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연예
[마이데일리 = 장영준 기자] 다시 한 번 임진왜란이 안방극장을 잠식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순신도, 광해도 아닌 류성룡을 그 전란의 중심에 세웠다. 류성룡의 눈으로 바라본 7년에 걸친 임진왜란은 과연 어떤 모습이었을까.
5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는 KBS 1TV 광복 70주년 특별기획 대하드라마 '징비록'(극본 정형수 정지연 연출 김상휘 김영조)가 베일을 벗었다. 지난해 대하사극의 부활을 알린 '정도전'의 후속작이라는 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 취재 열기 역시 뜨거웠다.
'징비록'은 서애 류성룡이 임진왜란 7년을 온몸으로 겪은 뒤, 국가 위기 관리 노하우와 실리 위주의 국정 철학을 집대성해 미리 나라를 강하게 만들어 환란을 대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은 동명의 저서를 바탕으로 한 작품. 전라좌수사로 이순신을 천거한 류성룡의 개혁의지, 고뇌와 아픔, 선조와 조정 대신들의 정치적 갈등 등이 그려진다.
류성룡 역을 맡은 김상중은 지금까지 촬영을 진행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를 전하며 의미 심장한 말을 전했다. 그는 "'분명 나라에 변고가 생겼는데, 책임지는 이가 없다면 이 나라는 허깨비의 나라가 되지 않겠느냐. 장차 후학들이 이걸 보고 뭘 배우겠느냐'는 대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징비록'은 결국 앞날을 대비하자는 내용인데, 뭘 반성해야 하고 뭘 대비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드라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동인의 영수(領袖)인 이산해 역을 맡은 이재용은 "여의도에 계신 분들(?)이 우리 드라마를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말로 '징비록'이 어떤 드라마가 될 지, 또 그 안에서 어떤 중요한 메시지를 전할 예정인지를 함축적으로 전하기도 했다. 앞서 '정도전'이 그랬듯, 그 어느 누구도 악인이 없는 상황에서 결국 판단은 시청자들의 몫으로 남겨놓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임진왜란은 1592년(임진년 선조25년) 일본이 조선을 침략하면서 시작돼 무려 7년간 이어진 전쟁이다.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긴 이 전쟁은 그간 각종 드라마와 영화로 제작되며 여전히 사람들의 기억에 각인돼 있다. 이런 탓에 '징비록'은 새로운 관점에서 임진왜란을 바라보고자 했고, 류성룡의 시선으로 재조명하고자 했다. 그래서 우리가 기대하는 이순신은 '징비록'에서는 존재감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다.
연출을 맡고 있는 김상휘 PD는 "우리 드라마에는 일본과 명국 사람들이 등장한다. 우리와 전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나온다는 점에서 작품 스케일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등장 인물이 많아서 스케일이 크다는 것이 아니라, 드라마가 다루려고 하는 부분이 16세기 동북아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그런 것"이라며 "임진왜란으로 나라가 망해가던 시기, 류성룡 대감을 비롯한 많은 훌륭한 분들이 다시 나라를 세운다. 왜적의 침입이라는 큰 전란 앞에서 어떻게 뭉치고 단결해서 이겨나가는지를 지켜보시면 가슴 뭉클한 애국심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김 PD는 이어 "사실 임진왜란에 대해 조사를 하면서 재밌는 부분들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임진왜란 비화도 많았고, 재미있는 캐릭터와 에피소드들도 많았다. 잘만 만들면 드라마에 대한 재미는 증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며 "우리가 지향하는 방향은 임진왜란 개론서를 TV를 통해서 만들자는 것이다. 임진왜란은 단순히 한국과 일본사이의 전쟁이 아니라 동북아를 아우르는 국제전쟁이었다. 대하 사극으로서의 재미는 충분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KBS 1TV 대하사극 '징비록' 포스터와 주요 출연진.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KBS]
장영준 digout@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