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신한은행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10승5패, 2위. 표면적인 성적은 나쁘지 않다. 속을 들여다보면 불안한 부분이 많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선수가 많다. 최윤아는 비 시즌 무릎 재활을 하느라 체계적인 운동을 거의 하지 못했다. 김단비 역시 한 단계 성숙했지만, 각종 잔부상과 싸우고 있다. 조은주 하은주도 마찬가지.
정인교 감독은 시즌 초반 “3라운드 중반이면 팀이 정비될 것 같다”라고 했다. 3라운드를 마친 시점서 신한은행은 여전히 정비되지 않았다. 사실 선수들의 몸 상태를 세심하게 관리하면서 개개인의 파괴력과 팀 조직력을 견고하게 구축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신한은행은 비 시즌 대표팀 차출이 가장 많은 구단. 훈련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경기력이 계속 불안하다. 조직력, 개개인 파괴력 모두 절정에 오른 선두 우리은행에 맥없이 3번 연속 무너졌다. 중위권의 KB와 삼성에도 1경기씩 패배했다. 20일 김단비의 위닝샷으로 삼성을 잡았다. 하지만, 내용상 우세한 경기가 아니었다. 22일 KB전서는 4쿼터 외곽 수비가 무너지면서 역전패를 떠안았다. 10승 중 편안하게 마무리한 경기가 거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선수 제시카 브릴랜드가 삼성전 리바운드 이후 착지 과정서 부상했다. 왼쪽 무릎 슬개건 부분 파열. 4~6주간 이탈한다. 신한은행은 대체 외국인선수를 찾고 있다. 필연적으로 신한은행 시스템에 혼란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트윈타워 일시정지
신한은행은 하은주라는 최장신 센터가 있다. 고질적인 무릎 통증을 안고 있다. 지난 시즌을 거의 통째로 쉬었다. 그 영향으로 비 시즌 모처럼 대표팀 일정을 정상적으로 소화했다. 올 시즌에는 결장한 경기보다 출전한 경기가 훨씬 더 많다. 물론 경기당 10분~15분 이상 뛰는 게 쉽진 않다. 그래도 정 감독으로선 하은주 위력을 극대화해야 한다. 정 감독이 그동안 실험했던 옵션이 하은주-브릴랜드 트윈타워.
브릴랜드는 191cm라는 좋은 신장을 갖고 있다. 올 시즌 평균 11.8점, 6.7리바운드. 하은주와의 조합이 매끄러워질 경우 신한은행은 엄청난 골밀 파괴력을 갖게 된다. 정 감독은 각종 악재 속에서도 두 사람을 꾸준히 동시에 내보내며 강점과 보완점을 파악했고, 그 다음 경기서 수정 및 보완해왔다. 느린 트랜지션과 외곽 수비의 약점을 메울 국내선수 조합도 실험해왔다.
그런데 브릴랜드가 부상으로 최소 1달 이상 뛰지 못한다. 4~5라운드를 제대로 뛸 수 없다는 의미. 국내여자농구서 4~5라운드는 시즌 중반에서 막판으로 넘어가는 시기이자 플레이오프에 대비한 전술전략 준비를 시작해야 할 시점. 신한은행으로선 이 기간 하은주-브릴랜드 트윈타워 파괴력을 완성해야 했다. 플레이오프 혹은 챔피언결정전서 우리은행을 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작업. 브릴랜드의 부상으로 이 작업은 중단됐다. 신한은행으로선 정규시즌 막판 승부처, 플레이오프를 대비한 무기 마련에 차질을 빚게 됐다.
▲조직력 완성 악영향
어차피 브릴랜드, 하은주 트윈타워는 승부처에서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카드. 더 큰 고민은 브릴랜드의 장기결장이 신한은행 조직력과 체질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 객관적 높이 위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카리마 크리스마스가 KB전서 38분간 31점 15리바운드로 맹활약했다. 올 시즌 리바운드 1위 김단비를 비롯해 국내선수들의 리바운드 투쟁심도 대단했다. 그러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출전 시간 제약이 있는 하은주와 높이가 압도적이지 않은 크리스마스로는 양지희 사샤 굿렛 강영숙이 버틴 최강 우리은행과의 높이 싸움에서 버텨내기가 쉽지 않다.
크리스마스의 최대강점은 수비력. 183cm로 키는 크지 않지만, 발도 빠르고 투쟁심이 강하다. 상대 4~5번도 어느 정도는 커버 가능하다. 그러나 40분 내내는 불가능하다. 당연히 브릴랜드가 필요하다. 신한은행은 대체 외국인선수를 알아보고 있다. 그러나 마땅한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는 게 구단 관계자의 설명. 결국 브릴랜드 공백으로 불안한 조직력에 높이 약세까지 안고 시즌을 치러야 할 가능성이 크다. 대체 외국인선수 기량이 시원치 않을 경우 크리스마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 조직력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결국 이 부담은 국내선수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팀 시스템상 100% 역량을 발휘하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 이중고. 일단 기복이 심한 최윤아가 좀 더 응집력을 지녀야 한다. 또 조은주 곽주영 김단비가 브릴랜드 대신 당분간 4~5번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 고민이 있다. 조은주는 KDB생명 시절 포스트업이 일품이었다. 그러나 정 감독은 “조은주는 포스트업 이후 돌아서는 힘이 예전보다 약해졌다”라고 했다. 신한은행으로선 큰 무기 하나를 잃은 셈. 외곽슛 위주의 곽주영도 골밑에 치중할 필요성도 있다.
김단비는 리바운드 능력만 보면 골밑 투쟁심은 분명히 갖고 있다. 하지만, 예전에 비해 특유의 지그재그 스텝을 활용한 거침없는 돌파가 많이 사라졌다. 대신 3점포 시도가 많아졌다. 김단비는 “쉐깅 디펜스(돌파를 막는 수비 전술)가 강해져서 예전처럼 돌파가 쉽지 않다”라고 했다. 수비자 3초룰 폐지로 골밑이 빡빡해진 것도 사실.
그러나 브릴랜드 공백으로 신한은행 공격 옵션이 줄어들었다. 김단비 특유의 돌파력에서 파생되는 공격옵션 개발이 절실하다. 정 감독은 “움직임에 대한 정리를 해줄 생각”이라고 했다. 이런 부분들은 현 시점에선 매우 중요하다. 브릴랜드 악재를 최소화하고, 팀 조직력을 견고하게 다질 수 있기 때문. 대폭적인 변화와 안정을 이끌어야 하는 정인교 감독의 부담감도 커졌다.
[브릴랜드(위), 신한은행 선수들(가운데, 아래).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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