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아시안컵 결승전 전반 45분 추가시간, 한국은 호주 미드필더 루옹고를 놓쳤고 그의 슛은 김진현 골키퍼를 지나 골망을 흔들었다. 한국의 5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은 그렇게 끝이 났다. 이 장면을 그대로 보면 기성용이 루옹고를 순간적으로 놓쳐 생긴 실점으로 보인다. 하지만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그 안에 숨겨진 1인치를 내다봤다. 그리고 그는 루옹고에 실점을 내준 건 기성용이 아닌 팀 전체의 연속된 실수가 만들어낸 모두의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4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그는 이 자리에서 아시안컵과 그가 가진 축구 철학에 대해 밝혔다.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고 그 중에서 기자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점유율과 관련된 슈틸리케 감독의 역질문이었다.
그는 “논리적으로 생각할 때 점유율이 높은 팀이 경기를 지배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일부 경기에서는 점유율이 높았음에도 위협적인 장면을 많이 만들지 못했다. 그것의 이번 대회에서 우리의 가장 큰 문제점이었다”고 말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서 치른 6경기 중 4경기에서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다. 특히 오만, 쿠웨이트와의 경기에선 사실상 반코트 경기를 하고도 단 1득점 밖에 하지 못했다. 하지만 호주와의 조별리그와 결승전에서는 상대적으로 점유율이 뒤졌음에도 훨씬 매끄러운 경기력과 위협적인 찬스를 만들었다.
슈틸리케는 이것에 대해 “두 가지 부분을 말하고 싶다. 첫째는 정신적인 부분이고 둘째는 기술적인 부분이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정신적은 부분에서 볼 때 선수들은 호주와의 조별리그에서 매우 긴장한 상태에서 경기를 했다. 우리가 다른 경기와 달리 점유율이 떨어진 이유다. 예를 들어 우리는 호주와의 결승전에서는 점유율 면에서 대등했다. 정신적인 부분을 극복하고 초반부터 강하게 나갔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은 기술적인 부분이다. 점유율을 70% 기록하면서 그 중 60%가 우리 진영에서 이뤄진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우리는 이러한 문제점이 일부 나타났다. 특히 골키퍼에게 백패스 하는 장면이 많았다. 골키퍼는 발 기술이 가장 떨어지는 선수 중 한 명이다. 그런 선수에게 우리는 너무 잦은 백패스를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슈틸리케는 그러면서 호주와의 결승전 첫 실점 장면을 예로 들었다. 그는 “거꾸로 내가 여러분께 질문을 하겠다. 결승전 첫 실점 장면에서 무엇이 기억나는가?”며 역으로 취재진에 질문을 던졌다. 그러면서 “정확히 실점 42초전에 차두리가 스로인을 통해서 손흥민에게 볼을 줬고 그것을 컨트롤 하다 밖으로 나갔다. 당연히 호주의 스로인이 됐고 그 스로인을 다시 우리가 따냈는데 그것을 곽태휘가 김진현에게 백패스를 했고 김진현이 찬 볼이 다시 밖으로 나갔다. 그 다음에 호주가 플레이를 통해서 골을 넣었다. 우리가 기술적인 실수로 두 번이나 볼을 잃었기 때문에 실점까지 이어진 것이다. 감독으로서 나는 이런 점들을 고치고 보완할 것이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결승전을 마친 뒤 슈틸리케 감독이 기술적인 부분을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과 같은 맥락이기도 하다.
슈틸리케는 “볼을 많이 소유하는 것만이 점유율 축구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볼을 가지고 있을 때 좀 더 위협적이고 좀 더 적극적인 플레이를 보여줘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선 선수들이 소속팀에서 스스로 부족한 점들을 꾸준히 연마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은 아시안컵에서 27년 만에 준우승을 거뒀다. 하지만 슈틸리케는 그 안에서 한국 축구에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또 그것을 채우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하는지 정확히 짚어냈다. 슈틸리케는 더 큰 미래를 그리고 있다.
[사진 = 대한축구협회 제공]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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