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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은지 기자] 로맨스 영화인지 가학적 성향을 가진 한 남자의 성적 취향을 보여주는 영화인지 헷갈린다. 섹시한 백만장자(게다가 젊은)와 평범하면서도 여성보다는 중성에 가까운(아직 자신의 섹시함을 모르는) 대학생의 만남은 흔히 볼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의 그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플레이 룸'이 열리는 순간 이 영화는 장르가 변한다. 바로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이야기다.
'엄마들의 포르노'로 불리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가학성 또는 적나라한 베드신 등으로 화제를 모았다. 미국에서 수많은 논란 속에서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고, E.L. 제임스의 원작은 전세계적으로 1억 부가 넘게 팔렸다.
기대와 관심, 또 화제성을 품은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의 수위는 소문대로다. 국내에서 개봉 된 작품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과감하고 또 과감한 표현은 '취향이 분명한' 억만장자 CEO 그레이만큼이나 확실하고 분명하다.
이 작품은 그레이가 '플레이 룸'이라고 부르는 곳이 공개되기 전과 후로 나눌 수 있다. 누구나 매료될 수밖에 없는 섹시한 남자 크리스찬 그레이는 순수한 여대생 아나스타샤 스틸에게 빠진다. 그리고 자신과 계약서에 사인을 한 여성만 들어갈 수 있는 '비밀의 방'으로 이끈다. 자신의 '분명한 취향'을 보여주고, 공유하기 위해서다.
이 작품은 당초 베드신과 가학성에 집중이 됐지만, 막상 영화를 보면 상당히 로맨틱하다. '확실한 취향'을 가진 남자와 평범한 여대생의 사랑은 '트와일라잇' 속 특별한 뱀파이어 애드워드와 평범한 여학생 벨라의 그것과도 비슷하다. 구조도 마찬가지다. 서로에게 매료됐지만, 밀어내고, 또 밀어내지만 끌려갈 수밖에 없는 서로는 그렇게 그레이의 계약서를 꺼내게 만든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가 로맨스 영화로 보이는 것은 원작자 E.L. 제임스의 말에도 알 수 있다. 그는 "순진하지만 대담한 면모를 가진 여대생이 과거의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는 단순한 스토리 구조에서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사람이 치유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말처럼 아나스타샤를 만나 점차 변해가는 그레이의 모습을 알 수 있다. '로맨스를 원하지 않고 섹스를 할 뿐이다'고 말하고 있지만, 그레이의 상처받은 내면은 엄청난, 무조건적인 사랑을 갈망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로맨틱 하다고만은 할 수 없다. 그레이의 플레이 룸 혹은 오락실, 또는 레드 룸이라고 불리는 그곳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충분히 가학적이고, 생소하다. 물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그런 방은 아니다. 그레이의 입을 통해 나오는 단어도 무척 자극적이고, 아나스타샤의 행동도 거침없다. 그레이의 취향을 받아 들이는 아나스타샤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여기에 그레이의 취향이 공개되기 전 하는 그의 로맨틱했던 행동도 그레이의 확실한 취향을 암시하는 것으로 보이니 말이다.
그렇다고 로맨틱 혹은 가학성, 취향의 문제를 관객들에게 강요하는 건 아니다. 그레이의 취향을 확실하게 보여주면서도 그 취향을 두려워하면서도 빠져들고, 거부하면서도 사랑하게 된 아나스타샤를 통해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내버려 둔다. 또 영화의 정보를 알고 온 관객들의 긴장을 풀어주기도 한다.
일단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화제성에서는 벌써 성공적이다. 공격적 마케팅이라고도 할 수 있는 영화에 대한 자극적인 묘사는 관객들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니 말이다. 젊은 억만장자 CEO 그레이의 상처와 아나스타샤의 맹목적인 사랑의 결말은 알 수 없다. 속편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만 할 뿐이다. 러닝타임 125분. 청소년관람불가. 26일 개봉 예정.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스틸컷. 사진 = UPI 제공]
이은지 기자 ghdpss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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