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근의 대상 수상이 더욱 특별한 이유[MD포커스]

[마이데일리 = 장영준 기자] 배우 유동근이 '2014 KBS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당연한 결과였다. '정도전'에 이어 '가족끼리 왜 이래'까지 소위 '대박'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그의 대상 수상에는 그 누구도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그의 대상 수상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유동근은 지난달 3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에서 열린 '2014 KBS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후 함께 '정도전'에서 호흡을 맞췄던 조재현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앞서 자신과 함께 유력한 대상 후보로 거론됐던 후배였기에, 그를 제치고 대상을 차지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조재현은 그런 그의 사과에 흐뭇한 미소로 화답했다.

이어 등장한 유동근의 수상 소감은 보는 이들을 저릿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는 시청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 뒤 "바로 여러분들이 대하드라마를 지켜주셨다"고 말했다. 팩션 사극의 인기로 점차 시들해진 대하사극이 다시 부활할 수 있었던 공을 시청자들에게 돌린 것이다. 유동근에게 대하사극은 그 어떤 배우들보다도 남다른 의미를 지닌 때문이다.

유동근은 지난 1997년 태종 이방원 역으로 열연했던 '용의 눈물'로 대상을 받았고, 2002년 흥선대원군 역을 맡았던 '명성황후'로 다시 한 번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그로부터 다시 12년이 흐른 지금 '정도전'에서 태조 이성계 역을 맡은 그가 또 한 번 대상을 수상하며 무려 3관왕이라는 진기록을 세웠기에 누구보다도 수상의 의미는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유동근은 현재 방영 중인 '가족끼리 왜 이래'에 대한 깊은 애정도 드러냈다. '정도전'에서 독특한 함경도 사투리를 구사하며 새로운 이성계 캐릭터를 탄생시켰던 그가 연이어 출연한 '가족끼리 왜 이래'에서 자식밖에 모르는 유약한 아버지로 180도 변신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은 '차순봉'이라는 캐릭터가, 그리고 그 자식들까지 모두 자신과 닮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유동근은 "'가족끼리 왜 이래'의 순봉 씨는 저의 뒤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극중 차강재(윤박) 차달봉(박형식)이 바로 젊은 날의 나였다.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고 이렇게 나이를 먹었는데, 이제 와서 보니 내가 뭘 잘못했는지 작가님의 글을 보고 알게 됐다. 정말 다행이다. 고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버지 어머니께 죄송하다. 지난 날의 저를 용서해 달라"고 말해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붉혔다.

또 그는 이날 수상 소감에서 열악한 방송 환경을 언급하기도 했다. "살림살이가 어렵다"는 말로 현재의 상황을 대변했다. 실제 케이블 종편 등의 약진은 지상파를 위협하고 있고, 시청률 하향평준화로 과거의 영광은 사라진지 오래다. 유동근은 이런 어려운 상황의 유일한 타개책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당부했다. 그는 "시청자 여러분들이 계시기에 우리가 열심히 할 수 있다. 우리 방송을 사랑해주시고, 우리 드라마를 믿어 달라. 자랑스러운 후배들이 내년에는 좋은 작품에서 더욱 열과 성의를 다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방송과 드라마에 대한 사랑, 그리고 정통 대하 사극에 대한 깊은 애정은 유동근이라는 배우를 대상으로 이끄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그런 애정과 사랑이 없었다면 아마 지금의 유동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드라마를 통해, 자신이 연기하는 캐릭터를 통해 인생을 돌아보고 반성하게 됐다는 그의 말에서 '진정한 연기자라면 응당 그래야 한다'는 식의 어떤 깊은 울림이 전해진 까닭에 데뷔 35년차에도 승승장구 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유동근의 대상 수상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배우 유동근.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장영준 digou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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