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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은지 기자] 이렇게 사랑스러운 썸녀가 있을까. 날씨 방송을 위해 카메라 앞에 서지 않을 때는 만취, 입만 열면 육두문자지만, 현우는 참으로 사랑스럽다. 유부남과 아슬아슬한 연애를 즐기고, 그 공허함 끝엔 18년지기 남자(사람)친구 준수가 있다. 영화 '오늘의 연애' 속 문채원이 연기한 기상 캐스터 현우의 이야기다.
첫 로맨틱 코미디고 첫 스크린 주연작이다. 영화 '최종병기 활' 이후 5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것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문채원을 통해 볼 수 있었던 모습이 아니다. 만취 연기뿐만 아니라, 가장 최악이라는 울고 전화하는 주사 연기까지, 여배우로서 망가질 수 있는 것은 100% 다 했다. 그런들 어떠하리. 이토록 사랑스러운 걸.
문채원을 만났다. 현우와는 달리 차분한 매력을 지녔고, 자신의 생각을 느리지만 정확한 어조로 이야기하는 문채원을 만났다. 스무 살의 끝자락에 있는 문채원의 연애와 연기, 앞으로 문채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오늘의 연애'에 출연한 문채원의 '오늘의 연애'는 어떤 모습이고 어떤 색일지 궁금했다.
▲ 이하 문채원과 나눈 일문일답.
- '최종병기 활' 이후 5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했다.
'최종병기 활' 이후 영화를 꾸준히 많이 하고 싶었다. 그런데 하고 싶고, 내가 할 수 있는 작품이 없었다. 인연이 되는 작품이 없었던 것 같다. 때마침 드라마에서 하고 싶은 역할, 끌리는 스토리도 있어서 꾸준히 활동을 했다. 드라마도 공동 작업이긴 하지만, 시간을 들여서 만든 작업이 그리웠다. 드라마 '굿 닥터'가 끝난 뒤부터 영화 시나리오를 많이 읽은 것 같다.
- 5년 만에 복귀 작이 '오늘의 연애'다. 어떤 부분에 매료됐는가.
처음 읽고 나서는 재밌긴 한데 내가 하고 싶다, 내가 해야겠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별로 안 좋아했기 때문에 하고 싶다는 욕구도 없었다. 옆에서 친한 지인분이 서른이 되기 전에 로코물 하나 해보고는 것도 괜찮지 않겠냐고 하더라. 내가 하는 로맨틱 코미디를 남에게 보여주기 전에 나도 한번 보고 싶다는 욕구가 먼저 들었다. 박진표 감독과 (이)승기 씨가 결정 난 것은 그 이후다.
- 문채원이라는 배우를 생각했을 때 현우와 싱크로율이 낮았다.
사실 싱크는 안 맞다. 승기가 자기는 80% 닮았다고 하는데 나는 그것에 비하면 20%도 안되는 것 같았다. 안맞는 요소가 많았다. 드라마나 영화 '최종병기 활'과 비교하면 너무 달랐다. 드라마에서는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나중에 심각해지더라도 초반엔 밝았다든지. 맛보기로 하던 연기를 현우 캐릭터로 정점을 찍었다. 거부감은 없었다. 즐겁게 했다. 싱크가 맞고 안 맞고는 즐거움과 별개다. 내 안에 미량으로 있었던 부분이라도 본래 내 모습을 부각한 것이다. 아, 흥이 있고 춤추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현우와 닮았다.
- 춤추는 장면이 인상적이긴 하더라. 보통 몸놀림이 아니었다.
감독님에게 초고를 받고 각색 할 때마다 그 이야기를 했다. 로코에서 남녀가 함께 하는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우리가 술도 먹고 하니까 같이 막춤을 주는 게 있으면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나중에 알게된 사실인데, 승기가 그 정도로 춤을 안좋아하는줄 몰랐다. 맨몸으로 춤을 출수가 없어서 전화기를 들고 소품을 이용했다더라.
- 현우의 주사, 문채원의 음주연기를 빼 놓을 수 없다.
옆에서 구경하면서 알게 된 것들이 많다. 이렇게 쓸 때가 오긴 하더라. 사실 술을 별로 안 좋아한다. 기분이 나쁘거나 슬프면 술이 그나마 생각이 난다. 재밌었다. 몸으로 하는 연기가 그동안 드라마에선 별로 없었다. 영화 장르의 장점이 스크린이 크다보니 배우의 움직임에 많이 열러 있다.
- 영화 속에서 현우와 준수는 18년 동안 썸을 탄다. 현우의 진짜 마음은 무엇이었나.
현우가 갑자기 '널 사랑해' 이러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비현실적이다. 현우와 준수가 '사랑한다'고 했을 때 양과 질은 다를 것이다. 준수가 좀 더 사랑에 가까운 사랑이고, 현우는 '내가 저 아이 앞에서 가장 즐겁고 나다운 나로 있었던 것'이다. 사랑을 외로워서 하는 사람도 있고 치유 받기 위해서도 있다. 뭐 하나로 할순 없다. 복합적인 것이다. 생각해보면 내가 준수 앞에서 가장 즐거웠고 그랬던 것이다. 이 아이와 연애를 해 보면 가장 나답게 연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었을것 같다.
- 문채원의 연애는 어떤 모습인가.
어렸을 때는 사랑한다는 말이 빨리 나오기도 했다. 연애가 나만 좋자는게 아니라 듣는 사람 입장도 있으니까. 순간순간 진심인 마음을 아낄 필요가 있나 싶다. 지금은 내가 좋다고 연애를 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 남자는 그런 나이가 좀 늦게 오는데 여자는 좀 빨리 온다.
- 결혼 이야기를 하는 건가.
집에서 딸로서, 그런 게 어렸을때는 규제가 없다가 자식 된 입장에서 부모님 생각도 고려를 하게 된다. 배우자 될 사람과 연애를 하고 싶다는 아니지만 나만 좋다고 덤빌 수가 없는 나이도 됐고, 현실적으로 그렇다. 지금은 사실을 좀 이러다가 갑자기 결혼을 하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연애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 솔직하게 마지막 연애는 언제였나.
엄마에게 "데이트가 어떤 거였지?"라고 물은 적이 있다. 막 웃으시더라. 어른들은 나이를 먹으면 밥 먹고 자고 뿐인데, 우리들인 하는 일이 많아서 아득하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하셨다. 마지막 연애는 1년은 안됐다. 이런저런 일도 많아서 갑자기 아득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 '오늘의 연애' 소재이기도 한 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남는 게 뭐가 있나 싶다. 물론 마음이 덜 다치고 그런 것은 있을것이다. 상처받지 않고. 내가 생각했을때 대한민국이 좁고, 서울 바닥이 좁아서 썸만 타면 본인에게 안 좋을 것 같다. 하하. 나는 그렇게는 못한다. 내가 그렇게 하면 큰일난다. 직업적으로 큰일이 난다. 별로 좋은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배우 문채원.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이은지 기자 ghdpss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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