활약으로 잡은 게임도 있다. 그러나 수비력이 약하고 공격력에 기복이 있다. 우리은행전서 샤데 휴스턴과의 매치업에서 완패했다. 파울 콜에도 민감하고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 흥분도 많이 한다. 삼성 젊은 선수들의 수비 움직임과 조직력은 썩 좋지 않다. 때문에 커리가 기본적인 대인방어를 착실히 해줘야 한다. 높이와 파워를 갖춘 켈리 케인의 경우 게임 체력이 더 올라와야 한다는 과제가 있다. 이 감독은 “비 시즌 운동이 제대로 되진 않았다”라고 했다.
또 이 감독은 “커리의 볼 소유시간이 많이 줄어들었다”라고 했다. 커리가 볼 만지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국내선수들이 공을 갖는 시간이 늘어났다. 젊은 선수들의 기량은 확실히 좋아지고 있다. 최희진은 삼성 이적 후 출전시간도 많아지면서 슈팅 테크닉이 좋아졌다. 박하나도 하나외환 시절보다는 좋다. 외곽플레이 위주에서 과감한 골밑돌파를 추가했다.
다만 이들이 여전히 정교한 패턴을 능숙하게 소화하기엔 세기가 떨어진다. 커리, 켈리와의 부분전술을 완벽하게 소화할 정도는 아니다. 또 몸싸움의 치열함도 부족하다. 리바운드서 부작용이 나타났다. 이미선이 젊은 선수들의 강점을 살려주고 약점을 최소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외국인선수들의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카드. 그런데 이미선에게 예전처럼 크게 의지할 수 없다. 수비와 제공권 장악력이 있는 허윤자의 복귀도 절실하다. 근본적으로는 젊은 선수들이 실전을 치르면서 경기력을 올려야 한다. 이 문제는 최근 수년간 삼성이 확실하게 해결하지 못한 난제.
전체적인 전력을 볼 때, 좋아진 부분,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부분이 공존한다. 이미선과 커리 의존도가 높지만, 주전, 백업의 경기력 기복은 많이 사라졌다. 그러나 젊은 선수들의 세밀한 테크닉과 완성도가 떨어지는 부분도 있다. 때문에 승부처에서 확실히 버텨내지도, 무너지지도 않는다. 관전하는 사람들은 흥미진진하다.
[삼성 선수들.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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