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해민이, 자욱이, 찬도를 경쟁시키겠다.”
삼성 야수진 경쟁 지형도가 바뀔 조짐이다. 마운드는 배영수와 권혁이 빠져나간 자리를 메워야 하는 분명한 과제가 있다. 그러나 야수진은 상대적으로 단순했다. 기존 주전들이 워낙 탄탄하기 때문. 굳이 경쟁 자체가 큰 의미가 없었다. 류 감독도 스프링캠프 기간 “주전 라인업은 지난해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구자욱이 스프링캠프 내내 맹타를 휘두르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채태인이 무릎 부상 후 완벽하게 회복할 경우, 결국 1루 백업으로 머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 류 감독은 구자욱이 살아남으려면 결국 외야경쟁을 해야 한다고 봤다. 그러나 외야수비 경험이 사실상 전무해 시즌 중 최형우, 박해민, 박한이 등의 백업 역할을 맡을 수 있을 것인지를 두고 봐야 한다는 게 류 감독 견해. 그만큼 신중했다. “자욱이가 잘하고 있지만, 막상 쓰기 애매하다”라고 말한 이유. 결국 올 시즌 삼성 야수진은 ‘경쟁’보다는 ‘안정’에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류 감독은 8일 두산과의 시범경기 직후 “박해민, 구자욱, 박찬도를 경쟁시켜봐야겠다”라고 했다. 기존 발언을 뒤집은 것이다.
▲박찬도의 매력
2012년 신고선수로 입단한 박찬도. 왼손 외야수. 지난해 28경기에 출전, 9타수 4안타 타율 0.444를 기록했다. 강명구(은퇴)를 제치고 전문 대주자로 활약해왔다. 발이 빠르고, 외야 수비력도 평균 이상. 그런 박찬도가 타격능력도 성장 중이다. 구자욱의 광풍에 가렸을 뿐, 스프링캠프서도 괜찮았다. 8경기서 20타수 8안타 8타점. 심지어 홈런도 1개를 때렸다. 박찬도는 8일 두산과의 시범경기서도 감기몸살에 시달린 최형우 대신 좌익수로 선발 출전했다. 4타수 3안타 3득점 맹활약.
박찬도는 발 빠른 야수답게 날렵한 외모. 그러나 류 감독은 “의외로 타구에 힘이 있다. 펀치력이 있다”라고 했다. 또 타구의 질 자체가 상당히 좋다는 게 류 감독 설명. “타구 방향도 좋다. 왼손투수를 상대로 밀어서 안타를 치더라. 능력이 있는 것”이라고 칭찬했다. 실제 류 감독은 최형우 대신 선발출전할 야수로 박찬도와 강봉규를 놓고 고민을 거듭했다. 그는 “상대가 왼손선발(장원준)이라 찬도(왼손타자)를 써도 되겠나 싶다”라고 걱정했다. 하지만, 단 몇 시간만에 기우라는 게 확인됐다. 박찬도는 류 감독에게 확실하게 눈 도장을 받았다. 당분간 중용될 가능성이 크다.
수비력도 좋다. 류 감독은 “어깨(송구능력)가 해민이보다 좋다”라고 했다. 실제 박찬도는 7일 두산과의 시범경기 개막전 막판 환상적인 홈 보살로 더블아웃을 이끌어냈다. 8일 경기서는 외야에 바람이 심하게 많이 불었는데, 자신에게 날아오는 타구를 안정적으로 처리했다. 기본적으로 발 빠르고 수비력이 좋은데, 타격마저 성장세.
▲박해민, 구자욱과의 복잡한 관계
류 감독은 왜 박찬도를 박해민, 구자욱과 경합시키려는 것일까. 그는 “화요일 게임에 최형우가 출전할 수 있다면 찬도를 중견수, 자욱이를 1루수로 쓸 것”이라고 했다. 박찬도를 주전 중견수 박해민 대신 써보겠다는 의미. 심지어 “형우가 또 다시 출전이 힘들더라도 해민이를 좌익수, 찬도를 중견수로 넣는 걸 생각해보겠다”라고 했다.
의미심장한 코멘트. 류 감독이 박찬도의 중견수 기용을 시사한 건 상대적으로 중견수가 좌익수보다 수비범위도 넓어야 하고, 처리해야 할 타구가 많기 때문이다. 류 감독은 박찬도의 수비력을 박해민보다 높게 평가한다. 또 주전 좌익수 최형우도 송구능력은 좋지만, 발이 느리기 때문에 보험용 외야수는 반드시 필요하다. 류 감독은 박찬도를 중견수로 넣어 이런 점들을 시험하려는 것이다.
박찬도가 중견수로 출전하면 자연스럽게 주전 중견수 박해민과의 경쟁이 형성된다. 또 채태인이 1루 수비에 정상적으로 복귀하면 구자욱마저 중견수 경쟁에 가세해야 한다. 박찬도 역시 최형우가 버틴 좌익수보다는 중견수 경쟁이 현실적이고 이상적이다. 결국 구자욱, 박해민, 박찬도의 중견수 삼각경쟁이 성사되는 셈. 류 감독은 “고작 1~2경기 치렀다. 박찬도를 더 지켜봐야 한다”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류 감독의 중간평가는 어떨까. 그는 “수비는 찬도, 타격은 자욱이가 낫다”라고 중간 정리했다. 이어 “찬도와 해민이는 둘 다 발이 빠르게 때문에 같이 뛰면 기동력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형우가 복귀할 경우 박해민과 박찬도가 함께 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중견수 박찬도, 1루수 박해민.’ 이 역시 채태인의 1루수 복귀시점이 관건. 다만, 박해민과 박찬도가 함께 뛸 경우 타격이 가장 좋은 구자욱을 활용할 수 없다는 단점도 있다. 류 감독은 어떻게든 구자욱, 박해민, 박찬도를 활용, 최적의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을 구상 중이다. 가뜩이나 야수진이 탄탄한 삼성으로선 행복한 고민이다.
[위에서부터 박찬도, 박해민, 구자욱. 사진 = 삼성 라이온즈 제공,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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