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확실히 탄탄하다.
선두 모비스가 최근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특유의 2-3 지역방어. 모비스 2-3 지역방어는 일반적인 지역방어와 다르다. 공을 잡은 사람에겐 맨투맨으로 수비한다. 나머지 사람에겐 지역방어를 펼친다. 맨투맨과 지역방어가 혼합된 변형 디펜스. 일명 2-3 매치업 존. 지역방어의 약점을 맨투맨을 활용해 메우는 시스템.
생소한 전술은 아니다. 다만, 움직임이 복잡하고 완성도가 높은 전술이라서 완벽하게 연마하지 않을 경우 부작용이 만만찮다. 그런 점에서 모비스 2-3 매치업 존의 완성도는 인상적이다. 최근 5연승 과정에서 2-3 매치업 존으로 재미를 봤다. 지난달 27일 SK전에 이어 31일 오리온스마저 2-3 매치업 존으로 잡아냈다. 매치업 존은 공을 가진 사람을 강하게 압박하는 수비. 나머지 수비수들은 공간을 맡으면서 공 없는 공격수들의 침투에 의한 피해를 최소화한다. 유재학 감독은 오리온스전 직후 “오늘 수비가 가장 조직적이었다”라고 했다.
▲낯설다
모비스는 3쿼터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2-3 매치업 존을 가동했다. 오리온스는 당황했다. 트로이 길렌워터가 3점슛 2개를 작렬했다. 달리 말하면 모비스 수비가 길렌워터를 외곽으로 밀어내는 데 성공했다는 의미. 오리온스는 3쿼터에 2점슛 11개를 시도해 단 2개 성공에 그쳤다. 골밑으로 접근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수비조직력이 촘촘했다. 설령 포스트에 볼이 들어오더라도 패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오리온스 공격 핵심 길렌워터는 의미 없이 외곽으로 밀려나는 경우가 많았다. 모비스는 오리온스의 공격 실패를 역습으로 연결, 전세를 완벽하게 뒤집었다.
현 시점에서 모비스 2-3 매치업 존을 시원스럽게 깨트린 팀은 없었다. 김선형과 이현민이라는 야전사령관을 보유한 SK와 오리온스도 당황했다. 모비스로선 재미를 보고 있는 이 수비를 계속 사용할 전망이다. 유 감독은 흐름과 전술 변화에 매우 민감하다. 상대의 적응을 늦추기 위해 승부처에서 선택적으로 꺼낼 수 있다.
오리온스 추일승 감독은 “실전서 접한 건 처음이었다”라고 했다. 이어 “위크 사이드(볼 없는 지역)에서 공략하는 걸 준비했는데, 조직적으로 움직이지 못했다”라고 했다. 모비스 수비 움직임 자체가 생소하다 보니, 오리온스 선수들의 순간적인 대응능력도 떨어졌다. 당분간 다른 팀도 SK와 오리온스처럼 당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물론 추 감독은 “준비를 하면 깨지 못할 수비는 아니다”라고 했다.
▲충분하지 않은 실전 대응시간
그런데 상대 팀 입장에선 모비스 2-3 매치업 존 공략에 대해 실전서 충분히 대응할 시간이 부족하다. 모비스가 시즌 초반부터 이 수비를 즐긴 게 아니기 때문. 매치업 존 대응책을 이론적으로 준비할 수는 있어도 실제 선수들이 몸으로 느끼면 낯설다. 4라운드 중반. 5~6라운드서 직접 부딪히면서 대응책을 익히다 보면 정규시즌이 끝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상대팀 입장에선 모비스를 플레이오프서 만날 경우 매치업 존을 깰 수 있다는 확신을 갖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SK 3-2 드롭존 역시 이론적으로는 어떻게 공략하는지 다 알고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이 수비 위력이 실전서 뚝 떨어지는 건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모비스 2-3 매치업 존도 단순히 정규시즌을 넘어 플레이오프서도 위력을 과시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또 모비스로선 이 수비에 대한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상대에 따라 약간의 변형을 가할 수도 있다. 현재 2-3 매치업 존을 사용하는 동부의 경우 뒷선에서 스위치를 많이 시도한다.
▲누가 깨트릴까
그래도 지역방어는 지역방어. 모비스 수비수들의 움직임보다 한 박자 빠른 조직적인 패스플레이가 나오면 깨지게 돼 있다. 또 하이포스트에서 볼을 잡은 사람이 압박을 당하기 전에 빠르게 볼 처리를 하면 된다. 이때 미세한 틈을 노려 골밑으로 쇄도하는 선수들의 움직임도 매우 중요하다. 결국 이 수비를 공략하기 위해선 공격 움직임이 매우 정교해야 한다. 볼 없는 움직임과 패스워크가 좋은 팀, 외곽슛을 갖춘 팀이 상대적으로 공략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 점에서 3점슛 성공률 1위(38.3%)의 오리온스, 어시스트 2위(17.5개)의 동부 등은 확률적으로 모비스 2-3 매치업 존을 먼저 깨트릴 가능성이 있다. 오리온스의 경우 슈터 허일영이 복귀 준비에 한창이다. 상대적으로 외곽에서 해결할 수 있는 카드가 많다. 허일영 없이 치른 맞대결서도 후반 3점슛 13개를 시도해 6개를 집어 넣었다. 효율적인 패스 플레이에 의한 3점포를 늘려야 한다는 과제가 있다. 동부의 경우 확실한 슈터는 부족해도 김주성과 윤호영이 하이포스트에서 영양가 높은 볼 처리를 할 수 있다.
추 감독은 “한때 3-2 지역방어가 유행이었는데 트렌드가 2-3 지역방어로 바뀐 것 같다”라고 했다. 같은 2-3 지역방어라도 모비스 2-3 매치업 존은 완성도와 압박 강도가 남다르다. 언젠가는 깨지겠지만, 당분간 많은 팀이 애를 먹을 것 같다.
[모비스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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