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넣지를 못하니 원.”
여자프로농구 득점력 빈곤이 심각하다. 2일 현재 6개구단 평균 60.8득점. 득점 1위 우리은행도 평균득점이 68.8점. 지난 시즌 67.9점보다 올라갔지만, 평균득점 1위 KB(71.7점)에 비하면 다소 부족하다. 지난 시즌에는 KB와 함께 신한은행도 평균 70.3점을 올렸다. 올 시즌에는 평균 70점대 팀이 없다. 신한은행(59.6점), 하나외환(55.4점)은 평균 60점도 올리지 못하며 극심한 득점 가뭄에 시달린다.
한 농구관계자는 “좀처럼 넣지를 못하니”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가뜩이나 순위판도가 지난 시즌과 비슷한 흐름. 득점력마저 뚝 떨어지면서 여자농구를 보는 재미가 반감됐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물론 무조건적으로 다득점 게임이 흥미로운 건 아니다. 그러나 득점이 많이 나오지 않으면 흥미요소가 사라지는 건 사실이다.
▲몸싸움과 파울콜
WKBL은 지난 2013-2014시즌부터 FIBA(국제농구연맹) 규칙을 도입했다. 그러나 코트에서의 보디체킹은 지난 시즌보다 올 시즌 더욱 심해진 느낌. 이 농구관계자는 “몸싸움에 관대해지는 흐름이 되면서 선수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사실 심판 파울 콜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반응. 기존의 실린더 원칙(수비수가 가상의 실린더 내에서 몸싸움을 할 경우 정당한 행위로 인정받는 것)이 지켜지지 않을 때가 많다. 이 지점에서 일관성이 흔들린다.
결국 몸싸움에 의한 파울이 예전처럼 많이 불린다. 신한은행 정인교 감독이 1일 삼성전 막판 항의를 하다 테크니컬 파울을 받은 건 경기 내내 누적된 몸싸움 파울 콜에 대한 불만이 터진 것이었다. 정 감독은 경기 후 “크리스마스가 헐리우드성 액션이 많다고 얘길 하던데 이해가 되지 않았다”라고 했다.
혼란 속에서도 선수들의 몸놀림은 점점 터프해지고 있다. 이러면서 선수들의 슛 밸런스가 깨진다. 예전엔 파울을 의식해 과감하게 붙지 않았지만, 이젠 파울이 나와도 두려움 없이 몸을 들이댄다. 정 감독은 “선수들이 밸런스가 깨진 채로 슛을 던지니 적중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라고 진단했다. 또 우리은행이 존 프레스, 전면강압수비 등으로 지난 2년간 재미를 보면서 다른 팀들도 그 비중을 높였다. 이 수비전술은 파울이 많이 나오는 약점이 있지만, 상대 득점력을 떨어뜨리는 확실한 효과도 있다.
▲안타까운 현실들
최근 여자프로농구 구단들은 코치를 많이 기용한다. KB가 이미 지난 시즌부터 3명의 코치를 뒀다. 삼성도 올 시즌부터 코치 3명을 쓴다. 신한은행은 현재 코치가 2명인데, 정 감독에 따르면 다음 시즌부터는 여자 코치를 1명 더 쓸 수도 있다고 한다. 정 감독은 “여자농구는 남자농구보다 코치가 더 필요하다”라고 했다.
이유가 있다. 여자선수들의 기본기가 너무나도 떨어지기 때문. 전술 숙련도를 끌어올려야 할 시간에 레이업 슛을 가르치느라 정신 없다는 게 한 전임 여자구단 코치의 하소연. 파울 콜도 심판들의 확고한 원칙이 떨어지기도 하지만, 선수들의 수비 기술이 떨어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실 핸드체킹의 경우 파울을 엄격하게 불어줘야 하는 게 맞다. 그러나 수비 테크닉이 떨어지는 선수들이 어설프게 손을 쓰다 파울이 나오는 경우도 많다. 선수도 슛 밸런스가 깨지면서 슛 적중률이 떨어지고, 경기가 자주 끊기면서 재미가 반감된다.
이런 점들은 여자농구 현실과도 연결된다. 하나외환 박종천 감독은 “지금 대부분 여고가 5~6명으로 운영된다. 5반칙 퇴장을 당하면 4명으로 싸워야 하는데 어느 지도자가 수비를 적극적으로 시키겠나”라고 했다. 결국 1대1 공격 위주의 농구를 하면서 프로에 들어와서 수비 테크닉을 다시 배운다. 그렇다고 해서 공격 테크닉이 확연하게 뛰어난 것도 아니다. 우리은행 전주원 코치는 “빅맨들 중에서도 포스트업을 제대로 구사할 수 있는 선수가 드물다”라고 아쉬워했다.
물론 지난 시즌과는 달리 쉐키나 스트릭렌(KB), 모니크 커리(삼성) 등 일부 외국인 해결사들이 상대적으로 주춤하면서 전체적인 득점력이 떨어진 부분이 분명히 있다. 올 시즌 샤데 휴스턴(우리은행)을 제외하곤 승부처에서 확실하게 다득점을 올려주는 외국인선수는 없다. 그러나 좀 더 근본적으로 파고들 때 공격, 수비 테크닉의 부족, 심판들의 모호한 몸싸움 판정, 여자농구 특유의 허약한 인프라 등 안타까운 현실들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정 감독은 “결국 지도자들이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 밤낮 가리지 않고 연구해야 한다”라고 반성했다.
여자농구 득점력 빈곤 현상은 단기간에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여자농구 질적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 평균 60점을 넘기지 못한다는 건 쿼터당 15점을 넣지 못한다는 의미. 1분에 2득점씩 해도 쿼터당 20점이 가능한데, 환경의 변화와 현실적 문제 앞에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득점력 빈곤은 당장 올 시즌 순위판도보다 더 중요한 문제다. 여자농구 미래가 걸린 일이다.
[도원체육관 전경(위), 팁오프 장면(아래).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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