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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배우 송일국이 민망함에 연거푸 웃음 터뜨린 기자간담회였다.
2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그린씨어터에서 EBS '100인의 배우, 우리 문학을 읽다'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EBS가 한국연극인복지재단, 커뮤니케이션북스와 함께 한국 문학 100년을 재조명하는 프로젝트다. 배우 100명이 한국 근현대문학의 주요 중단편소설 100편을 낭독해 EBS 라디오를 통해 방송한다.
송일국은 소설가 송영의 '석공조합대표' 낭독에 나설 예정이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송일국은 사회자인 개그맨 김학도가 "선뜻 참여해줘 감사하다"고 하자 "제가 영광이다. 연극 배우로는 완전 신인이다. 박정자 선생님과 같이 작품하는 인연으로 기라성 같은 배우들 틈에 끼워준 것만으로도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박정자 한국연극인복지재단 이사장은 '100인의 배우, 우리 문학을 읽다'에 낭독자로도 참석했는데, 송일국과는 연극 '나는 너다'에 출연 중이다.
송일국의 민망한 웃음은 이때 처음 터졌다. 김학도가 이어 "(낭독할)작품은 선정됐냐?"고 묻자 "'나는 너다'란 작품이다"라면서 한참을 연극 '나는 너다' 설명에 열중한 것. 낭독 작품을 물어본 김학도의 질문을 어떤 연극에 출연하는지 묻는 걸로 착각했던 것이다.
김학도는 송일국이 민망하지 않게 "그러면 낭독할 작품은 선정됐냐?"고 에둘러 다시 물었다. 그제야 송종국은 자신의 실수를 눈치챘다. 멋쩍은 웃음과 함께 "아, 죄송합니다. 연극 홍보를…, 죄송합니다. 하하"라고 하며 민망해했다.
드라마 속에서 보여준 카리스마 넘치고 진중한 이미지와 사뭇 다른 시쳇말로 '허당'스러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송일국의 민망한 웃음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삼둥이 대한, 민국, 만세와 함께 KBS 2TV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해 큰 사랑 받고 있는 초보 아빠 송일국은 김학도가 "아이들에게 동화책 많이 읽어주냐?"고 묻자 이번에는 자신있게 "많이 읽어준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김학도가 "동화책 중 가장 감명 깊었던 건 무엇인가?"라고 질문했더니 "아! 지금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건…"까지 얘기한 뒤 잠시 침묵한 끝에 또 민망한 웃음을 터뜨렸다. 동화책 제목이 생각나지 않았던 것. 옆에 앉은 배우 예지원이 이것 저것 책 이름을 귀띔해주며 도움을 주려했으나 송일국은 공허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을 뿐이었다.
김학도가 순간 재치를 발휘해 "저도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는데 '아버지의 세 가지 유물'이란 책이다"며 책 설명과 함께 시간을 끌어줬다. 이윽고 김학도의 시간 끌기용 책 설명이 모두 끝났는데, 그때야 송일국이 "생각났습니다! '팥죽할머니와 호랑이'!"라고 외치며 환하게 표정이 밝아졌다. 안도한 듯한 송일국의 표정이 사뭇 웃음을 자아냈다.
이 밖에도 송일국은 '석공조합대표'를 맡게 된 이유를 취재진이 주최측에 묻자 "그건 제가 답해야 할 것 같다"면서 "사실 제가 부족해서 부탁했다"고 털어놓았다. "참여하는 건 영광인데 되도록 짧은 작품을 부탁했다. 제 부탁을 배려해줘서 분량이 적고 쉽고 사투리 없는 작품을 선정해준 것이다"고 솔직하게 말해 현장을 폭소하게 했다.
이같은 답변에 앞서 송일국은 드라마, 영화 대본보다 작품 낭독이 "훨씬 힘들다"며 "내레이션을 몇 번 해봤는데 훨씬 힘들다. 음성에 모든 걸 담아야 해서 더 분명하고 또박또박 읽어야 하며 고저장단을 분명히 해야 한다. 전 대본 체크할 때도 사전을 옆에 두고 체크하는 것만 하루가 걸린다. 이번 낭독 하는 것 역시 못해도 대본 체크만 2주 정도 걸릴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배우들이 낭독하는 작품은 2015년 1월부터 EBS FM '책 읽어 주는 라디오'에서 방송한다. 이후 오디오북으로 제작해 공공 및 초중고 도서관에 유통하며 여러 서비스 플랫폼을 통해 개인에게도 판매한다. 시각장애인학교 등에는 무료 배포한다. 추후 스마트폰용 앱 개발도 추진한다.
낭독 작품은 한국 근현대문학 중단편소설 중에서 문학사적 가치와 작품성, 그리고 낭독성을 고려해 작가별로 각 1편씩 총 100편을 선정한다. 참여 배우는 박정자 이사장을 비롯해 이순재, 강부자, 손숙, 황정민, 송일국, 안재욱, 오달수, 박해미, 오지혜, 예지원 등이 나선다.
낭독자 인세에 해당하는 수익금은 참여 배우의 공동 명의로 한국연극인복지재단에 기부돼 연극인 복지를 위해 쓰인다.
[배우 송일국(위), 예지원.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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