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자신의 존재 가치를 드러내며 팬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얻었던 지난 2014년을 뒤로 하고 LG의 '안방마님' 최경철(35)은 또 다른 출발선에 섰다.
최경철은 LG와 걸어가는 길이 비슷해 보인다. LG는 2013년 정규시즌 2위를 마크하고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기까지 무려 11년이란 시간이 필요했다. 최경철도 그랬다. 주전 포수로 도약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11년. 지난 해 LG가 시즌 초반부터 위기에 봉착했을 때 구세주처럼 나타난 선수가 바로 그였다.
양상문 LG 감독이 지난 해 5월, 팀을 맡을 때만 해도 가장 많이 들은 질문 중 하나는 바로 '포수 운영'에 관한 것이었다. 그럴 때마다 양상문 감독은 "경철이가 있잖아요"라고 사람 좋은 웃음을 보여주고는 했었다. 최경철은 이러한 믿음에 보답하면서 최경철과 LG는 2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이란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이제 2015년 새해가 밝았다. LG는 2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을 넘어 더 큰 목표를 이야기한다. 경기수가 늘어나고 신생팀의 합류로 변수가 유독 많은 올 시즌. LG의 마스크를 쥐고 있는 최경철에게 올 시즌을 임하는 각오를 물었다.
①편에서 계속
▲ 2015년, 진정한 포수로서의 다짐
최경철은 지난 해의 활약을 보상 받았다. 아직 LG는 공식 발표를 하지 않았지만 최경철은 이미 억대 연봉에 도장을 찍었다. 프로 13년차를 맞은 그는 처음으로 억대 연봉자에 이름을 올렸다.
"처음부터 감사하다고 했었다. 이렇게까지 될줄은 누구도 생각을 못했을 것이다. 나름 뿌듯했다. 지금까지 버틴 것으로도 뿌듯하다"
이제 그는 자신과의 싸움에 나선다. 혹시 모를 자만을 벌써부터 경계한다. 최경철은 "항상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한다고 생각하고 운동을 임하는데 혹시 내 마음 스스로가 잘 했던 부분에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까 싶어서 마음을 다잡고 흐트러지지 않으려고 한다. 제일 걱정되는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아직 자신은 주전 포수가 아니라고 규정한다. "시즌에 들어가야 아는 것이다. 좋은 후배들도 있고 나도 잘 하지 못하면 밀릴 수 있다. 아직 나는 경쟁 안에 있다. 이겨내고 살아나야 경기를 뛸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는 게 그의 말이다.
하지만 포수로서 분명한 목표는 있다.
"포스트시즌에서 방망이를 잘 쳤다고 해서 타격에 대한 욕심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수비에 대한 욕심이 있다. 어떻게든 우리 투수들을 도와주고 투수의 평균자책점을 낮출 생각을 하고 있다"
다른 팀들과 마찬가지로 LG도 올해 우승을 위해 뛴다.
"(양상문) 감독님이 우승을 목표로 하신다. 그런데 감독님이 말씀하시면 이뤄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는 최경철은 "작년에도 한 걸음씩 가겠다고 말씀하셨는데 정말 4강에 들었다. 힘든 상황이었지만 감독님이 몸소 보여주셨기 때문에 앞으로도 그 말씀에 따라갈 수 있지 않나 싶다"고 올 시즌에 대한 기대를 표현했다.
▲ 투수가 행복하면 포수도 행복하다
'안방마님'인 그에게 포수 리드가 무엇인지 물었다. 그랬더니 "투수를 편하게 해주는 것"이라는 대답이 들렸다. 이어 그는 "무엇을 던지고 싶어하는지, 어떤 공이 좋은지 파악해서 그걸 편하게 던질 수 있게 해주는 게 포수 리드다"라고 정의했다.
포수로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일까. 그는 "투수가 잘 던져서 이기는 경기가 있다. 투수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많은 인터뷰를 하면 나에겐 그게 보람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 투수들은 자신이 잘 던지는 날엔 리드를 잘 해준 포수에게 공을 돌리기 마련. 그러나 최경철은 "그런 말은 바라지 않는다. 기분은 좋은데 그렇게 안 해줘도 된다"고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투수 만큼 포수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그는 "포수는 사람들에게 많이 보여지는 포지션이다. 못 하면 욕을 많이 먹지만 잘 하면 잘 보이지 않는 포지션"이라면서 "내 생각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 것이 더 나은 것 같다. 그래야 투수가 더 잘 던질 수 있고 더 돋보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말만 들어도 포수의 고충이 얼마나 큰지 실감할 수 있게 한다.
팬들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최경철의 매력에 더 빠져들 수밖에 없다. 아직 최경철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팬들은 급기야 최근 팬 미팅까지 열어 최경철에게 잊지 못할 순간을 안겨줬다. 최경철은 팬들 덕분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팬 미팅이란 것을 해봤다.
"잘 하지도 못했는데 정말 많은 성원을 해주셔서 감사하다. 감사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을 정도로 관심을 가져주셨다"는 그는 "올해 목표는 팀이 이기는 경기나 우승할 수 있는 길에 내가 보탬이 되고 나도 그 길에 서있었으면 좋겠다"는 말로 올 시즌을 맞는 각오를 나타냈다. 2015년, 최경철의 야구는 다시 시작된다.
[최경철.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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